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세일 명예교수③] "韓 기성세대, 청년들에 통일의 비전 제시해줘야"
[인터뷰-박세일 명예교수③] "韓 기성세대, 청년들에 통일의 비전 제시해줘야"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9.2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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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흡수통일 대한 준비 필요..통일 후의 한반도·정신빈곤 문제에 관심
▲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가 데일리팝과 인터뷰를 진행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다"

지난해 1월부터 통일대박론을 선언한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 '통일 외교'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말 유엔 총회에 참석해서도 평화통일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것임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28일 각각 유엔(UN) 개발정상회의 본회의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주재하는 유엔 평화활동 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또 다음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면서 다시 한번 더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내용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통일 전도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는 현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해 "정부가 합의통일 말고 흡수통일에 대해서도 대비를 제대로 해놔야 된다"며 "현재 흡수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는 지금 대단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급변사태 등으로 북한의 체제가 붕괴됐을 때 북한을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빠르게 안정시킬 방법이나 외교적 문제 등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열정과 의지, 탈북 동포들을 통한 메시지 전파, 주변국들에 통일의 의지를 알리는 '통일 외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박 명예교수는 청년들에게 "통일한반도가 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바람 날 친구들이 청년층"이라며 "지금은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이럴 때 일수록 큰 꿈을 가지고 자기를 준비한다면 능력이 크게 쓰일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고 조언했다.


Q.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경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 정책 연구소에서 보고서가 나왔어요. 내용은 앞으로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만 잘 관리하면 되지 한반도 분단에 깊이 관여해서 북한의 핵 문제 등으로 너무 고민하는 것이 과연 이익이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북한을 중국에 넘기자는 그런 보고서 였어요. 제가 그걸 보고 미국 한반도 전문학자들에게 '북한의 중국화라는 건 있을 수 없으며 남북갈등이 더 격화되고 북한동포들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북한을 자기들 영향권 안에 두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듯 생각하지만 그건 중국한테도 결국은 대재앙이 된다. 미국에게도 절대 이익이 아니다. 그러한 방향으로 나가면 모두에게 재앙이 된다고 아주 강하게 얘기했습니다.
 
근데 그때 왔던 외국의 한국 전문가들이 한 질문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정말 통일을 하느냐?'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바깥에서는 대한민국이 통일을 별로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충분한 근거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2008년 그때 여론조사 한걸 보면 1995년경에 여론조사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1995년경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80%가 통일해야 한다고 하였고 60%는 부담이 되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2005년부터 국민의 30%가 통일해야 한다. 40% 가까이는 부담이 안 되면 해도 좋다. 30%는 통일 안 하는게 좋겠다 이런 식으로 여론결과가 나오고 있어요.
 
그 여론결과는 우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있는 한반도 전문가들이 다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과거와 같은 통일에 대한 열정, 열의는 이제는 많이 줄어들고 있구나 이렇게 보는 겁니다. 북한은 체제 실패로 가고, 중국은 욱일승천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이 뒤로 물러서서 강 넘어 남의 일 보듯 하면은 '이건 사실상 북한을 중국에 넘기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발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얘기에요.
 
그때 제가 굉장히 쇼크를 받고 '이것 잘못하면 큰일나겠구나'하고 한반도 선진화재단, 조선일보 그리고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함께 공동으로 2009년 초에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에서 전문가들을 불러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큰 국제회의를 조직해 두 가지를 주장했습니다. 첫째,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한다. 둘째, 통일이 당신나라에게도 좋은 일이다. 동아시아 미래는 한반도가  통일되어야 평화이지 한반도 통일 없으면 전쟁이다 등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매년 국제회의를 조직해 왔고, 전국적으로 뛰어 다니면서 통일을 위한 국민운동으로서 선진통일대학운동을 펼치게 된 것이죠. 
 
Q. 젊은 세대들이 통일이 필요하다라는 느낌이 와 닿지 않게 현실입니다. 통일이 됐을 때 과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메시지를 전하신다면?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국제회의를 하다 보면 해외 전문가들은 통일이라는 미래 가능성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을 무척 부러워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금 전 세계가 저성장과 양극과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결코 돈이 없어서는 아닐 겁니다. 돈은 전 세계적으로 넘치고 있어요. 각 나라 정부가 돈을 많이 풀뿐만 아니라 한국도 지금 대기업들이 엄청난 사내 유보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할 곳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고용도 일어나지 않고 소득도 증가하지 않는 겁니다.
 
