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다도해-4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다도해-4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09.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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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풍경화 위에 알지도 못 하는 형태의 꼴과 색의 도대체 무슨 의미이며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가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할 사람들을 위하여 부연설명을 곁들이자면 우선 작가인 나 자신이 고즈넉한 풍경화로써는 분에 차지 않아 다른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반 추상 풍경이 가지는 특성은 가시적인 전개를 벗어나 많은 이야기를 삽입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 때, 나 자신이 '분 또는 성에 차지 않는다'란 표현은 수많은 섬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단순한 형태의 묘사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이란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는 이야기다. 생각을 해보라.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편 소설도 아닌 회화의 세계에서는 단 한 장의 2차원 평면으로 모든 것을 함축해야 하는데 눈앞에 전개된 경치를 단순히 그린다는 것으로 성이 차겠는가 말이다.
 
떠다니는 섬의 유래와 갈매기의 꿈, 좌초된 어선의 전복으로 과부가 된 순복이 어머니의 이야기며, 철민네 막내의 애틋한 등록금 이야기는 빠져서 될 일인가? 섬과 섬을 잇는 문명의 전달이 단지 배 몇 척 왔다 갔다 한다고 해결될 문제던가? 
 
펄럭이는 깃발과 비릿한 꽹가리 소리로 풍어제를 지내는 섬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며 적어도 다도해와 유관된 연상이 줄을 지어 꼬리를 무는데 어찌 달랑 풍경화 한 점, 그것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어선 몇 척이나 파도가 넘실대는 고즈넉한 풍경 한 장, 달랑 그려놓고 마치 하는 둥 마는 둥 숙제를 마친 아이마냥 황급히 '싸인'하고 책상을 박차고 일어날 수 있겠는가. 안그리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