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세일 명예교수①] "북한을 변화시키는 전략 추진이 중요"
[인터뷰-박세일 명예교수①] "북한을 변화시키는 전략 추진이 중요"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9.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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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은 전면전 할 수 없는 北의 선택…식량 문제 등 어려워진 내부 경제의 영향도
▲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가 데일리팝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남북이 마라톤협상 끝에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확정됐다. 다음달 20~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이뤄지기로 한 이번 행사는 지난해 2월 이후로 1년8개월 만이다.

더불어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도발 사태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있는 가운데, 다시 대화국면이 조성된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상가족 상봉을 앞선 오는 10월 10일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만약 북한의 도발이 발생한다면 이산가족 행사 자체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이 북한의 도발과 합의가 반복되는 남북관계에 대해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는 "북한이 한 단계 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박 명예교수는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알리며 '통일 전도사'로 나섰다. 이에 그는 지난 2006년 설립한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더불어 선진통일을 목표로 하는 액션탱크 '선진통일건국연합'을 출범시켜 통일을 준비하는 실질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

데일리팝에서는 박 명예교수를 만나 남북 관계, 동북아 정세를 비롯해 통일 문제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됐지만 북한의 여러 도발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산가족 문제는 반드시 해야 되고 지금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더 빨리 해야 되고 그래서 지금 일부에서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은 북한에 가서 성묘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캠페인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북한이 도발을 하고 우리가 거기서 대응 압박을 하고 그리고는 협상을 하고 북한이 사과를 하면 '없었던 걸로 하자' 이렇게 됐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건 현상유지 내지 반복이에요. 남북간 분단상황이 하나도 변화가 없는거죠. 그럼 대한민국은 '현상유지를 원하는거냐 아니면 현상변경이냐', '분단이냐 통일이냐' 이걸 지도자나 국민들이 잘 생각해야 됩니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북한이 한 단계 변화의 방향으로 진전이 있는가? 아니면 그냥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유지되는가? 이것이 저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우리한테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그렇다면 통일이라는 게 북한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정권을 다루는데 협상이든 압박이든 모든 수단이 다 필요하다고 보지만, 문제는 그것이 북한의 변화와 연결이 돼야지 통일에의 진일보라는 의미가 있는거죠.
 
이번 북한 도발 사태에서도 북한을 변화시켜주는 중요한 수단 중에 하나가 '방송'이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대북방송이 큰 영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옛날부터 그게 중요하다는걸 알았지만, 이번에 그 사실을 많은 사람이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삐라라든가 방송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변화에 효과가 생각보다 큰 대북방송을 북한이 요구한다고 포기한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요? 
 
통일을 하려면 우리도 변해야 되지만 북한은 근본적으로 변해야 되는데, 그동안 우리가 추진해온 대화와 압박이 과연 북한의 근본적 변화에 도움이 되는 대화인가 또 근본적 변화에 도움이 되는 압박인가 등을 잘 생각해서 행동해야합니다.
 
북한 사회가 변화할 수 있고 북한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사람들이 북한 안에도 많이 있을 터인데, 남한의 대북정책을 보면서 '이건 변화가 아니라 다시 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이구나', '남한정부와 남한동포들이 원하는 것은 통일이 아니라 분단유지이구나' 이렇게 생각된다면 한반도 통일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요.
 
Q. 그렇다면 지금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첫째 북한은 전면전을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국민들이 많이 긴장을 하셨는데 사실은 긴장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이 전면전을 할 수 있었던 1980년대 정도까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북한 내부를 보면 재래식무기의 약 50%가 60년대에 만든 것들입니다. 대단히 낙후돼 있는 것은 물론, 그것을 활용할 기름도 없습니다. 그래서 중장기 전쟁을 수행할 능력 자체가 없다고 보는 거죠.
 
거기에다 전쟁을 일으키면 중국이 도와줘야 될 텐데 중국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 후에 북한이 먼저 도발을 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경우 '우리는 개입하지 않겠다'라고 선언을 한 상황입니다.
 
또 남한에서는 한국군과 미군이 막강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기미가 높아지면 필요에 따라 선제공격을 할 수가 있고 전쟁이 발생할 초기에 북한의 수뇌부를 족집게 타격 할 수 있는 능력도 준비돼 있습니다. 북한의 수뇌부를 일거에 제거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지역을 공격하거나 접수 전략으로 들어가게 되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북한세습정권의 문을 닫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여유롭게 살고 있는 수뇌부와 간부들이 하루 이틀 안에 죽는 것이 뻔한 전면전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Q. 북한의 도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이 전면전은 하지 않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도발입니다. 도발하고 협상을 합니다. 협상을하고 협상의 대가로 지원을 받습니다. 그리고 또 지나면 도발을 하고 협상, 지원이 이어지는 패턴이 지난 15년 이상 반복되어 왔고 이번에도 이런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북한 상황이 좀 어렵습니다. 식량 문제가 아주 심합니다. 언론에는 별로 안 알려져 있지만 북한에 지금 식량 문제가 굉장히 심하고 올해 초 UN보고서에서 보면 북한인구 70%가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3년에 비해서 지난해엔 곡물 생산량이 반으로 떨어졌어요.

그 다음에 중국과 북한 간에 교역도 옛날 같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석탄같은 자원을 주로 팔았는데 석탄에 대한 수요가 중국 쪽에서 많이 떨어지면서 북한 내부 경제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의 통치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남한한테 손을 벌릴 필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번 인터뷰는 3편으로 구성되며 다음 내용은 ②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