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민의 '유니버설 디자인'] 장애인 복지관, 이렇게 꾸며주세요
[조명민의 '유니버설 디자인'] 장애인 복지관, 이렇게 꾸며주세요
  • (주)밀리그램 조명민 대표
  • 승인 2016.03.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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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밀리그램 조명민 대표

예전에는 장애인 복지관은 혐오시설로 간주하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은 우리 모두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한다는 인식 개선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을 아름답게 지으려는데 노력을 하고 있다.
 
필자는 장애인의 물리적 환경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곳의 복지관을 자주 방문한다.
 
어느 해 초겨울 신축한 장애인 복지관을 방문했다. 멀리 숲 속에 예쁜 복지관이 보였다. 건물 중앙에는 중정도 있고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그런데 크고 시원시원하게 뚫린 창에는 신문지, 달력 등 뭔가가 잔뜩 붙어있었다.
 
이유는 똑같은 크기에 창문이 건물 사방에 뚫려 있다 보니 프로그램 진행이 많은 오후 시간대에 자연 채광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는 방향의 공간은 덥고 자연 채광이 안 들어오는 공간은 추운 현상이 생긴 것이다.
 
감각적으로 예민한 장애인의 특성과 복지관의 겉모양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세심한 배려를 하여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에 자연 채광이 많이 들어오는 방향의 창은 작게, 자연 채광이 안 들어오는 방향의 창은 크게 하고 자연 채광을 조절할 수 있는 차양을 설치해야한다.
 
또 다른 예를 보면 그 복지관도 신축 건물이었고 실내 설계를 의뢰받고 방문을 했다. 큰돈을 투자해서 만든 건물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실내로 들어가 보니 외관과는 다르게 형편없었다. 각 실들은 SGP 칸막이로 시공되어 보기에도 좋지 않고 방음도 전혀 안됐다. 더 심각한 것은 준공 후 프로그램을 정하고 이용자의 인원을 파악하고 실을 만들다보니 창문이 없는 실도 생기고 안정감 있게 꾸며야하는 심리치료실에는 뾰족한 창문이 생기기도 했다.
 
복지관의 건축을 하기 전에 정확한 인구 조사와 욕구 조사를 하여 프로그램 계획을 미리 해야만 이러한 예산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환경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많은 과학자들이 입증한 바 있다. 비장애인일 경우 약간의 불편함은 참을 수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약한 장애인은 작은 자극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며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낀다. 복지관을 많이 만들어 많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보다 쾌적한 물리적 환경 속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진국형 복지관을 생각해봐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