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일의 국가개조③] 개혁을 가로막는 '정치권의 문제점'
[박세일의 국가개조③] 개혁을 가로막는 '정치권의 문제점'
  • 정단비,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11.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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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사유화 해소하고 '뉴리더십' 등장해야

최근 '정치 개혁의 선구자'였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김영삼·김대중 양김(兩金) 시대가 민주화 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권은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계파 갈등 및 분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퇴임 후에도 상도동계를 이끌며 정계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국민을 향해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이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필담 식으로 그땐 글씨를 좀 쓰셨는데, 평소에 안 쓰시던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을 쓰셨다"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삼 정부 시절 당시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상도동계 인사로 알려진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 역시 현재 정치권에는 '개혁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 명예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선거때만 나타나는 '떳다방'식 정치를 대한민국 정당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그는 정치의 사유화를 뜯어 고칠 '뉴리더십'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천제도, 선거구확정, 비례대표 등 정치권의 현안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데일리팝>은 박세일 명예교수와의 대담을 바탕으로 '박세일의 국가개조'를 연재합니다.

Q. 현재 개혁을 가로막는 정당들의 문제점이 있다면?
 
우선 리더십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정치를 하려 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 이 두가지 문제를 우선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정치를 하는가? 또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를 한번 생각을 해보자. 이 근본적 문제에 대한 정치지도자들의 성찰과 각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정당을 제도적으로 바꾸는 문제입니다. 
 
지금은 정당이 근대적 국민정당으로서 제대로 된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당이 우선 가치정당, 정책정당이 아니며 국민정당이 아닙니다. 이익정당, 지역정당이고 선거때만 나타나는 '떳다방' 정당입니다. 이걸 이대로 두고는 새로운 시대를 못 엽니다. 정당이라는 건 동일한 내지는 비슷한 가치와 정치적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정당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모으고 교육시켜야 됩니다. 그런 가치의 기초위에서 정책을 연구해서 제시하고 그 당원 중에서 훌륭한 차세대 지도자를 뽑아 공천해야 되는데 이런 정당의 기본 기능이 전혀 없어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여의도에는 국회운영본부와 선거대책본부는 있지만 국민속으로 들어가는 국민과 소통하는 정당 본부가 없어요. 사실 제대로된 정당 본부라면 여의도에 있을 필요도 없지요.
 
그래서 '당무대표와 정무대표(원내대표)를 나누자. 정당을 이원 구조로 바꾸는 게 좋겠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여의도에서의 국회의원활동지원과 관리 예산 법률 등 국회대책 은 정무대표가 중심이 되어 하게 하고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당활동 즉 당무는 별도의 독자의 실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것을 당무대표가 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국민 속에 당이 없습니다. 선거 때만 나타나지 국민 속에 당이 없어요. 앞으로는 국민 속에 당 조직도 확대하고 당원들도 교육하고 그 중에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한편으로는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정책을 연구하고 그 정책을 들고 그 인재가 국회로 갈 수 있게 해 주는 이런 당이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당원들과 나아가선 국민들과 소통하는 당이 있어야  합니다. 당의 이러한 살림을 맡은 사람들은 국회의원일 필요는 없지만 국회의원보다 힘이 더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지 한 100년을 이어가는 정당이 나오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바뀌어도 당이 일관적인 이념과 가치 그리고 철학 위에서 국가비전과 국가전략을 세워 나갈  수 있습니다. 같은 정당인데 대통령이 바뀐다고  정책이 180도로 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어요. 당이 중요한 거에요. '이런 사상과 철학과 정책을 가진 우리 당을 대표하여  당신이 나가  대통령 하십시오.  당신이 나가  국회의원 하십시오. 가서 이러한 당이 만든 비전과 정책들을 추진하십시오' 이래야 하지 지금은 각자가 당의 힘을 빌려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된다음에는 제멋대로 한단 말이에요. 그럼 당이라는 의미가 없죠.
 
Q. 진정한 정치개혁이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새누리당의 경우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들여 만들어 놓고 대선후보가 되면 전부 각자 자기 정책자문기구를 따로 만듭니다. 당의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자기를 도와주는 팀이 별도로 있어도 좋지만 당 후보가 되면 여의도연구원과 힘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어 공약개발 정책개발을 하여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당이 그만큼 공적인 성격이 없어요. 정치가 공당을 통하여서가 아니라 사적인 소수 정치지도자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니까 당 속에도 국민들 속에서도 뿌리가 없는 거에요.
 
지금도 당지도부 중심의 전략공천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것도 하나의 차선책이지만 오픈프라이머리를 할거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원래는 당원이 하는 겁니다. 당원이 안하고 국민한테 물어보려면 당의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겁니다. 당이 자기 나름의 독자의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있어야 되는데 그냥 정치지도자들이 자기 계파들만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건 사당이죠.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지금 사유화 내지 사물화 됐었고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공적인 목적이 없어졌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고쳐나가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당을 바꿔야 되겠다는 비전을 가진 리더십이 새로 등장해야 되고 그 리더십은 내가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이냐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자기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뉴리더십'이 나와서 당을 그런 방향으로 바꿔나가면 당원이나 아마 국민들은 굉장히 지지할 것입니다. 그 고비를 넘어야 됩니다. 그게 정치개혁입니다.
 
