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ISSUE & FOCUS] 노동개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下)
[한선 ISSUE & FOCUS] 노동개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9.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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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주요 과제와 대안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근로조건의 유연성 제고

①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의 조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개정(2013.4.30)으로 근로자의 정년이 만 60
세로 연장됐다. 2016년 1월 1일부터 공기업,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
용하며, 2017년 1월 1일부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한다. 법
이 시행되면 회사가 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근로자를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되어 해당 사업주가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강제성 있는 규율을 명시하지 않고 "노사 양측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으로 했다. 정부가 발표(2015.8.12)한 임금피크제 도입 실태를 보면 공공기관은 316개 중 96개(8월 말 현재)에 불과하고, 30대 그룹 계열사는 348개 중 177개(47%)에 이른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정년연장에 따른 생산성이나 성과와 연계되지 않으면 고령근로자의 임금이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연공급 임금체계이다. 그래서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를 도입하지 않는 한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생애임금으로 보면 중간퇴직으로 인한 손실보다 정년까지 근무할 경우의 이익이 더 크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수용하면서 정년이나 일정 연령 때까지 고용을 보장받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우선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고용 안정성은 높아진다.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
고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만을 보면 급여의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행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는 제도를 바꿀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또는 노조)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가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취업규칙상 근로자 또는 노조의 동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정부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여 정년이 연장된 경우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하
다는 '취업규칙 변경 지침 초안'을 발표(2015.5.28)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임금피크제 확산이 여의치 않
을 경우에는 정년의 법정화처럼 형평성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도도 법에 강제규정을 둬야 한다.

② 근로시간 단축의 유연화와 연장근로에 대한 할증률의 조정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입법동향을 보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규모별 단계적 적용'과 '추가 8시간 허용'을 두고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입장의 차이가 클 경우에는 준거 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경제에서 법률 개정이나 노사협상 시에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글로벌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노동 생산성의 핵심은 노동시간의 장단보다 일에 대한 집중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긴 노동시간에 비
하여 생산성이 높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집약산업에 영향을 많이 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
로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집약산업인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 타격이 더 클 것이다. 더욱더 문제되는 것
은 단기간 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제도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려면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연장근로, 휴일근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당 8시간 정도의 추가 연장근로를 노사가 진지하게 협의하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차제에 현행 50%의 초과근로 할증률도 ILO권고수준이나 경쟁국 수준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휴일근로와 연장근로의 중복할증도 같은 방향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일본 등 세계시장에서 우리나
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연구직이나 전문직의 근무시간에는 융통성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식서비스 산업의 근로자들은 근
무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다. 깊은 밤에도 좋은 생각이 나면 일을 한다. 컴퓨터 작업을 하는 중
에 근무시간이 끝났다고 일어나면 지금까지 한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따라서 연구직이나 전
문직 그리고 사무직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을 법정화하기보다 노사 쌍방의 자율 합의로 유도하는 것이 바
람직하다.

파견·기간제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한 고용 유연성 제고

우리나라의 고용 유연성은 외국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규제 때문이다. 현재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파견·기간제 등이 있다. 파견은 32개 업무에 한해 2년간만 허용되고, 2년을 초과하면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바로 이런 규제가 임금근로자 중 파견근로자 비중을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
에 2014년부터 매년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현황을 '고용안정정보망(워크넷)'에 공시해야 하는 '고용형태
공시제'까지 시행됨으로서 규제는 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파견제도에 대한 주요 국가들을 보더라도 OECD 30개국 중 미국, 영국을 비롯한 15개국은 파견 업종과 기간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사용기간만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을 비롯한 4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업
종과 기간 모두를 규제하고 있는 10개 국가 중의 하나이다.

파견근로자 활용률이 주요국(한국 0.4%, 미국 1.8%, 일본 1.5%, 독일 2.0%, 영국 3.0%)에 비해 낮은 이유나 국내 제조업에서 파견제도보다 사내하도급이 많이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규제에 기인한다. 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거나 선도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산업과 직업의 변화가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열거주의로 규제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정책의 한계를 노정할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역할만 할 뿐이다.

따라서 규제의 기본원칙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용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파견업종 제한이나 기간에 대한 직접적 규제보다는 금지업무를 제외한 전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물론 기간제한도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노사 간 자율적으로 상호 계약에 의거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고용 유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업무 부진자 해고 등 제도의 현실 적합성 제고

고용노동정책은 기본적으로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정부의 관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런 자
세를 견지할 때 노사 양측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상호이해를 통하여 합의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게 되면 노사 간의 자율적 합의는 어려워진다.

불가피하게 정치나 정부가 개입할 때에는 노사에 대한 균형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
회의원들은 항상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공정성보다는 표(票)의 많고 적음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다보
니 입법 자체가 공평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한다. 그 결과는 대개 규제의 강화로 나타난다. 이미 도입된
60세로의 정년 연장 법정화와 고용형태 공시제 등이 그러하다. 현재 환노위에 계류된 각종 노동법안 역시 노동시장 유연화보다 경직화 시키는 법안들이 많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근로자 보호와 관련된 규제 역시 그러하다. 개별 근로자 해고와, 정리해고 모두 엄격하다. 이런 측면에
서 법원도 근로자 해고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다. ①저성과자 선발기준의 합리적 타당성, ②저성과자
평가의 공정성, ③저성과자에 대한 기업의 성과향상 노력, ④법령·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등 근
거규정의 존재, ⑤사전에 성실한 협의 등 실체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가능하다.

규제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것이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업무부진자 해고 방지를 위한 규제이다. 기업이 업무부진자까지 해고하지 못한다면 이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까지 근로윤리를 약화시켜서 업무성과의 하향화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저성과자는 기업의 인력관리를 어렵게 하고, 신규인력 채용도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법안'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기업 역시 제도의 악용을 우려하고 있는 노조와 근로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업무 부진자 해고에 있어서 정확한 평가와 함께 재기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노동개혁은 가장 첨예한 이해관계자가 대립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개혁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노동개혁은 시대적 과제이다. 개혁 여하에 따라서 청년고용의 유발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과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추진해야 한다. 노
사정위원회는 이런 난제를 풀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노사 양 당사자도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서 노동개혁이 장기적으로 볼 때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
을 향상시키는 길임을 명심하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 먼저 경영계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기업경쟁력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합의에 나서야 한다. 노동계 역시 반대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정부는 만약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공익위원회의 안을 중심으로 정부가 주도해 나가야한다. 국회 역시 정쟁과 표 싸움을 넘어서 이번 개혁이 한국 경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노동개혁을 이끌어 가야한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ISSUE & FOCUS'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