또 지금 전 세계에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넘쳐 납니다. 좋은 물건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기술도 있고 자본도 있고 노동이 있는데, 경기가 침체하고 양극화되는 이유는 만들어도 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투자수요와 소비수요의 부족 때문에 저성장과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이라는 '새로운 경제영토'가 한꺼번에 크게 열리게 되고 그러면 제일 먼저 일어날 것이 투자수요란 말이에요. 투자할 곳이 생기는 것이에요. 투자를 하면 거기 고용이 생기고 그러면 소득이 증가하고 그럼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교수님의 연구결과를 보면 통일 후 북한에 새로 발생하는 투자수요와 소비수요의 80%만 남쪽에서 만든 물건을 가져가서 건설을 한다든가 공장을 세운다든가 소비재를 공급한다든가 하면 그것만 가지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5~6% 씩 추가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률이 3% 정도 되는데 여기에 5-6%를 합치면 년 평균 8~9%에 육박하는 고도성장의 경제 붐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에요. 그러면 청년실업, 노인실업, 경기침체 문제가 일거에 풀리기 시작합니다. 북한에는 변호사, 세무사, 의사, 교사, 간호사, 등 모든 직종이 부족한 상황이라 새로운 직종수요도 엄청나게 생길 것 입니다.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할 것이 너무나 많아지는 겁니다. 거기에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서 경제가 오르기 시작하면 만주가 가장 좋아합니다. 왜냐면 만주가 과거 일제시대 때는 중국경제 평균보다 앞서갔던 지역이기도 했으며, 자원이나 인력도 많고 중화공업단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평균에서 뒤떨어진 낙후된 지역으로 됐어요. 이유는 북한 때문입니다. 북한에 가까이 위치해 외국인 투자가 잘 일어나기 어렵고 흑룡강성과 길림성이 바다하고 연결이 안 돼 물류에 문제가 있어요. 물건을 만들어도 해외에 팔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한반도를 통해서 해외로 물건이 나가고 들어오고 외국인 투자도 자유롭게 일어날 터이니 만주가 지금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거에요. 산동성도 마찬가지에요. 환서해경제권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극동 이쪽도 같이 개발이 될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러시아의 철도나 가스관 송유관이 이 한반도를 종단하여 일본으로 연결이 되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동아시아 경제시대가 열립니다. 그러한 시대가 열리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바람 날 친구들이 바로 청년들입니다.

아마 세계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할 사람들이 한국의 청년들인데 왜 한국에 청년들은 통일에 소극적이냐 하는 것은 내가 볼 때는 책임은 청년들한테 있지 않습니다. 한국의 기성세대가 지금 한반도가 처해있는 상황들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국가비전을 제대로 제시해 쥐야 하는데 그것이 부실한데 책임이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 청년들이 대한민국 청년들을 엄청나게 부러워하는 시대가 가까이 오고 있고 내가 보기에는 5년 안에 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이럴 때 일수록 큰 꿈을 가지고 자신을 갖고 더 공부하고 자기를 준비한다면 자신의 능력이 크게 쓰일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통일을 위해 어떤 부분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통일을 하려면 3가지를 해야 합니다. 우선 첫째는 국민과 지도자가 통일할 생각을 해야 됩니다. 우리가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됩니다. 열정과 의지가 없으면 통일이 안 됩니다. 우리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제가 흔히 얘기하지만 삼국통일을 신라가 했는데 신라가 고구려보다 국방력이 강해서 한 것이 아니고 경제력도 백제가 더 좋았지만 신라가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신라의 지도자와 국민들만이 통일할 생각을 가장 강렬하게 원하고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통일을 하려면 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잡아야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 정부의 마음을 잡으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북한 동포들의 마음을 잡는데는 소홀히 했습니다. 자신들의 3대세습체제의 유지가 가장 급한 관심인 북한 정권의 마음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통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 동포들이 '이제 통일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통일이 우리의 희망이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중에서 정보조작과 정보통제로 인한 왜곡된 잘못된 세상인식과 이해를 고쳐드려야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려 드려야 하고, 지금 가난하고 힘들지만 통일하면 어떤 대안이 존재하고 있고,  희망이 활짝 열릴 수 있다는 것도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홍보전, 심리전이 대단히 중요하고 하는 겁니다. 방송도 중요하고 삐라도 중요하고 여러 방법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 드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와 관련해서 대한민국 일반국민들이 할수 있는 길 중 하나가 탈북동포들을 통하여 북한에 메시지를 전하는 길입니다. 
 
