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이산가족' 기다리다 절반 사망..고통 해소 위해선 '정례화' 시급
[뉴스줌인] '이산가족' 기다리다 절반 사망..고통 해소 위해선 '정례화' 시급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10.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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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 의원, 김포 애기봉서 北 개풍군 연결 케이블카 설치 제안

"남북 이산가족 상봉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매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시즌마다 수도 없이 언급됐던 말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도 어김없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언론을 통한 눈물 젖은 현장 소식이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고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중 2차 이상가족 상봉의 경우 90명 중 90살이 넘는 상봉자만 33명, 80대 이상 고령자가 80명으로 나타나는 등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한 대다수가 고령인 만큼 사실상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상봉에 참여한 인원이 아니더라도 지난 9월 30일 기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등록 현황'을 보면 신청자 13만 409명 중 6만 3821명이 사망해 절반가량인 6만 6588명이 남았고, 연령별로 80세 이상이 53.9%로 나타나는 등 남아있는 이산가족 중 절반 이상이 고령자로 드러났다.

▲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김월순 씨가 아들인 북측 주재은 씨와 만나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눈물 젖은 이산가족 상봉
짧은 만남 후 기약없는 이별

이 때문인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더 눈물겹다. 세월을 이기지 못한 탓인지 "이이는 누구야"라며 치매로 앞에 앉은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쌌던 남측 김월순(93)씨가 작별 상봉에서 아들을 알아보고 눈물을 흘렸다.

김 할머니는 "내가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어. 우리 재은이를 만나고.."라며 아들 볼에 뽀뽀를 한 뒤 "반지 가져가라. 갖다 버리더라도 가져가라"며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빼서 북측에 두고 온 아들 주재은(72)씨에게 건넸다.

아들은 "건강하십시오 어머니. 통일되면 내가 모시겠습니다"라며 흐느꼈고, 작별 상봉이 끝났다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김 할머니는 북녘 아들에게 "나 데리고 집에 갈 거지?"라고 물었다. 끝내 아들은 버스에 타지 않았고 할머니는 오열했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헤어져 65년이 걸려 겨우 만났지만 다시 한 번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하게 된 남측 전규명(86)씨와 북측 한음전(87)씨 부부의 사연도 전해 듣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나 시집올 때 기억나", "예뻤지. 그러니까 결혼했지"라며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노부부는 작별 상봉에서 "살아 있는 거 알았으니 원 없어. 생일날 미역국 계속 떠 놓을게. 걱정 말고 잘 가슈"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을 흘리는 부인의 모습을 바라본 전 할아버지도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상봉행사 제자리..기회 '로또'
여야 한목소리 '상봉 정례화'

그동안 수차례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제자리걸음 이었다.

행사자체도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20여회가 진행됐지만, 매번 행사규모가 남과 북을 합쳐 200가족 정도로, 당국과 민간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7회)을 모두 합쳐도 헤어진 가족을 만난 사람은 2만5000명이 채 되지 않는 등 상봉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로또에 가까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봉행사조차도 남북관계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매년 4000여명 꼴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사망하면서 헤어진 가족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 세상을 떠난 가족 들을 대신해 혈육을 만나는 일이 많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일제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26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일회성 상봉이 아닌 정기적 상봉행사 등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산가족상봉의 상시, 정례화 방안을 남과 북이 함께 논의해나갈 수 있도록 당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20일 논평을 통해 "남북 당국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조속히 당국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상시화를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이복순 씨가 70년대 서해상에서 조업 중 납북된 정건목 씨와 헤어지며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애기봉 케이블카' 설치 추진
이산가족 '수시만남 가능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고 있는 이산가족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이산가족 면회소 추가 설치 및 개성관광 사업의 일환으로 새누리당 홍철호(경기 김포) 의원이 애기봉 반대편 개풍군 유천리 하조강리 일대에 남북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추가와 '애기봉 케이블카'설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철호 의원은 지난 20일 '남북 이산가족 면회소 추가 건설과 애기봉 케이블카 설치'를 통일부 및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정식 제안했다.

6만 명이 넘는 등록 이산가족들의 조속한 상봉 해소를 위해 대규모의 이산가족 면회소가 있어야 하고, 이산가족의 81.6%가 70세 이상 고령임을 고려할 때 접근성이 좋은 곳에 면회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풍군은 김포에서 교량으로 연결시 서울에서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어 이산가족이 상봉하기에는 최적의 위치인 만큼 서울에서 개성을 잇는 최단거리의 도로가 확보되어 개성공단 및 개성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

홍 의원은 김포 애기봉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개풍군으로 이동하자고도 제안했다. 접근성이 용의한 케이블카를 통해 잠시나마 북한 땅을 밟아 볼 수 있고 제한 된 구역이지만 로또 당첨되듯 온갖 절차를 거쳐 선발된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닌 이산가족들이 수시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의원은 이번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이신 점을 고려하여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며 "한강하구에 집중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는 만큼, 법안 개정안 등 후속조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강산 면회의 경우 이동거리 및 이동시간이 길어 고령 이산가족 참여가 곤란한 것은 물론 장소가 협소해 상봉 인원에도 제한이 있었지만 홍 의원의 추진 안이 통과되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이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