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피아노 소품-2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피아노 소품-2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5.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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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 소품-2 2012 Daniel's Digilog Artworks (3510) Image size 6,000 x 4.500 Pixels (77.2M) Resolution 300dpi

제왕적 위엄으로
군림하는 검정색이야말로
진정한 색의 종결자...

검정의 아름다움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고혹적이다.

흰색이 색의 시발점이라면 검정은 색의 종착역이기 때문에 검정이 받아드리지 못할 색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그만큼 이 무채색의 끝자락에 있는 검정은 넉넉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포용의 종결자다. 그래서 검정색은 모든 색을 신하나 자식처럼 거느리고 제왕적 위엄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군림하는 것이다.

피아노가 모든 악기 중에 기본 악기로 자리잡고 있지만 다른 현악기에 못지 않게 그림의 소재로 종종 사용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건반과 몸통을 이루는 흑과 백의 '콘트라스트'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이 검은 피아노 옆에는 아리따운 여성이 곁에 있어도,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어또, 어떤 소품이 자리를 같이 해도 그림이 되는, 훌륭한 소재임에 감탄치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사실적인 그림이거나 반 추상 형식, 그 어떤 '장르'로 접근을 해도 피아노는 그 넉넉함을 잃지 않고 기품을 유지하는 것이다. 남자 친구를 구하거나 사위를 보려면 검정 피아노 같은 사람이면 사족을 달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