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나만의 겨울
[오진국의 '펼침의 미학'] 나만의 겨울
  • 오진국 화백
  • 승인 2015.10.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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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일기처럼 기록된 이 그림은 정말 나만의 겨울인지도 모른다.
 
1969년 부산 촌놈이 대학입시를 위하여 서울에 와서 그 해 따라 정말 온 세계를 뒤덮는 눈을 바라보고 느꼈던 서울의 하얀 아름다움에 반하여 나의 반평생 똬리를 여기에 틀었는지도 모른다.
 
대한극장에서 상영하던 대작 <닥터 지바고>는 한 평생 내가 동토의 '시베리아'나 '러시아' 같은 북구를 동경하는 계기가 되었고 OST로 울려져 나오는 Somewhere my love 같은 음악이 내 마음 속에 군불을 지펴왔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의 겨울은 언제나 그런 영화 같은 또 다른 인간애로 충만하였다. 살을 에는 혹한 속에 피워진 모닥불처럼 사람 사는 정이 그런 곳에 있다는 듯이...... 그래서 인지 누군가 '어느 계절이 좋으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겨울이 좋다'라고 대답을 하는 버릇이 생긴 지 오래다.
 
아마도 그것은 추운 겨울이 좋다기보다 내 마음 속의 겨울, 또 이 그림의 제목처럼 나만의 겨울이 좋아서 그랬을 지도 모른다.
 
눈이 아름다운 것은 하얗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은 모든 것을 고루 다 덮어버리고 생략함으로써 여백을 창조하기에 더 빛나 보이는 것이다. 
 
생략의 미학은 동양화의 그것처럼 여백과 운치를 더하여 많은 서정을 도출하고 다 보이지 않기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것이다.
 
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은 동양화의 여백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기법이지만 바로 그런 여백 속에서 한편으로는 '오로라' 같은 휘황찬란한 빛을 은밀하게 나만이 감출 수 있기에 더 정감을 느끼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