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시작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우편향' 우려하는 대중
[뉴스줌인] 시작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우편향' 우려하는 대중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0.14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그에 따른 찬반 논란…정치권 공방까지

말 많았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결정됐지만 야당을 비롯한 일부 학계에서는 역사의 '우편향'을 우려하며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17년도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정부가 편찬한 단일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되면서 과거 '독재정치'로 알려진 박정희 정부가 강행한 국정화를 다시 회귀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국정화를 주장했다. 교과서의 잘못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고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간 교과서 국정화
유례 찾기 힘든 민주주의 '국정 교과서'

▲ 학생들이 현재 배우고 있는 검정체제의 한국사 교과서 ⓒ 뉴시스
현재 출판되는 한국사 교과서는 각 출판사에서 집필한 뒤 교육부 교과서과에 제출하면 전문가들이 심의해서 출판을 허가받는 검정체계로, 중학교 9가지, 고등학교 8가지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번 방침으로 6년 만에 다시 정부가 편찬하는 단일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국정으로 돌아가게 됐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부터 1973년까지 중·고등 11종으로 총 22종의 검정 국사 교과서가 있었다. 이후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이 긴급조치 1호를 선포하면서 국사 교과서를 1종으로 통일시켰고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정변은 5·16혁명이 됐으며 10월 유신의 정당성을 홍보했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전두환 대통령이 1982년에 교과서를 개편해 제5공화국을 미화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국사 교과서를 정부가 주도해 1종으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주로 독재정권이나 정통성이 없는 정권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만큼 민간출판사가 집필하고 국가의 검정·심의를 통과해 발행되는 다양한 검·인정 체제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2003년 다양한 교과서의 경쟁을 통해 역사 교과서의 질적 향상과 학생들에게 다양한 역사관점을 제시한다며 기존의 국정체제를 접고 현행 검정체계를 도입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대부분 검·인정제도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국가는 터키,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 3개국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북한과 베트남 등 후진국과 독재국가에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국정화 따른 여론 '거센 반발'
'짧은 편찬기간'·'우편향' 우려

이번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확정되기 전부터 찬반논란이 거셌다. 정부는 출판사마다 다른 이념적 내용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과도한 학습량을 줄여 통일된 역사지식을 제공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을 비롯한 일부 교수들은 정부의 의견 개입으로 인한 역사의 '우편향'을 우려하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다양한 역사교과서를 접할 수 있는 검정 교과서의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차가 팽팽했다.

정부의 국정화 발표에 앞서 각종 방송에서 평론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허지웅은 자신의 SNS를 통해 "철수와 영희가 싸웠다. 누군가는 영희가 덤벼서 철수와 영희가 싸웠다고 썼다. 누군가는 철수가 시비를 걸어 철수와 영희가 싸웠다고 썼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일을 빗대어 쓰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한국사 국정 교과서가 오는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되려면 남은 기간이 17개월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심의-인쇄-검수 등의 과정을 감안할 때 실제 집필기간은 채 1년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교과서 부실화의 위험성을 우려했고 지난 9월 2일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과 전국의 역사 교사 2255명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성명했다.

이들은 짧은 편찬기간과 제한된 집필진으로 인한 부실화, 세계적 흐름 역행, 독재 미화와 친일행적 왜곡 등 온갖 우려가 야기되는 가운데 현행 교과서 전체를 두고 '좌편향'이라 판단하고 바꾼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부 학계 교수들을 비롯해 시민들까지 나서 반대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일방적인 한국사 교과서의 강행했다고 비판하며 그동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 현장 역사교사와 시도교육감, 대학의 역사학 전공교수들은 물론 독립운동가 후손과 시민사회단체, 해외동포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이 우려와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 공방으로 번진 국정화
눈살 찌푸리는 국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빚어진 역사의 이념문제는 이제 정치권으로 흘러가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여당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기존 교과서를 바로잡는 '교육 정상화' 작업이라며 정부 방침을 옹호하며 검정으로 출판되는 민간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이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앞두고 1인 피켓시위를 하는가 하면 도종환·이언주 의원은 국정화의 결정이 발표되자 그날 오후 즉각 황우여 사회부 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정 교과서는 참 나쁜 교과서, 국정 교과서라고도 하기에 창피한 '박정 교과서'이자 중립적·객관적 내용이 아닌 극우세력이 답을 정해 버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교과서"라고 거듭 비판했다.

특히 이찬열 의원은 "많은 국민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데도 정부는 친일과 독재의 기록을 삭제하고 미화시키기 위한 역사 왜곡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다"며 "일본 아베 정권의 못된 우경화 정책에 따른 역사 왜곡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호소했다.

이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야당이 뚜렷한 사유 없이 황우여 교육부총리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것은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옹호하는데 불과하다"며 "교육부의 조치(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헌법정신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해임건의의 명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은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북한을 찬양하고 대한민국을 격하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가르치라는 것인가. 편향적 이념이 가득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에게 계속 배우라고 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 뉴시스
하지만 이를 접한 일부 국민들은 역사의 이념이 정치적 이념으로까지 번진 것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을 치닫는 와중에 다른 중요한 사항들은 돌보지 않고 다음 총선에만 신경 쓰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진행된 만큼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하나의 관점으로 비춰지게 될 역사교과서가 국민들이 지향하는 이념을 객관적으로 집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