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춘추전국시대] 믹스커피 시대는 끝?..'동서'의 아성이 무너진다
[카페 춘추전국시대] 믹스커피 시대는 끝?..'동서'의 아성이 무너진다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6.01.14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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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믹스커피 시장의 절대강자 동서식품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바로 길 건너 하나씩 개업하는 카페 때문이다. 이제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 손쉽게 타먹던 믹스커피가 아닌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익숙한 시대가 됐다.

1976년 인스턴트 커피와 크림, 설탕을 배합해 1회용 봉지 커피를 탄생시킨 동서식품은 이후 36년 동안 업계에서 판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에 믹스커피는 동서식품의 매출 70%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 커피 시장이 원두커피, 스페셜티, 고급 에스프레소 등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으며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은 물론, 커피 애호가들은 이제 커피를 집에서 스스로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비싼 커피'라고 여겨졌던 원두커피가 더 이상 '비싸지 않게' 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더불어 편의점까지 드립커피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은 '세븐카페'를 선보인지 1년 만에 1000호점을 오픈했고, 지난해 87.7%의 매출신장률을 보였다.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는 지난 4일 시무식에서 세븐카페를 올해 3000개까지 늘리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 발간한 '가공식품 마켓 리포트 조제커피편'에 따르면 2014년 국내 믹스커피 소매시장규모는 전년보다 9.4% 감소했다. 이는 2012년과 비교하면 14.7%가 줄어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동서식품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서의 주가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14일 종가는 3만원선이 뚫린 2만98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주가가 2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8월 4만7900원이라는 최고가를 찍은 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것이다.

동서식품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한 1조1195억원이다. 2012년 1조5603억원, 2013년 1조5303억원, 2014년 1조5056억원으로 매년 매출이 줄고 있다.

동서식품이 지분 문제로 수출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동서식품은 김상헌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서와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인 크래프트 푸드 홀딩스(크래프트)가 각각 50%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인데, 크래프트는 중국 등 해외에 자회사를 통해 진출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동서식품은 믹스커피를 대체할 스틱원두커피인 '카누'를 내놓으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마트, 편의점 등 기존 동서식품이 활용하던 판로에도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디야, 카페베네 등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스틱원두커피를 만들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롯데푸드와 한국네슬레가 합작한 롯데네슬레코리아도 광범위한 롯데의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동서식품을 위협하고 있다.

한편, 동서식품의 다급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지난달말 코스닥에 상장한 한국맥널티의 신제품 '아이브루'를 두고 '카누와 포장이 유사하다'는 내용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맥널티는 원두커피 유통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로 1만3250원으로 시작했던 주가가 14일 종가가 2만3200원까지 올랐다. 이에 업계에서는 동서식품이 맥널티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동서식품은 지난 2014년 중소기업 앞에서는 원두커피 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 놓고 뒤로는 신제품을 내놓는 꼼수를 부렸다는 원성을 받기도 했다.

원두커피 적합업종에 대한 재지정 합의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난 가운데, 동서식품 측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지키기위해서 원두커피 시장이 커지는 건 동서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다'라고 의견을 전했으나 한달 만에 원두커피 신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동서식품 측은 신제품이 아닌 리뉴얼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동서식품도 원두커피를 놓칠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 앞으로 동서식품이 어떠한 돌파구를 찾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