정치개혁이라는 건 내용을 바꿔야지 '국회의원 특권을 낮춘다' 그건 별 의미가 없어요. 엘리베이터 탈 때에 혼자 타지 않고 일반인하고 같이 타게 한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가요. 미국에는 국회의원 혼자 탑니다. 일이 바쁘니까 왔다갔다하다 보니 방문객보다도 더 그 사람들이 바쁘니까 국회의원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그게 무슨 특권의식 때문에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을 가지고 '아 개혁했다' 이런 허구가 어딨습니까. 진짜 내용을 바꿔야지 리더십도 바꾸고 당 개혁도 하고 그래서 평상시에 국민 속으로 당이 들어와야 합니다.
 
불만이 있을 때 내 지역의 지역당 가서 얘기하고 풀어줘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지금은 국회의원한테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러니 개별 국회의원 중심이지 당은 없잖아요. 그러면 국회의원들도 힘들고 당도 의미가 없게 되죠.
 
Q. 공천제도, 선거구확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공천제도에 대해서는 여러 조건이 미비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완전한 제도가 안 나옵니다. 오픈프라이머리나 전략공천이나 어떤 쪽이 100%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근데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공천제도를 정한 다음에 그 과정을 통하여 가능하면 신보수, 신진보를 많이 공천해 달라는 겁니다. 신진보와 신보수가 많이 나올 수 있는 공천제도는 역사적으로 볼 때 올바른 제도입니다. 근데 이게 다시 구보수, 구진보가 나와서 많이 뽑히는 공천제도가 되면 어떤 명분을 주장하여도  그건 반역사적이 될 것입니다. 역사를 후퇴시키는 공천제도가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로 선거구확정 문제가 있는데 본래 선거구확정은 제3자가 하는 겁니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국회의원들이 해요. 이건 잘못된 거에요.  이익을 나누는 일을 이해당사자한테 어떻게 시킵니까.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나 제3자들이 선거구확정문제를 풀도록 맡기는 게 옳다고 봅니다.
 
Q. 비례대표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비례대표를 줄이자 없애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굉장히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국가 운영이라는 게 지역대표성만 가지고 안됩니다. 나라에는 지역공간도 있지만 직종/직업공간이 있습니다. 정치라는 것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만을 대표해서 끝나지 않습니다. 직종과 직업의 이해관계도 대변하여야 하고 또한 국정운영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분야별 정책전문성도 많이 요구됩니다. 동네 일만 잘하는 사람한테 국가운영을 맡기면 국가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리고 요즈음은 세계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세계정치의 감각을 가진 인재도 필요한 시대입니다. 합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비례대표입니다.
 
국가경영에서 지역대표성 뿐 아니라 직종과 직업의 대표성도 반영하여야 하고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정책전문가들도 모아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비례대표를 훨씬 늘려야 되고 제가 볼 때는 앞으로 2분에 1은 비례대표로 하는 게 좋다고 봐요.
 
그리고 앞으로 지역정치는 상당 부분이 지자체에서 소화해 나가야 됩니다. 지자체장도 있고 지방 의원도 있잖아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시골에서 어떤 분이 자기 농장에서 전화를 하니까 휴대폰이 안 터진다는 거에요. 그래서 국회의원한테 불만을 얘기해서 내려오라고 하고 의원은 어쩔 수 없이 내려갔죠. 도대체 그런 문제는 지역 의원들이 풀어줄 문제지 국회의원한테 갈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한심한 일이지요.
 
더구나 요즈음 국회의원에 뽑히는데 급급하다 보니 중앙정치는 없고 지역정치만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만 다니지요. 이 점이 대한민국 정치의 질을 떨어트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죠. 국회의원이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금 청소년 문제들이 정말 얼마나 심각한지 노인문제는 어떠 한지?  세계경제 무역패턴변화는 어떠한지? 양극화의 정도는 어떠한지? 미국 일본 중국의 최근의 세계외교전략은 어떠한지?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이런걸 다 아는 사람,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아 내야 하는데 지금의 지역구만가지고 그게 전혀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비례대표를 뽑는 겁니다.
 
그러면 그 제도를 살려나가야 될 텐데 제도는 그런 뜻에서 잘 만들어 놓고 지금은 변질됐어요.  제가 한나라당 당시 비례대표 공천을 했을 때 그때는 비례대표가 얻은 표가 지역대표가 얻은 표를 합계한 것보다 많았습니다. 그게 무슨 얘기냐면 야당의원을 찍은 사람도 비례대표의원은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분을 많이 보셔왔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다 압니다.
 
근데 요즘은 여야를 불문하고 비례대표를 공천할 때 뇌물도 받아먹고 수준이 안되는 인사를 공천하고 혹은 특정이념에 편향된 사람들만 공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국민이 볼 때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죠. 그러니 국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지금 아애 없애자 그리고 지역구를 늘리자 이렇게 되면 나중에 직종대표성, 정책전문성 그 다음에 세계정치 부분은 누가 해줍니까. 비례대표의 공천과정을 보다 공정합리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하여 나라의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내는 노력을 하는 것이 비례대표제도 개혁의 정도라고 봅니다.
 
(대담=정단비 기자, 정리=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