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브리프] 이번이 北核 막을 마지막 기회 (下)
[한선 브리프] 이번이 北核 막을 마지막 기회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6.03.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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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고려대학교 교수/전 통일부장관

북핵문제에 관해서 한국이(제가 해석하는) 중국에 대해서 갖는 솔직한 감정은 두 가지입니다. 즉, 한편으로는 '기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라는 반대 감정이 상존합니다. 기대는 당연히 중국이 그래도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기여를 해주지 않을까하는 바램입니다. 우려는 "'역시나' 중국은 립서비스만 하고 결정적일 때는 역할을 못해"라고 하는 생각 같은 것입니다. 과거는 우려가 기대보다는 확실히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중관계가 경제와 인적 교류 등 으로 근본적으로 변해가면서 이러한 상존하는 반대 감정 사이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박근혜-시진핑 정부 들어서 한중관계가 가까워지면서 기대의 측면도 더불어 상당히 증가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정부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한중관계를 쳐다보는 일반 국민들 생각에는 그래도 중국정부가 역할을 좀 해줄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연초부터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은 우리의 그러한 기대에는 솔직히 못 미치는 것입니다. '국가이익' (national interest)이 걸린 치열한 문제인데 그렇게 기대하는 인식은 너무 감성적이며 따라서 '나이브한' (naive)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그러한 생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아마도 제1세션에서 한·중의 전문가들 사이에 심도 있는 토론이 오고 갈 것으로 봅니다만 과연 중국 정부는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 어떠한 인식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좀 전에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적어도 제가 이해하는 한국 정부의 인식은 '절박감'과 '위기감'입니다 (물론 우리 정부는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습니다만). 저는 '지금' 우리가 북핵 개발을 막지 못한다면 멀지 않는 미래에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 간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는 점을 누차에 걸쳐 천명해 왔습니다만, 이제 무언가 이를 위한 '시급한 행동'이 취해지지 않는 한 이를 지키기는 객관적으로 어렵게 되어있다고 봅니다.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배가 산을 넘어가는" 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중국이 혹시 우려하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 문제도 핵개발을 못함으로써 기실 더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 사이에 반드시 '비례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한국은 한중관계가 소중합니다. 중국이 우리 경제의 제1교역대상국인데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중 인적 교류의 최대 국가인데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중관계는 다방면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하고, 그럴 잠재성을 무한히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적극 참여하였을 뿐 아니라 앞으로 국제 다자 제도들에서도 서로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다만 한국은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북핵문제가 서산을 넘어가는 것을 지켜 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이 그러한 상황이고 따라서 무엇이든 이것에 도움이 되는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중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문제도 그렇습니다. 세계의 어느 정부도 치명적인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에 직면하여 그에 대응하는 자위적이며 방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사드배치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북핵문제의 시급성이 없었더라면 사드배치가 현 시점에서 거론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문제가 본말이 전도되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로 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북핵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면 중국이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견실하게 유지해 나갈 것이지만, 그러나 한중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의 이해에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북한 제재 문제에 돌아가서 한 말씀 드려야 하겠습니다. 북한 제재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면서 북한의 반발도 거세질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상상력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북한의 반응은 두 가지 일 것입니다. 하나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여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강대강 (强對强)으로 더욱 세게 나오는 것입니다. 둘 다 현실적으로 상정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 두 가지 행태를 다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번 목함지뢰 사태 때처럼 우리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며 강력하게 나가자 이에 반발하면서 소위 최후통첩까지 보내는 제스처를 썼지만 이내 대화하자고 전격 제의하면서 자세를 낮췄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미국은 모든 전략 자산을 다 동원하여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또한 대북제재법을 발동해 놓은 상태입니다. 유엔제재가 코 앞에 와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은 3월에 시작하게 되어있고, 을지훈련까지 군사훈련은 8월 중순에야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지금의 한국 정부의 기조를 보아서는 이 기간에 한국이 대화를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만약 이번에 중국까지 나서서 북한 제재에 강력하게 나서기 시작하면 북한은 극심한 대외적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김정일 정권 시에는 핵실험과 연관하여 유엔제재를 포함한 대외적 압박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정도의 압박은 김정은 정권에게는 초유의 일일 것입니다. 더구나 김정일 정권에게 취해졌던 압박보다도 훨씬 더 큰 강도로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과연 김정은이 이러한 압박에 직면하여 어떠한 태도로 나올지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강대강으로 나올 것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더구나 중국의 태도를 보고자 그리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 제재에 내성을 길러왔기 때문에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김정은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대내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제5차 핵실험도, 광명성 5호 발사도 각오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각종의 군사도발도 각오하고, 경계하면서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대응의 노림수는 한 가지입니다. 국제사회의 분열을 노리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 사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국내의 여론 분열을 노리는 것입니다.

사실 북핵문제의 이면은 북한정권의 핵도발에 미국과 중국 등의 초강대국까지 휘둘림을 당해왔다는 다른 사실이 존대합니다. 영국과 프랑스만 안 들어가있지 실상은 유엔의 5대 상임이사국 중에 서로 비토를 행사하는 양대 그룹인 미국, 중국, 러시아가 다 6자회담의 참여국입니다. 이들이 북한에 휘둘려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제안보의 아이러니입니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로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님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 고삐를 틀어쥐고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때까지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21세기도 이미 초반은 지나가고 있는 지금에도 한반도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구시대적 유물 같은 이슈에 사로잡혀 미래로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가 모두 경제 위기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머리를 짜매고, 또 한편으로 21세기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지혜를 모르고 있는 시점입니다. 북한 핵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반도는 미래에도 이 문제에 발목이 잡힘은 물론 동북아 전체가 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에게는 악몽임에 분명하고, 중국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봅니다.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자본주의 하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들입니다. 세계 경제성장 역사에 살아있는 신화입니다. 그리고 한중의 협력이 이러한 성장을 가속화 시켜왔습니다. 이러한 협력과 성장은 미래에도 이루어질 것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한국과 중국 서로의 국경이 맞닿아있는 북한만이 이러한 역사의 선순환을 스스로 거부하며 고립된 섬처럼 남아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안보라는 앵글만을 통해서 쳐다보면 문제의 전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역사와 미래와 발전이라는 보다 크고 높은 시각을 통해서 볼 때 전체가 보입니다. 북한의 미래는 핵무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 가진 그 성장 에너지에 있습니다. 이 에너지를 공유하고자 할 때 북한의 미래는 열립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도 첫 번째 열쇠를 열어야 합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이 원고는 2월 24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한중동북아포럼에서 발표된 기조연설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