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①] "희망·절망 엇갈려…이번 평가는 연습·다음은 더 혹독할 것"
[인터뷰-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①] "희망·절망 엇갈려…이번 평가는 연습·다음은 더 혹독할 것"
  • 정단비,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10.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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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정부 관계자 변경에 어려움..'SKY' 대학의 무관심에 당혹"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학교 졸업자 수 급감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따른 '대학구조개혁'을 위해 평가가 지난 8월말 이뤄졌다.

평가에 따라 등급이 공개되자 하위등급을 받은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며 후폭풍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립대인 강원대는 D등급을 받고 총장이 항의성 사퇴를 했으며 보직교수들도 대거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학 구조개혁평가의 목적은 각 대학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마련하는 계기를 구축하는 것이지만 과거 정부가 무분별하게 인가해줬던 대학들을 퇴출시키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해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 개선 등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초점이 대학 정원 감축에만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도 있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데일리팝은 이와 관련해 전 포스텍 총장을 역임한 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역할과 이번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비롯해 그동안의 소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대학구조개혁위원회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제가 지금 4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위원회는 성격상 교육부 장관에 대한 자문기구 입니다. 교육부 장관이 대학구조개혁에 관련한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위원들이 자문을 하고, 필요하다고 심의를 요청하면 위원회에서 심의를 해서 의견을 제출하는 임의기구 입니다.
 
위원들은 전체가 21명인데 그 중 저를 포함해서 15명은 여러 대학에서 행정적인 책임자나 기획업무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참여하고 있고 국립대학, 사립대학, 대규모, 소규모 대학, 수도권대학, 지방대학, 일반대학, 전문대학 관계자 등 골고루 구성돼 있습니다. 또 경제계, 법조계에서 전문성이 있는 분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Q. 위원장이 되신지 2년이 되어가는데 그 간의 소회를 말씀해주세요.
 
먼저 이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대학발전기획단이 만들어졌어요. 제가 자문단장을 맡아서 우리나라의 대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에 대한 정부의 고민에 참여를 했고, 이어 교육부 장관에 대한 정책 자문단에서 고등교육 분과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이번 대학구조개혁에 관련한 정책입안 과정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 뒤 2014년 1월 위원장으로 위촉을 받았는데 워낙 민감한 사항이라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혹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에 승낙을 했죠.
 
우선 대학이 어떤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지 정확하게 진단을 하고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어차피 대학을 평가하는 작업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대학 평가 하는데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가 구조개혁을 위한 대학평가에 관한 연구과제 책임자로 수행한 적도 있고 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위기 상황인데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습니다만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복잡한 사항이고 정치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연결돼 있고 해서, 희망과 절망이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죠. 3년 임기로 맡고 있는데 3년간에 뭔가 반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걱정이 많습니다.

 

 

▲ 백성기 대학구조개혁 위원장이 데일리팝과의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위원장직을 맡으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부분인가요?
 
가장 힘든 점은 우선 제가 1년 10개월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이에 교육부 장관이 바뀌고 담당국장이 바뀌고 담당과장은 두번이나 바뀌었습니다. 그분들이 바뀔 때마다 학습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고, 특히 세월호 사태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많이 있습니다만 대학구조개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죠.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상당한 의지를 갖고 시작했지만 퇴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후임으로 현 황우여 장관이 임명됐는데 과연 얼만큼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이해를 하고 계시고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계신지 그 당시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그분이 가지고 있는 소신과 방향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이번에 또 장관이 바뀌면 또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저한테는 굉장한 스트레스 입니다.
 
두번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숫자가 대학의 문보다도 더 적어지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학으로서는 입학 가용할 인력이 급속하게 줄게 되고 정원이 큰 속도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문제입니다. 저의 애로사항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내 소위 'SKY'라고 불리는 대학을 포함해서 잘나가는 대학이 굉장히 무관심하다는 것에 대해 실망과 당혹감이 커요.
 
