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나무와 자전거-2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나무와 자전거-2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9.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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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설명하지 않고, 다 그리지 않는 것이 여운의 미학
 
여기에 '오브제'로 등장하는 자전거는 내가 대단히 선호하는 소품인데 반 추상 기법으로 그려진 나무와 마치 옛적 고향친구를 만난 듯 좋은 '매치'를 이루어 대단히 흡족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동화 속의 순수함을 발견했을 때, 꼬깃꼬깃 접어둔 내밀한 사연의 연애편지를 살짝 들여다 보는 기분처럼 야릇한 흥분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렇게 가볍게 시작하여 가볍게 마쳤으니 보는 관객도 가벼운 기분으로 화폭을 대하지 않을까?
 
아무튼 전반적인 분위기가 투명한 청아함을 잃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였으므로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각색이란 원작에 조미료를 첨가하고 줄였다 늘였다 하는 작업이다.
 
같은 대본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각색의 역량이다. 그만큼 각색은 번역처럼 또 다른 영역의 창작이다.
 
나무 한 그루, 자전거 한 대가 이그림의 전부이면서 그나마 자전거도, 나무도 부분만 보여줬음에도 달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아주 '스마트'한 대비다.
 
이런 화면의 구성에 욕심이 생겨 사람도 그려 넣고 새도 그려 넣고......등등 무엇인가를 자꾸 구겨 넣으면 그게 췌사기언이요, 자유로운 상상을 가로막는 '바리게이트'가 되는 법이다. 
 
다 설명하지 않고, 다 말하지 않는 것이 여운의 미학이고 세련된 아름다움의 기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