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임금피크제', 청년일자리 핑계…기업만 실속 챙겨
[뉴스줌인] '임금피크제', 청년일자리 핑계…기업만 실속 챙겨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09.04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년의 삭감된 임금으로 청년 고용…재계 관계자 "기업 손해 없는 제도"

정부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노동개혁'을 강조한 만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실속은 기업이 챙겨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청년 실업자로 인해 정부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에까지 노동개혁의 일환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길 당부했다. 이에 지난달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그룹과 롯데그룹 등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재계 1위 삼성그룹도 오는 2017년까지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계속해서 임금피크제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윈윈 게임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청년 고용 중인 대기업들

손해 볼 것 없는 기업들
오히려 '각종 혜택' 뒤따라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고 삭감한 임금으로 청년 고용을 꾀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도 도입할 것을 당부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허울 좋은' 구실이 생겼다. 최근 '롯데 사태'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국민들에게는 '반기업 정서'가 생겨났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를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달 대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적 기여에 힘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용해 자기 뱃속만 채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팝의 취재과정에서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대로 모두가 손해 보지 않는 제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기업측에서는 법인세 감면 등으로 가장 손해 보는 것 없이 많은 수혜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개정된 세법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만큼 세액공제가 이루어진다. 또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청년상시근로자 고용시 현재 청년상시근로자에 대한 임금증가액의 100%만큼 공제했지만 개정된 법안은 150% 공제해준다.

현재 대기업의 절반 가량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정부가 또 다시 대기업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한 해 삼성전자가 감면받은 법인세는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감면받은 액수의 20%에 가까울 만큼 대기업들이 혜택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 안돼"
끊임없는 '임금피크제 반대' 시위

노동계에서는 '결국 아버지의 월급으로 아들을 취업시키는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도입은 청년 고용 절벽 해소의 대안이 될 수 없을뿐더러 기업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라고 반대한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7일 성명서에서 "정부는 그동안 임금피크제를 제대로 실시하면 13만개의 일자리를 뽑을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해왔는데, 한 국책연구기관은 임금피크제 도입 효과가 과장됐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고 밝히며 임금피크제 도입 중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 임금피크제 도입 중단을 촉구하는 한국노총 ⓒ 뉴시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걸쳐 임금피크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현대차·기아차의 주력 계열사는 아직 노사 협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측은 임금 협상에는 호봉제 폐지 등 이슈가 많아 아직 임금피크제는 거론조차 못한 상황이며 임금피크제 도입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 협상과 별도로 협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정도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워크아웃 기간에 삭감된 급여 회복과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해오다 지난달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