한국에는 탈북동포들이 약 2만8000명이 있습니다. 이들이 북한에 자주 전화를 하고 돈을 벌어서 보냅니다. 방문도 합니다. 또 한국에는 약 50만의 조선족 동포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도 수시로 북한에 방문하기 때문에 이 분들이 어떤 메시지를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남한에 갔더니 대한민국 사람들이 통일할 꿈을 갖고 이런이런 노력을 하고 있고 우리가 힘든 것을 마음 아파하고 이런이런 준비를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조금만 참고 견디면 아주 새로운 희망의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북으로 가도록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세번째로 중요한 것은 통일외교입니다. '우리가 통일 하겠다'라는 것을 주장하고, 한반도 통일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에게도 축복이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지도자들도 전문학자들도 '우리는 통일하겠다. 통일이 당신들에게 좋은 것이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Q. 통일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까요?

통일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정권이 어느 날 지금까지 핵을 개발한 것이 잘못이구나, 지금까지 외국하고 문을 닫고 독재만 했는데 안 되겠구나, 이제는 문도 열고 핵도 개발하지 않고 외국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경제를 발전시켜서 백성들을 잘살게 만들어야 되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게 되면 그때부터 남북 간 '합의 통일의 길'이 가능합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라는 것이 바로 남북이 진정으로 통일 의지를 가질 때 어떤 절차를 통해서 통일까지 갈수 있느냐 하는 그걸 합의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 통일의 경우에는 바로 이미 남북이 합의한 바가 있는 이 남북기본합의서를 따라 하면 됩니다.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북한 내부에 돌발 상황이나 급변사태가 일어나 3대 세습체제가 붕괴되고 그 결과로서의 통일의 길입니다. 즉 '혁명통일의 길'이지요. 예컨대 북한 안에서 대중폭동이나 쿠테타가 일어난다든가 최고지도자가 암살을 당한다든가 등의 혁명적 상황이 발생하여 질서를 잡지 못하고 무정부 상태로 가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혼란기를 통하여 북한 안에서 새로운 권력으로 개혁개방파가 등장하면 남북은 소위 '합류통일의 길'을 갑니다. 그러나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지 못하고 혼란이 지속되어  대량 난민도 생기고 학살도 생기고 이러면 당연히 우리가 올라가야 합니다. 북에다 임시지방정부를 세우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안정화시키면서 통일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소위 '흡수통일의 길'이지요. 
 
근데 요즘 학자 전문가들이 볼 때 합의통일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그러면 결국 북한이 급변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해서 발생하는 혁명통일 즉 '합류통일'이나 '흡수 통일'이 됩니다. 요약해서 얘기하면 하나는 합의통일이고 하나는 혁명통일인데 오늘의 북한을 보면 합의통일의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합류 내지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빨리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중도통일론'이라는게 있었습니다. 북한체제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북한체제의 장점과 남한체제의 장점을 결합을 해서 뭔가 좋은 점만을 모은 제3의 체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통일을 하는게 어떠냐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도 일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주장은 크게 틀린 주장입니다.
 
왜냐면 자유사회와 노예사회 사이에는 중간이 없습니다. 이건 정확하게 알아야 됩니다. 북한은 노예사회고 우리는 자유사회입니다. 우리민족이 살기 위해서는 '자유민주통일' 이외는 대안이 없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선진통일' 즉, 한반도 전체를 선진화하는 통일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선진화 속에 당연히 자유와 민주, 시장과 법치, 복지와 평등이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Q. 통일에 대한 정부 정책 중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짚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경우를 대비하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합의통일만 준비해서는 부족합니다. 북한에 급변이 일어났을 경우의 혁명통일 즉 합류통일 혹은 흡수통일 모두에 대비를 제대로 해놔야 된다 이런 얘기가 되겠습니다. 
 
