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The City-44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The City-44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10.15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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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物性이란 온도차가 심하여 늘 차가움과 훈훈함의 복합체로 느껴진다.
 
밝은 곳과 대조되는 그늘진 응달이 수없이 함께 공존하고 요철의 콘트라스트로 뒤범벅이 된, 집합체가 바로 도시다. 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외관을 보지만 화가, 적어도 나의 눈에는 그런 외향적 모습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외국을 나가더라도 나는 늘 도시의 이면을 보러 나간다. 다시 말해서 밝은 곳보다 그늘진 삶의 모습들을 조명하는데 더욱 중점을 둔다는 이야기다. 음영은 늘 깊이의 폭이 밝은 곳에 비하여 심도가 있을 뿐더러 입체감을 주기 때문이다. 삶의 보다 내밀한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도 그늘이 우선한다.
 
질량이나 부피 보다 훈훈한 인성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도 훨씬 크기에 빠트려서는 안 될 소재다. 한 달 수입이 고작 30만원이 안 되는 최저 생계자와 하루 저녁 접대비를 수 백 만원 이상 쓰는 사람이 다 같이 공존하는 도시라면 그 굴곡이 드리우는 음영의 깊이가 얼마나 대비 되겠는가? 
 
늘 밝은 곳에 시선을 집중하다 보면 음영의 존재를 외면하게 되고 눈도, 귀도 멀어서 조화로움을 잃게 된다. 정치인은 서민을 외면하고 작가는 편향적 작품에만 몰입하게 된다. 
 
모든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그림에서도 이런 조화로움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빠트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대상이나 사물의 안팎을 동시에 투과해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책을 많이 읽어야 보다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