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메콩간 물길 바꾸는 한국인들
라오스 메콩간 물길 바꾸는 한국인들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1.05.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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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12번째로 길고 10번째로 수량이 많은 메콩강. 중국 티베트고원에서 시작해 미얀마와 라오스를 휘돌고 태국과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 남부를 통과한 후 남중국해로 흘러들어 가는 인도차이나 최대의 강이다.

원래 메콩은 ‘메남콩’을 줄인 태국말로 ‘어머니 강’ 즉, 큰 강을 의미한다. 이 메콩강을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란창강(瀾滄江)’, 베트남에서는 ‘끄울릉 강’이라 부른다. 총 연장 4,020㎞로 유역 면적만 80만㎢에 이르는 이 강은 티베트부터 라오스 비엔티안까지 상류로, 캄보디아 프놈펜까지 중류로 나뉘며 그 이하를 하류로 구분한다.

우기와 건기의 차이가 큰 동남아시아는 계절풍의 영향으로 여름부터 가을까지의 우기에는 급속도로 수량이 증가하고, 건기에는 하얀 속살을 드러낼 정도로 물이 바싹 마르는 특징을 보인다.

비엔티안을 흐르는 메콩강은 긴 세월동안 쌓인 토사가 물의 흐름을 더디게 하면서 지난 2008년에는 강둑이 범람하는 물난리를 겪었다. 당시 하상지대의 집과 논밭이 침수되고 많은 사람들이 물을 피해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메콩강의 수계를 조절하고 홍수로 범람하는 강둑을 재정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흥화인더스트리(HHI)’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바닥의 토사를 준설하고 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공사는 지난 2009년 2월에 시작, 오는 2013년 7월에 완공하는 프로젝트로 라오스 정부가 유사 이래 최대 공사로 평가할 정도다.

준설작업이 한창인 까울리에 마을에서 메콩강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투입된 흥화인더스트리 총 책임자인 최병한(62) 소장을 만났다.

최병한 소장은 이번 공사와 관련해 “현재 전체 공정의 55%를 소화한 단계로 비엔티안에 접한 메콩강변을 다 뒤 집어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공원 공사와 달리 이번 공사를 위해 한국에서 공수한 중장비를 투입하고 300여명의 직원들이 야간작업도 불사하는 등 강행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6월말부터 메콩강 수위가 높아졌는데 올해는 벌써 물이 불어 작업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며 “지금은 불어난 물로 제방축조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모래를 채취해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앞으로 비가 계속되는 우기에 접어드는 만큼 강물이 불어나기 전에 사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라오스에서 두 번 우기를 경험한 만큼 효율적으로 공사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기 때문에 전체 공정에는 차질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 소장은 “지난해 6월 태국과 마주한 대통령궁 뒤쪽 14.5Ha(약44,000㎡)의 부지에 조성한 ‘짜우아누봉 공원’을 이달 30일 라오스 정부에 기증할 예정”이라며 “라오스 국민들에게 우수한 한국의 토목기술을 보여주게 돼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하고 “한가로이 공원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라오스에 파견된 직원들 모두가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가장 큰 걱정은 메콩강 수위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작업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최근 연료비가 크게 올라 정부에서 지원하는 물가상승 지원비로는 하루 5,000리터의 유류비를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최 소장은 “짜우아누봉 공원 조성과 이 나라 최초의 한국식 아파트를 짓는 등 라오스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으로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고 말하고 “라오스 정부가 최근 국가 인프라건설에 참여할 것을 제의하는 등 우리를 믿어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돈을 빌려주고 우리 기술로 건설한다고 생각하면 부실공사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몸이 부서지도록 각자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계속 지켜봐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도 옛 선착장인 까울리에 현장 앞 메콩강은 최근에 내린 비로 강물이 불어나고 빠른 유속으로 공사가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 현장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임지고 있는 소현섭 과장은 구리 빛을 지나 흑인처럼 검게 그을린 라오스인이 다 되어 있었다.

최 소장과 함께 만난 그는 “처음에는 낮 설고 적응기간에 조금 힘들었는데 이제 이골이 나서 힘든 것조차 모르고 즐겁고 재미있게 일한다”며 “우리 직원들 모두가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끔은 부모님 생각에 밤잠을 설칠때도 있지만, 그나마 아직 미혼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고 말하고 “지금은 라오스 정부와 약속한 시간에 공사를 마쳐야하기 때문에 한국행은 잠시 미뤄 놓고 일에 열중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메콩강 제방공사는 우리나라의 유상원조자금(EDCF)을 투입해 조성하는 대형 사업으로 설계와 시공, 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한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공사를 진행하는 흥화인더스트리는 토목, 건설관련 전문기업으로 악조건 속에서도 비엔티안의 랜드마크인 짜우아누봉 공원을 약속한 날짜에 완공하면서 라오스 정부로부터 무한한 신뢰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