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ISSUE & FOCUS] 한일관계, 최대 위기 이렇게 풀고 가자 (下)
[한선 ISSUE & FOCUS] 한일관계, 최대 위기 이렇게 풀고 가자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9.01 1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와 같은 양국의 리더십으로는 위기 극복에 한계

김도형 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한림대학교 교수

한일 양국은 이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만능사회로 진입하면서 국내적으로는 대의민주주의의 결함과 리더십 부재로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위안부 권리를 지키지 않고 방치한 것은 위헌이라 판시했고, 2012년 5월 대법원은 전시강제노동자 보상문제는 65년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50년 전 국교정상화 교섭 당시의 대내외 환경이 바뀌고 2005년 외교문서 공개 이후 양국 전문가들의 단독 혹은 공동연구 결과가 추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 당국의 입장이 밝혀짐에 따라 교섭내용도 재검토하고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패러다임도 새롭게 모색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아베총리는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재검토, 침략에는 국제적인 정의가 없다'는 등 역사수정주의를 방불하게 하는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커녕 황국사관을 계승하는 국가주의, 전시 패러다임에 갇혀 있은 듯하다. 이는 한일 양국 간 신뢰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구미사회의 빈축과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 양국 지도층은 자극적인 언론매체가 전하는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파적인 보도만을 추종하며 파격적 행보를 보여서는 안 된다.

2012년 이후 금년 상반기까지 양국 경제 관계는 축소 일변도다. 주로 아베노믹스에 따른 급속한 엔화약세, 원화강세에다 양국 간 갈등으로 기업가 간의 신뢰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8~2011년 일본기업은 FTA체결 지연, 급속한 엔화강세, 까다로운 환경과 노동규제, 높은 법인세, 비싼 전기료,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소재 공급망 차단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전력공급 불안 등 소위 '6중고' 입지경쟁력을 잃어가던 일본을 떠나 대한(對韓) 투자를 확대했다. 그 결과 항간에는 양국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경제논리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상황은 급변한다. 일본보다 유리하던 우리의 입지경쟁력이 불리해지고 지난 2년간 대한 투자와 일본관광객도 격감했다. 6중고 중 법인세를 제외하면 일본이 불리했던 환경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화약세, TPP(환태평양자유무역연대협정)교섭 참가 등 FTA 망 확충, 동일본 지진피해 단기 극
복, 원전가동, 법인세율 인하 확정, 원화절상과 한국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한국 대기업의 해외진출로 인한 일본거래처 축소 등이 근본 이유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양국 갈등은 기업가 상호 불신을 초래하고 상담 분위기마저 해치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통 큰 결단으로 차세대의 부담 덜어야 양국 관계가 아무리 험악해도 물밑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 전쟁 중 적과도 대화하지 않는가. 양국 지도자는 과거사만이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의 중요성에도 관심을 기우리기 바란다.

첫째, 아베 총리는 진정한 마음으로 식민지배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 위안부 생존 할머니 48명은 현재 90세를 넘고 있다. 이 중 단 한 분이라도 당시 감언이설로 강제 동원되었다면 지도자로서 응당 사과해야 하고 한국 대통령과 함께 손을 잡아드려야 한다. 이렇게 무거운 역사의 짐을 내려놓는다면 세계적으로 도 우수하고 정직하고 근면한 일본의 차세대는 지난 세대가 남긴 '부(負)의 유산'을 청산하고 미래로, 세계로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국민의 최대 도덕률은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다. 이를 저버린 상태로는 일본의 젊은이들은 세계로부터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도 세대 간 격차로 신음하고 있는 차세대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과거사 사죄와 정신적 보상이 국익과 직결된다.

아베 총리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외치며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안보법안이 위헌임을 알고도 강행 처리함으로써 동아시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려 한다. 평화는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가능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그가 존경하는 조부가 미일안보조약과 평화헌법으로 일궈낸 전후체제를 탈피하여 전시 체제로 복귀하려하고 있다. 평화와 인권은 인류공통의 숭고한 가치이다.

둘째, 그런 의미에서 강제징용자의 개인 피해보상도 소송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전 관련 기업은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 최근 해당기업은 중국 등의 요구에는 응하면서 한국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일본 주장대로 전시 한국 징용공은 중국이나 대만인과 달리 소위 내지인으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았는지 알 수 없으나 패전과 동시에 중국과 대만인은 승전 국민이 되고 우리 근로자들은 패전국에서도 버림을 받았다면 이들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한국 내 자산압수나 일본제품 불매운동까지 가게 되면 양국관계는 파국을 맞이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대일 수출입이 4년 연속 동반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지난 3년 연속 감소했고, 올 6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은 17.5%, 수입은 11.1% 줄었다. 2010년 361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대일 적자도 2014년 216 억 달러로 줄었고, 금년에도 더 줄어 들 전망이다. 무역과 투자 감소와 무역수지와 관광객 등 인적교류 축소는 양국의 잠재력을 훼손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무역과 투자의 확대 균형과 산업 내 분업을 촉진하기 위해 양국은 각종의 관세장벽을 철폐해야 한다. 한일은 제조업 성장을 무시하고는 더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서비스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양국은 한반도 통일시대를 적극 협력해 동북아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통일대박의 평화 배당으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성장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넷째, 양국은 다가올 미래사회의 문제군(問題群)과 이를 해결할 적지(適地)를 함께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은 이제 중국시장 없이는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한중FTA 등 한중 간 경제연대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각종 억측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모듈화 혁명 속에서 중국은 거대시장과 자본을 매개로 기존 업종에서 물량 공세로 나오고 있어 과잉공급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의 조기가시화 경쟁에 돌입함으로써 한일 기업은 기존 업종의 사업 재편과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요청받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일은 동아시아공동체 실현을 장기목표로 겨냥하면서 기술+시장+지역 통합을 통한 범위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①일본의 양적금융완화 조기 출구전략구사, ②한중일FTA를 통한 신성장동력의 사업별, 공정별 연대, ③한국의 TPP(12) 교섭참가 혹은 TPP에 한일동시가입 및 한일 FTA 재교섭 추진을 선언하면 RCEP(동아시경제연대)도 조기 타결과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도 중국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중일의 아시아 트랙과 한미일의 아시아태평양 트랙을 잇는 한일 동반 외교의 길이다. 이를 향해 양국 지도자들은 차세대를 과거사와 패권의 질곡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게 하고 역내소득·정보 격차 축소에 솔선한다면 Asian Paradox 시정과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전 70주년 아베담화도 아시아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함께 아시아 공생을 향한 다짐을 담은 품격을 보여야 한다. 금년 4월 미국 의회 연설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난 양국의 정권 말기 상당히 접근했던 '사사에 안'의 수정안(한일정상회담 공동코뮤니케에 위안부에 대한 도덕적 책임 대신 국가 혹은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일본대사가 피해자를 방문하여 직접 사죄문과 사죄금을 전달하며, 제3기 한일역사공동위원회를 발족시켜 위안부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조속히 재검토하기 바란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ISSUE & FOC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