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명 '삼성 백혈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유해물질 인한 사망 인정
법원, 일명 '삼성 백혈병',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유해물질 인한 사망 인정
  • 김세영 기자
  • 승인 2011.06.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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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근로자들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함에 따라 이번 판결이 이와 유사한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도 삼성전자 사업장에는 이번 사례와 비슷한 직업병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지난 23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모씨와 이모씨의 유족, 투병중인 김모씨 등 8명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 황씨와 이씨에 대해 “황씨 등이 근무하던 공정에 각종 유해물질이 사용되고 있고 이런 물질들이 외부에서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지난 2006년 삼성측이 뒤늦게 유기화합물 감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해물질 노출량이 허용기준치보다 적다는 해명에도 황씨 등이 근무했던 기흥공장 3라인의 시설이 가장 노후화돼 백혈병이 발생했거나 적어도 발병이 촉진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삼성 및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불승인 조치에 “산재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황씨와 이씨를 제외한 5명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이들 모두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유해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적다”며 증거불충분 사유로 산업재해로 인정 안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된 피해자 유족들은 “비록 백혈병이 (산재의) 전부는 아니지만 직업병으로 인정받은 뜻 깊은 날”이라며 “(황씨와 이씨) 두 가족의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결과가 희망적”이라며 “이제 피해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일어설 것이다. 항소심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감격을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번 사상 첫 산업재해 인정 판결에 그동안 삼성측이 주장했던 조사 결과와 다르게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이와 비슷한 피해 노동자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직업병 피해자 규모는 170여명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2011년 2월 말 기준 직업병 피해 근로자는 삼성반도체에 25명, 삼성LCD 6명, 기타 삼성전자 6명, 삼성전기 7명, 삼성SDI 2명 등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46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제보가 들어온 사람만도 120여 명이다.

반올림 측은 “반도체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은 모른다”며 “이름 모를 화학물질이 쓰이고, 보건화학자도 이 많은 화학물질이 어떤 설질을 갖고 있는지 모두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산재로 인정받은 분들은 그나마 증거가 많은 사람들”이라며 “현행법에서 노동자에게 너무 많은 인증 책임을 부여하는 건 과도하다. 산재법이 폭넓게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삼성반도체 온양공장과 삼성LCD 기흥·천안공장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등을 앓게 된 근로자들도 행정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