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최저임금 6030원, 만족하시나요?
[뉴스줌인] 최저임금 6030원, 만족하시나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7.0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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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금액은 6030원. 이는 현재 적용된 5580원보다 450원 오른 금액으로 수치로는 8.1% 올랐다. 450원은 역대 가장 많이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예상했던 대폭 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 8일 최저임금위원회는 12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근로자측이 최초 요구한 1만원보다 4000원 가량 적은 6030원이다.

단순히 액수만 보면 최저임금이 이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 이미 세상이 변했고, 물가는 폭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담배값이 2000원 오르고 수도권 지하철은 200원 올랐다.

눈에 보이는 수치로 비교하면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사람은 한달 평균 약 7만2000원(주 40시간) 더 벌게 됐다. 

더불어 이 사람이 담배를 하루 한갑을 피우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한다고 가정해보자. 담배값 6만원, 교통비 80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이로써 이 사람은 한달에 4000원 더 이득을 보는 셈이다.
 
4000원이면 음식점에서 소주 한병 정도를 더 먹을 수 있다.

더 큰 문제점은 아직도 최저임금 조차도 적용하지 않은 채 아르바이트나 직원을 채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09년 최저임금이 4000원일 당시 어느 식당에서 3000원 받고 일하던 A씨는 그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 2500원을 받고 일하는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는 최저임금이 4320원으로 올랐지만 현실은 4000원을 받으면 많이 받는 것이라는 자위에 머물렀다.

▲ 최근 7년간 최저임금 인상표 ⓒ 네이버

악덕 고용주들의 생각은 한결같다. "너 말고 일할 애들 널렸어" 그런데 실제로 널려있다. 갓 스무살이 되어 독립하고자 일을 찾는 학생들과 외국에서 건너와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는다. 더 심한 경우 그 임금마저 안주는 경우도 많다. 임금 체불 시 이를 받기 위한 복잡한 법의 절차를 악용한 것이다.

각 나라의 물가를 비교하는 수단으로 '빅맥 지수'를 많이 사용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크기·재료·품질 면에서 표준화되어 판매되고 있는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국가 간 물가 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고 이를 통해 각국 환율의 적정성을 측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빅맥지수 25위로, 우리나라보다 지수가 높은 나라들은 대게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선진국이다. 심지어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낮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현재 780엔(한화 약 7200원)이지만 햄버거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 맥도날드의 대표메뉴 빅맥 ⓒ 맥도날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제로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사람은 전체국민의  20%(18.2%, 342만여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부르짖는 이유는 '임금 기본선'이 그나마 올라가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 노동자의 절반이 200만원의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잔업에 특근까지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적금은 커녕 대출금 갚기도 어렵다.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상승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중산층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도 기억해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오바마 정부에는 '중산층 경제론'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을 10.10달러 올리는 '텐텐법'을 주장했다. 미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달러인데 10달러까지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에 현재 미국 수도 워싱턴 등 13개 주가 최저임금 인상계획을 확정지었고,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서 '15 NOW'(이제는 15달러) 운동을 주도한 크샤마 사완트 시애틀 시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빈곤에 시달리는 수십 만 명의 시민들이 안정적인 생활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에는 보잉사, 스타벅스, 코스트코, 아마존 등의 본사가 있어, 최저임금 인상은 미국 경제에 많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서민이 안정적인 삶을 가지고 여유가 있어야 소비가 늘고, 그로 인해 기업들도 공급이 늘어난다. 공급이 늘면 일거리가 늘어나는 당연한 수요와 공급 관계이다. 물론, 국내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악덕 고용주처럼 말할지도 모른다. "너 말고 제품 살 애들은 널렸어"라고 말이다.

우리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 4100원, 맥도날드 빅맥 셋트 하나 3900원, 영화표 1장 9000원, 치킨 한마리 1만6000원, 심지어 포장마차 떡볶이도 3000원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임금노동자들의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든지, 기업 경쟁력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민들이 외출을 겁내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