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틀림 아닌 다름'을 알려주는 '앵무새 죽이기'
[북리뷰] '틀림 아닌 다름'을 알려주는 '앵무새 죽이기'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8.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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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편견 '인종차별'…달라도 괜찮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편견을 가지거나 혹은 당하면서 살아간다.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는 등의 선입견을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편견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이러한 편견 중에서도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인종차별'을 주제로 흑인의 부당하고 가혹한 삶을 그려낸다.

무려 반 세기 전에 출간된 이 책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는 책으로 소개되고,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카웃'이라는 어린 여자아이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앵무새 죽이기'는 그녀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부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스카웃의 어린시절을 그려나간다.

책 속에서 애티커스 변호사는 흑인 '톰 로빈스'를 변호하게 되는 사건을 맡게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스카웃은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듣게 된다.

스카웃은 자신의 아버지가 흑인을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깜둥이 애인'이라는 소리까지 듣게된 것을 알게되면서 아버지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애티커스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라고 가르친다.

아버지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던 스카웃은 아버지가 맡은 사건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점점 이해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길 수 없는 재판이라는 것을 알면서 애티커스는 모두가 손가락질해도 꿋꿋이 톰의 편에 서서 최선을 다해 변호하지만 배심원들은 "어쩔수 없어. 그는 흑인이잖아"라며 유죄를 투표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교육을 받아 온 스카웃은 재판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한편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본문 중에 애티커스는 이렇게 말한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어"

1930년대 미국 남부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아무 이유없이 억압받으며 희생당하는, 앵무새와 같은 흑인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카웃은 어린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이러한 편견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한 세기가 지나가는 현재도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뉴스도 나오며, 여러 인종이 모인 유럽 축구에서는 'No racism'을 외치며 인종차별을 막아보지만 아직도 흑인과 혼혈, 동양인들에게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국민들은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남아있고,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종차별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앵무새 죽이기'는 색안경을 벗고 남과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를 깨닫게 해준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