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공 정책자금①] '복불복' 신청에 '4단계 관문'까지…잡음 무성
[중진공 정책자금①] '복불복' 신청에 '4단계 관문'까지…잡음 무성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5.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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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서버 문제로 '선착순→상시접수'…정식접수까지 4단계, '산 넘어 산'
▲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신청 시스템의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해 소득 없이 힘만 빼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뉴시스

중소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신청 시스템의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해 소득 없이 힘만 빼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자금력과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의 정책자금에 대한 수요는 당연 막대하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 경쟁력에서 대기업들에 뒤처지는 중소기업 또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벤처기업 등 자금이 간절한 기업들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의 기본 요건이 '돈'인 만큼 중진공의 정책자금을 원하는 사업자가 많은데다 인기가 높은 분야에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 등을 미루어 볼 때 그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정책자금의 미비한 시스템과 까다로운 신청 절차에 경쟁은 해 보지도 못한 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돈 받으려면 컴퓨터부터 바꿔?…'툭하면 먹통'
반복되는 불편에 격월→상시 신청으로 변경 

중진공 정책자금은 담보력이 약한 기업들이 제1금융권에서 사업자금을 융통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자금난을 방지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중진공에 직접 방문해 융자신청을 해야 했으나,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시 신청마감 등에 따른 신청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올해부터 온라인 신청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불편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온라인 신청 시스템은 '복불복' 시스템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신청체계가 선착순 접수였던 만큼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면서 시스템에 과부하가 발생한 것이다.

▲ 잇따른 서버 문제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신청을 기존 선착순에서 상시접수로 변경했으나 신청 절차가 복잡해져 또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실제로 온라인 신청이 처음 도입된 지난해 2월에는 접수 시작시간인 오전 9시부터 두 시간가량 서버가 다운됐으며, 이후 지난 1월 접수 첫날에는 오전 9시 전부터 서버가 다운됐다.

당시 대기자들의 항의를 받은 중진공은 온라인 신청 시스템 정비에 나섰지만 오후 5시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시스템은 다음날이 돼서야 복구돼 신청자들의 진을 빼놓았다.

선착순 제도 역시 효율적이지 못했다. 이는 서버 다운의 결정적 원인이기도 한 동시에 온라인 시스템이 미비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인건비·자재비 등으로 쓸 수 있는 운전자금은 온라인 접수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마감되는 일이 속출한데다, 격월 단위로 신청할 수 있어 신청을 못하면 다음 신청까지 손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같이 단지 시스템 때문에 자금신청을 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불만이 폭증하자 중진공은 서버를 증설하고 지난 4월부터 정책자금 신청을 상시 접수하는 것으로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전에 수요예측을 정확히 하고 미리 서버를 확충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며 중진공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상시 신청, 편할 줄 알았더니 '산 넘어 산'
자가진단→사전상담신청→상담→정식접수

중진공 정책자금의 온라인 신청에 따른 어려움으로 중소기업 사이에서 '마우스 클릭 속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진공은 과감히 신청 방식을 바꿨다.

5월부터 격월 선착순 접수방식 대신 매월 사전상담을 통해 상시접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과는 달리 신청 방식은 너무 쪼잔(?)해져 중소기업들은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바뀐 절차에 따라 기업들이 정식접수를 하는 데 까지는 크게 '대출가능자가진단→상담신청→상담→정식접수' 등 4단계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가진단'의 경우는 세금체납여부, 휴폐업여부, 융자한도 초과여부 등 16개 융자대상제한 항목을 토대로 자금별 신청횟수, 연체여부, 신청자금 용도, 대출신청한도 등을 자가 진단해 대출가능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 5월부터 선착순에서 상시접수로 변경된 정책자금 온라인신청 절차 ⓒ 중소기업진흥공단
자가진단을 통해 자금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중진공 내·외부 전문가와 사전상담을 거쳐야 적합한 자금의 종류, 지원 가능 규모, 실제 자금소요 시기 등을 검토해 신청을 접수할 수 있다.

선착순 방식으로 겪는 '복불복' 문제는 사라졌지만 절차가 복잡해져 일각에서는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겼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중진공 관계자는 "자가진단은 간단한 문항으로 이뤄져 있어 복잡하지 않다"며 "아예 부적격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몇 가지 체크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전상담 신청에 대해서는 "사전상담을 꼭 신청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온라인 신청이 힘들면) 직접 중진공에 방문해서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상담원과 신청자가 시간을 맞춰야 하고 대기시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진공내 상담 직원이 적어 충분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1월 인터넷접수 첫날 5분만에 6926명의 기업이 몰렸는데, 중진공 내 상담 직원이 20명인 것을 감안해 추정해 보면 상담원 1명 당 26.6개 기업을 상담해야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중진공 관계자는 "사전상담 신청을 통해 상담원이 시간이 되는 시간에 맞춰 진행하면 된다"며 "자금이 한정된 만큼 모든 기업에 돈을 줄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라고 다소 무책임해 보일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서버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상담을 통해 신청기회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5월에 상담을 하면 부적격 업체 등 허수를 걸러내고 6월에 신청 기회를 부여하는 식"이라며 "한번에 인원이 몰리지 않아 서버가 다운될 우려는 없다"고 답했다.

그간 중소기업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변경한 신청방식이 처음으로 시행된 만큼 신청 기업들의 불편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