비교적 잘나가는 대학이 앞장서야 됩니다. 이것을 하나의 기회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우리 대학이 크게 반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 몇 곳을 퇴출시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보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실 서울대, 연대, 고려대 등이 우선 나서야 합니다. 근데 굉장히 냉소적이에요. '왜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못하는 대학이나 몇 곳 퇴출시키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대학사회에, 특히 대학행정 책임자들에게 팽배돼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단순히 학생들 정원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저는 평가해요. 지금 창조경제를 논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학생들이 실력을 가지고 창조해낼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세계적인 잣대를 갖다 대면 우리나라에서 이렇다 하게 내놓을 만한 대학이 한곳도 없어요.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 피나게 노력하고 있는 MIT, 옥스포드, 칼텍, 동경대학, 북경대학, 홍콩대학 등에 있는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되요. 그런데 우리나라 어느 대학도 그 여건을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우리 구조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혁신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되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잘나가는 대학 총장님들이 관심이 없습니다. 이게 큰 문제라고 전 생각합니다. 또 이에 대한 당혹감과 좌절감등이 가장 저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합니다.
 
Q. 8월말 구조개혁 평가결과가 나왔는데 상당히 반발이 심합니다. 자체적으로 이번 결과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어떻게 보시나요?
 
이번 평가를 하고 나서 불평도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평가하기 전에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많았어요. 중요한 포인트를 그 동안 대학평가는 정량평가를 중심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정성평가를 도입했습니다.
 
정량평가는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기면 당연하게 순서가 정해집니다. 근데 대학을 이렇게 평가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대학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애정과 뚜렷한 교육 목표를 가지고 어떤 학생들을 데려다가 어떻게 교육을 시켜서 내보내냐 이런 것이죠.
 
그래서 정성평가를 도입했고 둘째로는 대학을 줄 세우지 말고 절대평가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해야 된다'는 기준을 설정한 다음, 기준 이상이냐 그것보다 못하면 얼마만큼 못하느냐를 평가했죠. 당연히 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한 것보단 훨씬 말이 없어서 안심했습니다.
 
다만 정량평가를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가령 교수가 몇 명인지, 학생에게 장학금을 얼마만큼 주는지, 시설은 얼만큼 갖췄고 도서관은 몇 평인지 이런 것들은 다 정량적으로 나올 수 있는 거에요. 근데 이런 부분은 나중에 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결국은 정성적인 것, 학교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 못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를 해서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제도적인 틀이 갖춰져 있는지를 봐야 하는데 그건 점수를 매길 수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하게 최종평가에 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하고 제안을 했죠. 그래서 난리가 날 줄 알았어요. 근데 많은 대학 총장님들이 저한테 '처음으로 우리가 어떤 교육을 시키는지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평가를 했던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렇고 처음으로 우리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라는 얘기를 듣고 내심 기뻤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좀 더 확대해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강원대는 이번 결과로 총장 및 교수들이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국립대에서도 하위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요?
 
그 대학이 지금까지 너무 정량적인 지표에 매달려서 대학의 개혁노력을 해왔다면 이번에 평가를 잘못 받았을 가능성이 많아요. 얼마나 전임교원들이 확보가 되고, 그 전임교원들이 얼마나 교육에 투입이 되고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잘못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 멘토를 해서 교육을 시킨다던지, 학과가 적성에 안 맞으면 전과를 시킨다던지, 전혀 공부할 의사가 없는 학생들은 퇴출을 시킨다던지 하는 여러 제도적인 것들이 이번 평가에 들어갔는데 그런 것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평가단에 감동적이지 못했다면 평가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정량평가 틀로 본다면 강원대학이 하위등급이 될 이유가 없죠. 왜냐면 정부가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곳이 국립대학이고 국립대학의 기본적인 여건은 최소한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결국 그 정성적 내용들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은거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데 그로 인해 보직교수들이 사퇴할 일이 아니에요.
 
이번 평가는 사실 연습이에요. 앞으로 2주기, 3주기 평가가 있는데 그때는 더 많은 숫자를 줄여야 하고 더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됩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을 하고 우리가 이런 것이 부족했구나, 앞으로 잘 준비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건 대학을 퇴출시키고 없애는 목적이 아니에요. 대학으로 하여금 되돌아보고 다시 탈바꿈 하는 아주 좋은 기회죠.
 
▲이번 인터뷰는 3편으로 구성되며 다음 내용은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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