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일본에 국제 소송 제기…"진심어린 사죄가 우선"
위안부 할머니, 일본에 국제 소송 제기…"진심어린 사죄가 우선"
  • 채신화 기자
  • 승인 2015.06.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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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기자회견…일왕·아베 총리·전범기업 등 미국 법원에 제소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3일 일본을 상대로 2000만달러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가 50명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피해 할머니들이 오는 7월 일본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 일본을 상대로 2000만달러(220억원 상당)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대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미국에 진출한 일본 전범기업과 일왕, 아베 신조 총리,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 비하한 산케이신문 등으로 전해졌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일간지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마지막 단계라는 언급을 해 일본 정부 사죄 등을 기대했으나, 어제 양국 정상이 이야기한 것을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소장은 "실망이 크다"며 "그래도 할머니들이 살아 생전에 이 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국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소송을 오는 7월 초에 제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소송 법률대리인인 김형진 변호사는 "고노 담화나 무라야마 담화 등 총리의 의견 표명이 일본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현상이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제소송을 제기해 일본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는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할머니들의 슬픔과 고통은 70여년 전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정부 등은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할머니들을 깎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다면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소송 준비는 두 달 전에 이미 마쳤지만 지금까지 제소하지 않은 것은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생존 할머니들이 몇 분 남아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답변 기한을 7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변호사는 "2000만달러라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 이옥선, 강일출, 박옥선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 유족회 양한석(고 김순덕 할머니 아들), 왕상문(고 최선순 할머니 아들)씨 등 9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적에 일본 왕이 무릎 꿇고 사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일리팝=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