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고] 잘 먹고 싶은 혼자를 위한 함께 하는 식탁 'Eat 2 Connect'
[학생기고] 잘 먹고 싶은 혼자를 위한 함께 하는 식탁 'Eat 2 Connect'
  • 국민저널 손인혜, 김혜미 기자
  • 승인 2015.05.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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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증가하지만
'잘' 챙겨먹진 못하는 사람들

 
흔히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나이라 부르는 20살,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만, 먼 곳에 있는 대학에 붙은 이들은 진짜로 홀로서기의 첫 발을 뗀다. 기숙사나 자취방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유들로 방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왕복 2~3시간의 통학을 감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오래지 않아 지쳐 결국 방을 구하게 된다. 둥지를 떠나 제 둥지를 트는 '혼자 살기'의 역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가구는 26.5%, 2030년에는 32.7%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1인 가구를 타겟 삼은 가구, 집, 생활용품, 음식 등이 시장에 나온지 오래고, 이를 다룬 TV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이 중 1인 가구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음식'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에 대해서는 늘 관대해진다. 머리는 건강을 생각해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은 배고픔을 대충 '때우는' 식사에 그친다. 즉석밥에 집에서 챙겨온 반찬을 먹는다면 그나마 잘 챙겨먹는 편이고, 후식으로 과일이라도 먹는다치면 호사인 것이다.
 
원룸촌 작은 공간 '꿈튀기는 공작소'
그 공간을 채워줄 'Eat 2 Connect'

 
고대보건대 정류장에서 골목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쭉 올라가면 국민대, 서경대 학생들이 자취하는 원룸촌이 있다. 이곳에는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꿈 튀기는 공작소(이하 꿈튀공)'가 있다.
 
헌집을 임대, 창조 공간으로 재구성해 예술가, 활동가들에게 제공해 주는 '두꺼비집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꿈튀공은 정릉골의 빈집을 고쳐 재구성한 가게다. 꿈튀공은 두 번째 임차인과 보낸 '시즌2'를 마무리하고 '시즌3'을 준비 중인데, 새로운 집지기는 'eat 2 connect(이하 잇투)'다.
 

 

▲ ⓒeat 2 connect 


처음 '잇투커넥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먹음으로써 연결한다'고 이해했다. 어떤 먹을 것으로 누구를 연결하는 걸까.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성북구 7년차 주민인 잇투 소속의 김가희씨는 "잇투는 문턱 낮은 먹거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음식과 사람, 사람과 공간 등을 연결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음식과 요리가 매개체다"라고 했다.
 
가희씨는 '함께 만들고 먹는 것'의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청년사회적 기업과 육성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잼, 차 등 먹을 것을 마켓에서 팔기도 하고, 서울역 뒤 동자동 쪽방촌에서 4-5개월간 '함께 만드는 밥상', 즉 같이 반찬도 만들고 요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학가 카페에서는 대학생들과 같이 요리하고 밥 먹는 활동을 했다. 그러던 도중 꿈튀공 측의 제의를 받고 정릉으로 오게 됐다고 한다.
 
가희씨는 잇투의 계획 포인트로 건강한 먹거리와 간식류를 꼽았다. 그는 "혼자 살면 일상의 균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건강한 삶의 방식과 요리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걸까. 잇투에서는 '신선함'이 돋보인다. 잇투는 생과일 쥬스, 과일키트, 그리고 핸드드립으로 내린 원두커피를 판매한다. 생과일 쥬스는 제철과일을 사용하고, 과일키트는 1.5인분 기준으로 진공포장을 한다. 덕분에 냉장고에 넣으면 4~5일 가량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 아쉽게도 기존에 팔던 볶음밥키트는 5월 중순부터 판매를 중단했지만, 꿈튀공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볶음밥키트를 다시 판매할 예정이라 한다.
 
추가될 메뉴와 계획도 있다. 다가올 여름에는 달콤한 팥을 직접 끓여 만든 과일빙수와 파스타도 테이크아웃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다. 지역 어르신과 지역 자취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어르신들만의 비법이 담긴 반찬 노하우 전수하기, 같이 만들어 먹기 등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도 구상하는 중이다.
 
다양한 제안·피드백 기다려
'같이' 해결할 수 있는 공간

 
오픈 예정인 잇투에서는 다양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자취방에 김치가 남아도는데 처치곤란이다 싶은 사람들은 이곳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이곳에서 '같이' 해결할 수 있다. 혼자라면 감당치 못해 버려야 했던 것들을 가지고 와서 함께 밥 먹고 이야기 나눌 매개로 삼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것이 있을까. 또 괜찮은 메뉴가 떠오른다면 이곳에 말하면 된다. 혹시라도 자신이 말해준 메뉴가 신메뉴로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동자동 '쪽방촌'·정릉 '원룸촌'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곳

 
가희씨는 동자동 쪽방촌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동자동 쪽방촌은 집 안에는 부엌이 없다. 그렇기에 식사를 하기엔 경제적, 환경적으로 힘든 조건이다. 먹거리가 가장 열악한 동네다. 대신 공동부엌(서울시, 기업, 대학교가 함께 만든, 부엌과 도서관이 합쳐져 있는 형태)이 있다. 그곳에는 마을분들이 같이 밥을 해먹는 문화, 누군가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루는 문화가 있다. 이런 것들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서 들어갔었다"고 말했다.

 

 

 

 

▲ '꿈 튀기는 공작소'에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는 모습 ⓒeat 2 connect


동자동 쪽방촌과 정릉의 원룸촌은 1인가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희씨가 느꼈던 동자동 쪽방촌과 정릉의 원룸촌과의 차이점은 뭘까. 그는 "거주하는 구성원들이 달라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며 "동자동 쪽방촌의 구성원은 대개 노인 1인 저소득 가구,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시는 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정릉, 꿈튀기는 공작소 가게 근처는 초, 중, 고, 대학생들 그중 대학생 자취생들이 주를 이룬다"고 전했다.
 
동자동 쪽방촌과 정릉 원룸촌 사이 또 다른 차이점은 공동부엌이다. 공동부엌은 요리란 것이 단순히 음식을 조리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안에 대화와 사람을 포함하는 일이란 사실을 일깨워 준다. 혼자 밥을 해먹는 일은 외롭다. 자취를 해본 이라면 알겠지만, 조용한 방에서 혼자 밥을 먹다보면 들리는 소리라곤 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며 내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입 속에서 음식을 씹는 소리 뿐이다. 숟가락 위에 밥과 반찬, 외로움까지도 쪼개 얹어 목구멍으로 꿀꺽 넘겼다. 어떨 땐 이 소리들이 듣기 싫어서 크게 티비를 틀어놓고 밥을 먹기도 했지만 혼자 식사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혼자 밥을 먹다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김치찌개를 끓여먹었던 순간은 행복하고 든든했다. 만드는 음식의 양, 수저 갯수, 반찬의 가짓수도 늘어나 수고스러웠지만 함께 만들고 함께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건강해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언뜻 보면 작은 카페로만 보이는 꿈 튀기는 공작소. 하지만 잇투가 지닌 '음식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가치는 작은 꿈튀공 가게를 가득 채울 만큼 크다. 동자동 쪽방촌의 공동부엌처럼, 친구들과 함께 찌개를 끓여먹었던 자취방처럼 말이다. 잇투는 꿈튀공에서 5월, 실험적인 모습으로 새단장 중이다. 이러한 실험들이 실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음식에는 대화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공동 부엌처럼, 잇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맛나게 연결해 줄 채비를 마치고 있다.


글·취재:손인혜 기자 ssohn0912@naver.com
편집: 김혜미 기자 hyeme19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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