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조 낳는 황금거위' 서울시내 면세점, 누구 품으로? (上)
'연매출 2조 낳는 황금거위' 서울시내 면세점, 누구 품으로? (上)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5.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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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면세점 유력 후보인 신세계그룹이 신세계 본점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뉴시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막대한 규모의 매출이 기대되는 서울시내 면세점을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특히 여러 기업이 눈독을 들이면서 대기업 2곳과 중소·중견기업 1곳을 차지할 최후의 승자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은 6곳(롯데3·신라1·워커힐1·동화1), 제주시내 면세점 2곳(롯데1·신라1)이 운영되고 있다.

시내면세점은 공항면세점과 달리 임대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사업권만 획득하면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15년 만에 나온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차지하기 위해 업계는 올 상반기부터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여왔다.

유통기업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들이 뛰어들어 면세사업권의 향방이 미궁에 빠진 상태다.

'공룡들의 싸움' 3강 주목
신세계·호텔신라·현대百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 중에서도 '3강'으로 불리고 있는 신세계그룹, 호텔신라, 현대백화점은 각각 승부수를 띄우며 경쟁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3강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는 회현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전체를 면세점으로 쓰겠다며 필승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을 후보지로 검토했으나 시장성과 상징성 면에서 1만8180㎡(5500평) 규모의 본점을 최종 후보지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인 신세계 백화점 본점 명품관은 85년 전 건축 양식을 간직하고 있어 그 자체를 차별화된 관광 상품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신세계는 본점과 건물 양식이 비슷한 인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빌딩까지 850억원에 사들이면서 경쟁 기업들에게 위기감을 줬다. 이곳에 고객서비스 시설과 상업사 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을 만들어 면세점을 보완할 전략인 셈이다.

이밖에도 신세계는 이마트와 함께 모두 600만주의 삼성생명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주식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며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매각된 삼성생명 주식은 총 6552억원이며, 이를 비롯해 지금까지 신세계가 확보한 자금은 약 2조632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적극적인 신세계의 행보는 범 삼성가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면세점을 주축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로 분석되고 있다.

▲ 정몽규(좌)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우) 호텔신라 사장이 서울 시내 면세사업 면허 취득을 위해 합작사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뉴시스

반면 이미 서울과 제주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신라는 '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공동투자회사인 'HDC 신라면세점'을 설립해 입찰전에 나섰다. 일종의 '동맹'이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의 용산 아이파크몰(28만㎡)에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파크몰은 백화점, 영화관 마트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옥외주차장과 비즈니스 호텔도 들어설 예정이다. 아울러 KTX와 지하철 1·4호선,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교통 중심지로 접근성도 뛰어나 시내면세점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제주 시내 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경영능력'과 현대산업개발의 '부지'를 합쳐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합작 사업은 범현대가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범삼성가의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 또한 면세점 입찰을 위해 중소·중견기업과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하고 업계 최초로 '상생 면세점' 모델을 승부수로 내놓았다.

현대DF 합작법인에 참여하는 중소·중견기업은 모두투어네트워크, 서한사, 엔타스듀티프리, 현대아산, 에스제이듀코, 제이앤지코리아 등이다.

이는 관세청의 평가 기준인 '중소기업 제품 판매 실적(150점)'과 '상생 협력 노력(150점)'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면세점 후보지로는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최종 확정했으며,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투자비는 100% 자기자본으로 조달해 무차입 경영에 나선다고 현대DF는 밝혔다.

한편, 면세점 사업의 선두업체인 롯데는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6곳 가운데 3곳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입찰에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명동 본점에서만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강북 일대 상권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입찰 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