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긴 여운 (上)
[영화리뷰]'말할 수 없는 비밀' 말할 수 없는 긴 여운 (上)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07.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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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할 수 없는 비밀 포스터

누구나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너무 가볍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순수하고 아름다우면서 무게감이 있는 소재로 받아들여졌었지만 현재는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하지만 우리는 삭막해져가는 이런 사회문화 가운데서도 한번쯤 모든 것을 내려놓을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꿈꾸며, '논리'를 벗어나는 사고를 하는 자유로운 플롯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대상 또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우리에게 대리만족 이상의 새로운 감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과 그리움, 이별과 재회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이 담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넘어선 여운을 남기며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같은 듯 다른 시간여행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영화 중반부까지 별다른 굴곡 없이 흘러가다 '시간'이라는 소재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이뤄진다.

보통 '시간'이라는 소재의 영화를 떠올려보면 각각 우체통과 시계, 장마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과거와 미래의 소통을 통한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는 '시월애'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영화들은 서로 다른 매개체를 통해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서로의 존재를 믿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며 마치 한 공간에 존재하는 듯 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자아낸다.

이 같이 '시공간을 초월한 멜로영화'는 '말할 수 없는 비밀'말고도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 줄거리만큼이나 애잔한 분위기와 주연 배우들의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시간을 넘어선 목숨을 건 그들의 애틋한 사랑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 여운 때문이다.

특히 다른 영화와 달리 극중 중요한 매개체로 '피아노'를 사용함으로서 영화를 보는 내내 시청자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물론 시각적인 부분까지 충족시키는 만족감마저 느낄 수 있는 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순수한 사랑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꾸지만 문화·인간관계·돈 등 현실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여러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런 사랑에 대한 동경을 담은 상징적인 의미로 시들지 않는 꽃을 만들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그것을 간접적으로 취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게 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 속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좋은 영화라 평가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주인공들의 순수하고 변함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사랑은 국경도 세월도 초월하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막상 그러한 사랑을 쉽게 이뤄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일 뿐 직접 자신이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여주인공 샤오위(계륜미)는 달랐다. 몸이 약해 학교에도 자주 나오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해 피아노 치는 일만 좋아했지만, 우연히 연습실에서 발견한 '시크릿(Secret)'이라는 악보를 통해 의도치 않게 시간여행을 통해 20년 후의 장소에서 상륜(주걸륜)을 만나게 된다.

시크릿이라는 악보는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어 느리게 연주하게 되면 미래로 가고 빠르게 연주하게 되면 과거로 돌아가며, 돌아간 장소에서 가장 처음 보게 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 샤오위는 처음 시간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상륜과의 만남을 통해 점점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미래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뤄지기 힘든 사실에 힘들어한다.

상륜도 몸이 약해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는 샤오위를 애틋해 하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청의(중개현)과의 돌발행동으로 샤오위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등 굴곡을 겪는다.

이후 샹륜은 자신을 피하는 샤오위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그녀의 집에서 믿기 어려운 진실을 접하게 되고, 샤오위가 과거의 아버지와 관련된 것을 알게돼 아버지에게 모든 얘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미 샤오위는 과거에서 책상위에 수정액으로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죽어가게 되고 샹륜은 샤오위를 만나기 위해 무너져가는 학교 음악실에 들어가 시크릿을 연주해 과거로 돌아가 샤오위를 만난다. 이후 영화는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졸업식 사진 공개와 함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 '말할수없는비밀' 주걸륜 ⓒ뉴시스
찰라의 순간 애뜻한 복선   

말할 수없는 비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을 꼽자면 둘의 첫 만남을 들 수 있다. 해당 장면은 샤오위가 연주를 마치고 20년 후로 넘어와서 악보를 숨겨놓는 모습으로 시크릿 악보연주의 규칙대로 연주자가 연주 후 처음만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설정으로 미루어 샤오위가 상륜을 만난 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뜻한다.

또한 기존의 시간여행에서 많이 보아왔던 시공간적 배경에 피아노 선율을 접목시켜 사람의 감성을 끌어올리면서 그 선율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피아노 배틀에 활용된 쇼팽의 에튀드 10-5, 이른바 검은 건반만 쳐서 불리게 됐다는 흑건과 쇼팽이 가장 사랑했고 10년을 함께 했던 조르주 상드의 사랑 이야기를 접목시켜 오래도록 지속되는 관계가 아닌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샤오위의 애틋한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평이다.

특히 칭요가 "피아노실에서 교실까지 딱 108걸음이야"라고 말한 장면은, 매번 미래로 갈 때마다 자신이 처음 본 사람만이 자신을 볼 수 있었던 샤오위가 자신을 처음 바라볼 사람을 자기가 사랑하는 상륜이 될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한 사실을 알려주는 복선으로서 순수한 사랑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자아낸다.

실제로 영화에서 샤오위는 피아노실에서 교실까지 걸음수를 헤아린 후 다른 사람을 보지 않기 위해 매번 올 때마다 눈을 감고 걸음 수를 세며 왔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만큼 샤오위가 순수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모습이 보이길 간절히 원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하이틴영화로서 둘의 사랑은 젊음이 묻어나는 풋풋한 교정과 노을이 지는 바다 등의 장소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그리고 멜로물에 자주 등장하는 자전거라는 매개체도 영화 속 두 사람의 풋풋함과 순수함 느낄 수 있게 한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