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분해되는 소리들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분해되는 소리들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6.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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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해되는 소리들 2013 Daniel's Digilog Artworks(3807) Image size 7,000 x 5,000 Pixels (100.1M) Resolution 300dpi.

칼잡이보다 더 예리한 솜씨로
대상을 해부하는 일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소리의 파장도 분해하고 흩어져 난무하는 소리가루들을
쓸어담아 재구성해보는 일도 화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분해, 결합을 해보지 않고는 절대 실체에 접근할 수 없다.

연주가가 선율을 탄생시키는 사람이라면 화가는 그 소리를 분해하는 사람이다. 아니 그래야 이치에 맞지 않을까? 음색을 분해하고 멜로디를 분해하고, 그래서 그것들을 하나의 2차원이나 3차원에서의 조형물로 만드는 사람이 미술가가 해야할 역할이 아닐까?

시각거점을 영역으로 하는 미술의 세계에서는 눈앞의 사물, 그것이 유형이건 무형이건에 분해, 결합, 조립과 해체는 작업의 기본 ‘프로세스’다. 상상은 ‘매너리즘’이란 굴레에서는 찬연한 빛을 발하기 어렵다.

적어도 본질을 추구하는 목적을 전제한다면 자유로운 상상만이 그 실체에 가까운 접근이 용이한 것이다. 가령 피아노나 첼로 같은 악기를 단면으로 자르거나 인두로 지져보는 일, 바이올린의 현을 가위로 잘라내는 일, 돌고래가 검은 피아노를 비집고 들어가는 상상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이러한 것은 유형의 상상이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소리 같은 것도 잘라내거나 나누고 비틀 수 있어야만 자유로운 유형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회화에 있어 그런 상상은 ‘모티브’가 되고 그 표현 방법에서만 개성과 기호가 유입되어 다른 결과물로 나타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