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이니미니,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산다면?…범인과의 두뇌게임
[북리뷰] 이니미니, 누군가를 죽여야만 내가 산다면?…범인과의 두뇌게임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3.06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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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들로 몰아가는 추리 소설…독자의 선택은?
▲ M.J. 알리지 소설 데뷔작 이니미니

사람들은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식사는 어떤 메뉴로 할지, 옷은 무엇을 입을지 등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진로설계, 노후준비 등 중대한 선택까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때로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우리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영국의 추리소설 '이니미니'는 이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끝내 맞이하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 '출산 휴가' 등으로 진입 장벽이 세워지는 여성 직장인들의 사회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독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유도하고 있다.

밀폐된 장소, 두명의 인질 그리고 한 개의 총알
상대방을 죽여야 살 수 있다

영국의 TV 드라마 작가 출신인 M.J. 알리지는 탐정추리소설 이니미니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니미니는 '이니 미니 마이니 모(eeny meeny miny moe)'에서 따온 단어로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라는 뜻의 영미권 문장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에서는 납치범에 의해 감금된 두명의 인질이 상대방을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가혹한 운명을 맞이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특히 인질들은 사랑하는 연인, 직장 동료, 엄마와 딸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가며, 독자들로 하여금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하는 질문을 쏟아낸다.

실제로 소설에서 감금된 인질들은 차마 상대방을 죽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이 다가오자 결국 어쩔수 없는 선택을 하는가 하면, 애초에 상대방의 목숨은 신경쓰지 않은 채 살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또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상황부터 제비뽑기를 통해 죽음을 결정하는 방안, 같이 죽음을 선택하는 등 같은 상황에 처했음에도 다양한 선택이 펼쳐진다.

작가는 "인간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나는 '생존 본능'으로 인해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풀려난 인질들도 결국 죄책감에 자살을 선택하는 등 더 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해 이 선택에는 답이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살인 사건 지휘하는 '女형사' 헬렌 그레이스
'유리 천장' 여성 직장인의 현실 지적

잔인하고 끔찍한 연쇄 납치 살인사건을 총 지휘하는 주인공 '헬렌 그레이스'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체력과 카리스마, 똑 부러지는 일처리로 상사는 물론 부하 직원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다.

이처럼 작가는 소설 속에 빈번히 '여성임에도'라는 문맥 흐름을 이어가 우리나라 여성 직장인들의 이른바 '유리 천장(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이라는 현실이 영국 사우스햄튼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소설에서 헬렌의 상사 휘태커가 "여자 치고 그 자리(수사반장)까지 올라갔으면 충분히 보답한 것 같은데"라는 문장에서 여실이 보여준다.

특히 헬렌의 부하 직원이자 평소 그녀를 존경해 오던 또다른 여성 수사관 '찰리'는 그토록 원하던 임신을 했지만, 직업의 특성상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못하고 행정직으로 발령이 나는 것이 두려워 임신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더욱 열심히 수사에 매진한다.

결국 수사 중 큰 부상을 당하면서 동료들로부터 휴식을 취하라는 권고를 받지만 이를 거절한다.

찰리는 경찰서라는 곳이 여전히 여성혐오증이 난무하고 여성의 연약함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문제였다. 만약 출산휴가라도 쓰게 된다면 행정직이나 시간제 근무로 옮기게 될 것이 뻔해 '일과 아이'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작가는 헬렌과 찰리를 통해 결혼과 출산이 여성의 직장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느것을 고를까요' 이니미니는 다양한 문제를 다뤄 독자들에게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쉽지 않은 질문들을 연일 쏟아내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끔 몰아가고 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