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배우 '겹치기 출연', 신선함에 목마른 대중
[문화포커스] 배우 '겹치기 출연', 신선함에 목마른 대중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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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이틀 아닌 '시청률 보증수표'들의 무분별한 드라마 출연 '논란'

지난달 22일에 개봉한 영화 '암살'이 2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흥행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은 낯익은 캐스팅 조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암살에 등장하는 배우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등의 조합을 암살 이전의 다른 영화에서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살'의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영화 '도둑들'에서 전지현과 이정재는 호흡을 맞춘 바 있으며, 지난 2013년에 개봉한 베를린에서도 전지현과 하정우가 부부로 출연했다.

특히 출연하는 영화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 오달수의 경우 암살에 이어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도 출연한다.

아무리 배우가 흥행을 좌지우지 한다지만 동시에 상영하는 경쟁작에 배우들이 '겹치기 출연'을 하는 모습은 영화가 끝난후 주변 지인들끼리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우리의 정서상 특정 영화의 특정 배우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 영화 '암살' 포스터 ⓒ 뉴시스
겹치기 출연은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SBS에서 방영한 '쓰리데이즈'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대연은 같은 시기 KBS에서 방영한 '골든 크로스'에도 등장했다. 배역까지 주인공의 아버지로 출연해 적잖이 혼란을 가진 시청자가 있었다.

주부 A씨는 "아침드라마나 연속극을 보면 늘 보던 배우들이 나오는데, 어떤 드라마에는 부자집의 못된 사모님으로 나오지만 채널을 돌려보면 다른 드라마에서 가난한 가정의 어머니로 등장한다"며 "배우와 배역의 이미지가 매칭이 되지 않아 시청하기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겹치기 출연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만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일명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는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마련이고, 시기별로 전성기를 누비는 배우들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중견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심각한 상황이다. 같은 시간대의 같은 배역의 배우들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드라마 몰입에 방해됨은 물론 식상하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역할을 잇달아 맡는 배우들은 연기에 차별화도 없다며 비난 받기도 했다.

그만큼 배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동 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유발시킨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우도 의식하는 '겹치기 출연'
'보증수표' 놓칠 수 없는 제작진

겹치기 출연을 한 배우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MBC의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남주인공 김지훈은 동 시간대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tvN의 'SNL 코리아'에 출연해 "다음회 내용까지 알려줄 테니 채널 돌리지 마라"라는 재치있는 발언으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최근에는 '응답하라 1994'와 '삼시세끼'를 통해 주가를 올린 배우 손호준이 요리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드라마 출연을 위해 자진 하차했다. 손호준 측은 겹치기 출연을 피하기 위해 하차를 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손호준은 지난해 SBS의 '정글의 법칙' 촬영을 끝낸 뒤, 바로 tvN의 '삼시세끼'에 투입되면서 '겹치기 출연'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 '겹치기 출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요리 예능프로그램 '집밥 백선생'에 하차하는 배우 손호준(맨 왼쪽) ⓒ 뉴시스
인기 있는 출연진들은 원하지 않게 겹치기 출연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프로그램 선택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추세지만,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는 배우의 겹치기 출연은 불가피한 모양이다.

데일리팝의 취재과정에서 한국드라마협회 측은 겹치기 출연에 대해 "그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한정돼 있으며, 단순히 주가가 높기 때문에 캐스팅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배우의 연기내공을 높이 평가해 캐스팅 하는 것이다"라며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문제가 될 정도의 상황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연기력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배우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한다면 겹치기 출연도 있을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시청자의 잣대가 겹치기 출연을 막을 수 있을 뿐, 제작진 입장에서는 보증수표를 놓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드라마부터 영화, 예능, 뮤지컬까지 흥행을 위해 주가가 높은 배우를 섭외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흥행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없도록 겹치기 출연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