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상경해 홀로 8년째 생활하고 있는 직장인 A씨(35)는 한 가구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5평 남짓한 원룸에 거주하면서 수면만 취하던 A씨는 최근 각종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작은 공간을 근사하게 만드는 '셀프 인테리어'를 보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 것이다.
평소 비싸다고만 느껴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관련 업계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아이템들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누구나 쉽게 취향에 따라 집을 꾸미는 이른바 셀프 인테리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쿡방' 이은 '집방', 내 방은 내가 꾸민다
'1인 가구' 증가에 관련 업계도 호황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TV에서는 앞서 '쿡방(요리 방송)'을 통해 혼자서도 근사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면, 이제 '집방(집 꾸미는 방송)'을 통해 누구나 쉽게 셀프 인테리어를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방송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있는 집안 인테리어가 공유되는 문화가 확산되고, 또 큰 돈을 들여 전문가들의 시공을 거친 개조가 아닌 일상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비법이 공개되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 거주하는 '싱글족'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앞서 2000년대 초반에도 자신만의 가구를 만드는 'DIY(Do It Yourself)' 열풍으로 셀프 인테리어가 주목받았다가 점차 인기가 주춤한 바 있지만, 이전과 달리 전·월세를 임시거처로 생각하기보다 짧은 기간 머물더라도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은 이들이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갖추며 자신만의 삶을 누리는 싱글족들은 '작은 사치'를 통해 자기 만족을 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국내 브랜드 '한샘'의 경우 지난해 한샘몰에서 판매한 소가구·수납장 등이 2009년 대비 6배 성장했으며, 현대리바트는 리클라이너(1인 소파), 싱글침대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 신장했다.
1인 가구용품의 호황에 힘입어 한샘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3분기까지 43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3318억원)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에넥스도 같은 기간 7555억원, 리바트는 지난해 694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국내 상륙 1주년을 맞이한 '이케아'는 연매출 3080억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롯데마트는 지난 3일부터 저렴한 가격으로도 효과적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셀프 홈 인테리어' 관련 상품들을 모아 '내가 만드는 나만의 드림룸, 셀프 홈 인테리어 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지난해 'DIY 소가구'(37.3%), '조명'(8.8%), '벽지'(98.6%)가 신장하는 등 최근 비전문가가 직접 간단한 시공을 통해 공간을 꾸미는 과정을 체험해보는 '집방'이 인기를 끌고, '셀프 홈 인테리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지난해 6월 일산 킨텍스 이마트 타운에 '더 라이프'를 오픈하고, 국내 주거환경 및 생활습관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로 집을 꾸미기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계에서도 '미니 전자레인지', '미니 밥솥' 등 아기자기하면서도 근사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1인 가구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셀프 인테리어는 큰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기준 전체 가구의 15.6%를 차지했던 1인 가구는 지난해 50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이는 전체 가구수의 27%를 차지할만큼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4%를 육박해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싱글족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삶의 만족도 향상 등이 맞물리면서 싱글족들의 '내 방 꾸미기' 열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