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사과와 피아노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사과와 피아노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6.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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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와 피아노 2012 Daniel's Digilog Artworks(3551) Image size 7,500 x 5,625 Pixels (85.8M) Resolution 300dpi.

음악과 음식은 형제라고 했다. 종종 서로가 비교가 되기도 한다는 뜻인데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의 순서도 그렇고 신선하고 달콤하고, 쌉싸름하거나 감칠 맛 나는 것까지 닮았다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누구는 주방장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음악에 악보가 있듯 주방에도 '레시피'가 있으며 거기에는 연주자의 개성이나 요리사의 특성에 따라서 각기 다른 맛을 낸다고 했다. 다만 음식은 물리적 실체이고 음악은 영적 가치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어제 밤늦게 이 작품을 완성하여 컴퓨터에 저장해 두고도 온통 이 그림에 대한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는지 비몽사몽 꿈에서도 끊임없이 이 그림에 대한 상반된 의견들이 충돌하였다.

심지어는 이 그림의 '프레임', 또는 액자를 어떤 형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내심 분분한 의견을 교환하였고 그림의 하단 부위가 처음엔 '블랙톤'으로 위와 같았는데 그리할 경우, 지나치게 포스터나 광고 '그래픽'같은 이미지가 풍겨 현재와 같은 질감과 색감을 변경하는 부분에서도 꿈속에서 결정한 사실로 작업장에 출근을 하자마자 재수정을 하였다.

작가에게, 또는 예술가에게 작업시간이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밥을 먹고 세수하는 시간에도 차를 타고 출근하는 시간에도, 잠을 자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또 다른 대뇌의 컴퓨터가 하나 돌아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현듯 지나가는 영감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은, 또는 미술은 배우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쳐가며 겹을 쌓는 작업이다. 수평적으로는 타인의 작품도 보면서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늘 자신과 대화하고 비평하는 가운데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그림은 누가 누구를 가르칠 이유도 자격도 없다. 다만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는 정도가 배려라면 배려다. 누군가 날더러 그림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하면 정말 난감해진다. 미대 입시생의 '뎃상'공부도 아니고 또 그런 기능마저도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기에 “무조건 그려라”고만 한다. 하다보면 길이 나오는 것이 또 미술공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