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브리프] 한중 FTA에 붙은 '1조원 기업 준조세' 바로 잡아야 (上)
[한선브리프] 한중 FTA에 붙은 '1조원 기업 준조세' 바로 잡아야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12.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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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한림대학교 겸임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기획홍보위원장

한중(韓中)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말 협상 타결 이후 1년 만으로 연내 발효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중 FTA 협상은 미일(美日)로부터 중국 편중 외교니 한미일 체제의 와해니 하며 갖가지 억측을 불러왔다. 단순한 관세절감, 수출확대 등 경제적 실익 차원을 넘어 한미 FTA와 함께 G2시대 미중 양국 간 이해 대립의 완충이라고 중간자적 외교 지평 확보 등 국제정치적 의의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개혁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때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는 뉴질랜드와 베트남 FTA 외에 한-터키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따른 비준 동의안도 처리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을 제외한 양자 간 FTA, 미·EU·중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거의 마무리하고 한중일 FTA,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T(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그리고 FTAAP(아태자유무역지대)와 같은 메가 FTA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가히 FTA 글로벌 허브로 발돋움함으로써 동아시아 GVC(Global Value Chain)강화에도 이바지 하게 되었다. 최근 세계 경제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저성장 기조 및 GVC 약화로 인해 새로운 위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한중 FTA 발효는 메가 FTA 시대를 앞당기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동반성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 우리 수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경쟁국 일본이 참가한 TPP 협상이 타결된 상황에서 주요 제품의 관세 철폐나 인하로 첫해 13억 달러 수출 증가와 10년간 연간 6조원 관세 절감이 예상된다. 동시에 우리 기업이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선진기업과 대등한 경쟁과 협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뭄에 단비임 셈이다.

그러나 한중 FTA가 향후 10년간 실질국내총생산(GDP)을 0.96%, 20년간 무역수지를 연평균 4억3300만 달러 개선하려면 단순한 관세 인하만으로는 어렵다. 중장기 장밋빛 시나리오에 현혹되기보다 그에 버금가는 국내 개혁과 동시에 수출기업의 수혜분은 해당기업 책임 하에 수출 유망분야 경쟁력 강화에 우선 배분함으로써 여타 경쟁기업의 캐치업(catchup)을 따돌릴 수 있어야 한다. 국내의 피해 예상 업종과 기업의 구조조정 등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도 한시적이고 최소한에 그치고 대신 자구노력을 우선 해야 하며 통상 산업 당국은 오로지 중국과의 2차 협상을 통해 자유화율 제고와 양국 간 관세 이외 각종 비관세 장벽 철폐 완화와 산업기술 협력 강화에 주력해야 마땅하다.

'상생협력지원사업기금' 자발적 기부는 기업 목 죄기

이런 점에서 이번 한중 FTA 추가 보완대책은 실망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존의 무역 조정지원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 노력은 커녕 국회의 자의적 판단에 의거한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여야는 비준안 심의에 앞서 여야정(與野政) 협의체를 구성하여 '농어촌상생협력지원사업기금'을 비롯한 농어촌 지원을 중심으로 한중 FTA 추가 보완대책에 합의했다. 가장 냉정하게 대처해야 할 정부가 여야 정치권 협의에 합세하여 그 결과를 추인해 주는 형국이 되었다.

이 결과 피해 보전 직불제 보전비율 인상, 밭 농업고정직불금 단가 인상, 농어업인 정책자금 금리 인하, 연근해 어업과 양식어업 소득 비과세 한도 인상 등으로 향후 10년간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의 무역조정 지원제도 하에서 지원폭을 확대한 것이므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농어촌상생협력지원사업기금' 조성이다.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1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야당이 주장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기술적, 법리적 문제 등으로 도입이 불가능 해서 유보되었던 '무역이득공유제'를 이름만 바꾸어 도입한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의 대응이 지혜롭지 못하다. 농·수협을 제외하고 기부금 납부 대상 기업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할당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어떤 기업이든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낼 수 있으며 나아가 세액공제, 기부금 손금산입,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므로 해당기업의 순부담도 크지 않다고 강변한다. 이처럼 정부는 인센티브로 기부를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그 대상은 누구인가. FTA로 인한 피해계층은 한정되어 있지만 수혜계층은 특정화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발적 기부를 강제하기는 매우 어렵고 공평성에도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설령 1조원을 조성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를 어디에 어떤 명목으로 사용할 것인지 나아가 실효적 지원은 가능할 것인지. 당장에는 중국 농수산품의 수입 증가가 클 수도 있으나 오히려 불량농수산품의 수입억제 등으로 중소제조업의 수입피해가 더 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소제조업의 피해보전과 경쟁력 강화에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부는 기금 조성액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부족액을 충당하는 예산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되면 야당이나 농민단체 등으로부터 약속을 해놓고 집행을 않는다고 비판과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면 정부는 기부금 모금에 나설 수밖에 없고 기업은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눈치를 보면서 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이 정권 초기에 흔히들 자행했던 행위이다. 정권 초기 이렇게 반기업적으로 몰아가다가 후반에 정권이 예외 없이 불안해지고 경기가 후퇴하면 친기업적으로 급선회하면서 공정경쟁 질서를 바로잡지도 못했고 정권의 권위만 실추시키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글로벌 허브를 지향하는 지금 정부가 여야 정치권과 한통속이 되고 있어 한심하다. 결국 기업으로 하여금 새로운 입지를 찾도록 강요하게 되고 세수 기반은 약화될 뿐이다.

소비자 후생 증대 분에 대한 부가세 증세 쉽지 않아

정부는 관세 수입이 줄어든 만큼 피해자이지만 기업도 대중 수출에서 중국시장 경쟁 격화로 인해 반드시 수혜자라기 어렵다. 대중 수입의 경우에도 경쟁적 수입업자라면 국내 경쟁 격화로 마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경쟁적 FTA 시대를 맞아 중국시장은 이제 바야흐로 경쟁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원화 강세만큼 수출 가격을 인상할 수 없고 원화 약세만큼 수출 가격을 내려도 물량은 크게 늘지 않는다. 그런데도 기업에게만 별도로 부담을 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다. 오히려 중국의 저가 공세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국내 중소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어촌 지원은 중소기업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혜자는 양질의 저렴한 수입원자재를 수입가공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경쟁적 수입시장으로 인해 가공제품의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한 수혜자는 양질의 저렴한 중국제품 소비로 후생이 증대한 소비대중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기금 조성재원은 부가세 인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후생 증대분을 과표로 측정하기란 용이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증가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이를 부가세 증세의 형태로 흡수하여 피해자의 소득보전에 투입한다고 할 때 그 결과 피해자 소득감소 보전이 소비와 투자 증대, 부가가치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 의문이다.

한중 FTA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소비자 후생증대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는가.

둘째, 세수 중 부가세수는 약 1조원이므로 이의 10%를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10년간 투입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부가세가 특정목적세화 하는 순간, 조세중립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셋째, 농수산업의 피해규모는 과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결과는 대부분 현재의 한중 양국의 기술수준을 주어진 것으로 가정한 추세적 전망일 뿐이다. 동시에 현 단계의 한중 FTA는 민감 품목인 농수산물의 경우 '서로 덜 열고 덜 얻어낸' 반쪽 FTA이다.

지금까지의 FTA의 개방수준과 비교하면 개방 효과가 크지 않다. 실제 한중 FTA 개방 수준은 품목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역대 FTA 중 가장 낮다. 특히 농업 분야는 쌀·쇠고기·고추·조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민감한 품목의 피해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 Brief'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