점점 거칠어지는 주말드라마 대사
점점 거칠어지는 주말드라마 대사
  • 김세영 기자
  • 승인 2011.09.14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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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드라마 비속어 남용 상반기의 2배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이 공중파 텔레비전의 드라마에서 쓰인 국어를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이번 분석 대상 드라마는 2010년 8월 한 달간 방송된 KBS(결혼해 주세요), MBC(글로리아), SBS(이웃집 웬수) 등 방송 3사의 주말 드라마 총 27회분이다. 그 결과, 비속어와 차별적 표현 등의 사용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민들의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실제 쓰이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방송의 공공성과 파급력을 감안할 때 적어도 지상파 방송에서만큼은 피해야 할 저속한 언어 표현이 상당수 조사되었다. 2010년 4월에 1차로 조사한 수상한 삼형제(KBS), 민들레 가족(MBC), 이웃집 웬수(SBS)의 분석 결과와 비교하면 96%가 증가해 주말 드라마의 저속한 표현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차별적 표현, 인격 모독 표현, 폭력적 표현, 비속어, 욕설 등을 대분류로 삼아 총 945 건의 저품격 방송언어 표현을 골라내었다. 비속어가 80%로 가장 많았고, 차별적 표현이 12%로 뒤를 이었는데 차별적 표현의 95%가 성별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편 인격 모독 표현이나 폭력적 표현, 직접적인 욕설은 비교적 드물게 나타났다. 지적된 표현은 ‘글로리아(MBC)’가 6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결혼해 주세요(KBS)’ 253건, ‘이웃집 웬수(SBS)’ 76건 순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비속어
ㅇ 남자들이 인선이 까칠하고 예민한 데 다들 뻑이 갔었어, 옛날에. (결혼해 주세요)
→ 남자들이 인선이 까칠하고 예민한 데 다들 반했었어, 옛날에.
ㅇ 추억 나부랭이 들먹거리는 거 혐오스러울 뿐입니다. (결혼해 주세요)
→ 추억 따위 들먹거리는 거 혐오스러울 뿐입니다.
ㅇ 돌대가리 새끼, 종범이 형 뻥 하루이틀 듣냐? (글로리아)
→ 생각 좀 해라, 종범이 형 거짓말 하루이틀 듣냐?
ㅇ 요즘 아줌마들은 어쩌면 저렇게 성격이 지랄스러우실까 몰라. (글로리아)
→ 요즘 아줌마들은 어쩌면 저렇게 성격이 저럴까 몰라.
ㅇ 그냥 그거 먹고 떨어지란 말이야. (이웃집 웬수)
→ 그냥 그거 받고 떠나란 말이야.

◎ 차별적 표현
ㅇ 성별: 도대체가 하늘같은 남편 얼굴에 주먹을 대는 버릇은 누가 가르쳤습니까?(결혼해 주세요)
ㅇ 성별: 사내자식이 눈물이나 찔찔 흘리고 잘 하는 짓이다. (결혼해 주세요)
ㅇ 성별: 여자가 몸매 망가지면 끝인 거 몰라? (글로리아)
ㅇ 성별: 어른 잘 모시고 남편 수발 잘 하는 여자 얼마든지 있어. (이웃집 웬수)
ㅇ 성별: 이혼녀에다가 딸까지 있는 은서 엄마가 죄인이죠. (이웃집 웬수)
ㅇ 연령: 넌 늙은 애가 참 별거별거 다 할 줄 안다. (결혼해 주세요)

지금까지 많은 국어 관련 단체와 대내외 심의 기구에서 방송언어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왔지만 어문 규정을 중심으로 한 이분법적 분석이나 방송의 특성을 간과한 대안 없는 비판으로 방송 현장 및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은 4월부터 7월까지 매달 장르를 바꾸어 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방송언어의 품격에 대한 1차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실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구체적인 표현과 이에 대한 대안을 정리하여 조사 결과를 제작진에 전달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결과 국립국어원의 분석 결과를 편집에 반영하기로 한 프로그램도 있고, SBS에서 예능국 제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방송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8월 조사 결과, 4월에 조사한 드라마보다 양적으로 두 배에 달하는 저속한 표현이 발견되었다. 이는 주말 드라마 언어의 저속성이 오히려 더 심각해졌음을 의미한다. 4월에도 조사 대상이었던 ‘이웃집 웬수(SBS)’의 저속한 표현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어서 고무적인 데 반해, 새로운 드라마인 ‘글로리아’, ‘결혼해 주세요’의 경우는 오히려 4월에 방영된 드라마인 ‘민들레가족’, ‘수상한 삼형제’보다 저속한 표현이 훨씬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언어의 품격을 높이기 위하여 국립국어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관련 기관과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방송 소비자 모임 등 시청자 집단에서 방송 제작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은 주말 드라마에 대한 2차 조사에 이어 일일 드라마, 체험 예능 프로그램,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2차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방송의 현장성과 열악한 방송 여건을 생각할 때 지적된 사항이 모두 수용되기는 어렵겠지만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방송언어의 품격이 점차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