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사라진 '문학' 그 속에 꽃피는 '비문학'
[뉴스줌인] 사라진 '문학' 그 속에 꽃피는 '비문학'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04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의미한 베스트셀러…사라진 문화

과거 '괭이부리말 아이들', '봉순이 언니' 등의 책들이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1년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코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탄생하면서 당시 침체됐던 독서열풍이 되살아났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추천도서는 꼭 사서 보는 필수도서가 됐다. 이렇듯 예전부터 사람들은 '추천도서'에 열광하는 성향을 보였다. 

지금은 2000년대 초보다 독서의 여유가 더 사라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생활시간 중 하루 10분 이상 독서 인구 비율이 평균 10%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 지난 2001년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의 한 코너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가 등장했다. ⓒ 뉴시스

자리 잃은 독서
베스트셀러의 강세

IT강국 답게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뭐든지 할 수 있다. 음악을 듣거나 뉴스, 웹툰, 웹소설, 심지어 웹드라마까지 등장하면서 출근 길에는 물론 여가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책은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며 출판업계도 많이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책을 들여다 볼 여유마저 없다.

독서가 보편화 되어 있지 않으니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책이라도 보면 '허세'부린다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독서는 독서실에서만 하는 고귀한 행동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영어교재가 상위권에 머물러 있을 만큼, 독서보다는 스펙 쌓기에 더 치중한다.

하지만 독서라는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중에도 '유명 방송인'이나 '스타 강사'들의 자서전은 출판만 되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막연한 베스트셀러
힐링을 원하는 독자

베스트셀러란 많이 팔려야 된다. 이 때문에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판매수를 높이기도 한다. 그 중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책이 있는 반면 왜 베스트셀러인지 의문이 드는 책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스트셀러를 보고 책을 선정한다.

사실 서점에 가면 평생 다 못읽을 만큼 방대한 책들이 있어 책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베스트셀러의 목록이나 입소문으로 책을 추천받게 된다. '많이 팔린 만큼 좋은 책'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다. 길게 줄이 늘어선 식당은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대부분 베스트셀러 목록을 채우는 것은 자서전과 일명 '힐링' 책들인데, '미생'이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켜 한국 20-30 세대에게 격한 공감을 끌어냈듯이 그들에겐 자신을 이끌어 줄 멘토와 따뜻한 한 마디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 중 상위 20위 안에 소설은 4권이다. ⓒ 뉴시스

보통 방송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물들이 책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된다. 별다른 홍보 없이 그들의 이름 자체가 마케팅이다. 즉 유명인의 인지도로 책을 판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서전은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을 하게 된다. 

그래도 독자들은 계속되는 입소문에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몇달간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책을 보는 사람들이 줄어도 그 책들을 안 본 사람은 드물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한순간이다. 몇 달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켜도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짐과 동시에 책도 기억 저편으로 묻히고 만다.

다시 새로운 유명인이 쓰거나 신드롬을 일으킬 책이 등장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독서 열풍은 식어간다.

사라진 문학 사라진 정서

점차 문학적인 요소의 책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자기개발서만 가득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보며, 노력해도 안되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것을 잘 아는 출판사들은 비문학 도서들을 베스트셀러에 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학창시절 우리는 반 강제적이나마 문학 작품을 접했다. 그 마저도 시험을 위해서만 이용되는 하나의 용도에 그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순수하게 문학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책 속에 담긴 정서를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힘든 세상인 만큼 잠시 여유를 가지고 점차 잊혀져 가는 문학을 즐기며 추천 도서가 아닌 나만의 입맛을 찾아 독서를 하는 문화가 꽃피기를 기대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