급변사태 등으로 북한의 체제가 붕괴됐을 때 그리고 무정부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때 제일 급한 것이 빨리 식량과 의약품을 갖고 들어가서 북한동포들을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안정화 시켜야 될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대량 난민이나 대량학살이 발생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식량과 의류와 의약품을 갖고 올라가서 민생을 안정화 시키면서 임시지방정부를 만들어 사회질서를 잡아줘야 한단 말이에요.
 
혼란기를 틈타 중국이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중국이 내려오는 것을 외교적으로 사전에 어떻게 막을 것인가? 또한 실제로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군사적으로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북한에 있는 핵이나 미사일 같은 대량살상 무기를 어떻게 빨리 발견 장악하여 그 해체를 추진할 것인가 등등 그런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생길 겁니다.
 
또 북한이 혼란스러울 때 제가 개인적으로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북한에 있는 약 20만명의 정치범들입니다. 이들에 대해 대량 학살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왜냐면 그게 자기들 체제에 약점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그게 나중에 불리한 증거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증거인멸이라는 의미에서 보통 독재정권이 바뀔 때는 정치범들에게 큰 위해가 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여튼 이런 모든 문제들 잘 해결하려면 굉장히 많은 준비가 안팎으로 돼야하는데, 지금 논의되는 통일관련 각종 행사나 토론회를 가 봐도 주로 합의통일를 위한 준비들은 많지만, 합류통일이나 흡수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는 지금 대단히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거의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금 제가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통일 후의 한반도입니다. 통일한 후에 통일한반도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그리고 또 통일한반도가 동아시아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냐,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를 어떻게 변화시키면서 21세기 동아시아에 어떠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그래서 저는 요즘 한반도의 선진화를 위한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선진화를 위한 '선진통일' 이라는 말을 많이 얘기합니다.
 
동아시아의 선진화라는 건 동아시아에 더 이상 전쟁이 없게 만드는 것이 즉 평화의 대륙으로 만드는 것이 첫째입니다. 미국 중국 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한국 간에 전쟁은 영구히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동아시아를 풍요와 번영의 대륙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자 즉 평화의 대륙을 위하여 '동아시아 안보협력체'를 구축하여야 하고 후자 즉 풍요의 대륙을 위하여 '동아시아의 경제공동체'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움직임에서 통일한반도가 가장 앞장서야 합니다.
 
두 번째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신빈곤 문제'입니다.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하여 물질은 풍요롭게 됐는데 정신은 한없이 빈곤해진 문제의 해결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주지하듯이 근세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서구의 근대문명이 물밀듯이 들어오니 우리 선조들이 대응을 위해 생각한 것이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입니다.
 
서양의 제도를 받아들이되(器) 동양의 정신(道)은 지켜 나가자 그러면서 양자를 결합 시켜 근대화를 이루자 하는 것입니다. 원불교에서는 이걸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식으로 표현했습니다.  물질은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정신에 유해한 독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독소를 정신이 잘 컨트롤하지 아니하면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우리가 보고 있지 않습니까.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살아야 되는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 하는 문제는 몇 개의 인문학 강좌로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조선 500년간 유교 속에서 살았단 말이에요. 그걸 그대로 다 카피할 순 없어도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요. 상당부분 좋은 가르침과 관행들은 반드시 전수해야합니다. 옛날에는 가족과 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좋은 습관을 배우도록 8살 때부터 15살까지는 소학(小學)을 배웁니다.

아침에 일어나 물 뿌리고 청소하는 것부터 이웃 어른들에 대한 인사법, 친구 들과 지켜야 할 예의 등의 좋은 관행 습관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익힙니다. 그리고 나서는 15살 때부터 대학(大學)을 가르칩니다.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을 순차적으로 배워 나갑니다. 그러면서 왜 그런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하는가? 예컨대 왜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여야 하는가? 그 원리가 무엇인가를 배웁니다. 인간이 금수와 다른 것이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 등등을 원리적으로 철학적으로 배우는 것 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노력이 너무 약해요. 소유를 극대화하는 것만 예찬하고 인간의 존재자체의 가치 의미를 너무 무시합니다. 소유가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대체합니다. 그래서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이 일어나곤 합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아니 전 지구촌이 지금 정신의 빈곤에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정신적 풍요의 시대를 열어서 이미 이룩한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물질적 정신적으로 성숙한 '홍익인간의 선진일등국가', '세계일류국가'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