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 브리프] 알파고 쇼크와 대한민국 교육개혁:심층학습(deep learning)의 실현 (上)
[한선 브리프] 알파고 쇼크와 대한민국 교육개혁:심층학습(deep learning)의 실현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6.04.12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완 한국미래교육연구원장

최근 우리 사회에는 알파고의 세찬 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동안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일상생활에는 관련이 없어 보였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정부는 국가 R&D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했다. 현재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총리가 주재하는 이 회의는 정부 부처 간 조정 역할에 어려움이 있으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특정 주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알파고 쇼크(AlphaGo Shock)에 대해 '전략회의' 하나를 신설한 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닉호를 발사한 스푸트닉 쇼크(Sputnik Shock)에 대한 미국의 대처를 상기해 본다. 미국은 10년 내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선언을 하고, 항공우주국(NASA)을 발족하고 초·중등학교에서 수학·과학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교육 과정을 개편했다. 현재 미국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을 보면 60년 전 미국 정부가 위기를 맞아 바른 대응을 한 것이 돋보인다. 먼저, 목표를 분명히하고, NASA와 같이 일하는 기관을 만들고,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을 바꾸는 일이 결과적으로 성과를 가져 왔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알파고 쇼크를 과학기술의 문제로 생각하고, 교육에서는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알파고와 같은 새로운 쇼크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없거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동안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대해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알파고는 우리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좋은 사건이다. 알파고 쇼크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의미에서 교육개혁을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심층학습(deep learning)의 필요성

현대 사회의 발달하는 기술과 문명은 기계화, 자동화, 고급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추세는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인재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들은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계화 및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으며, 그나마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고 있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의 고급화로 인해 능력을 갖춘 고급 인력이 아니면 취업하기 어렵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6년 3월 현재,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12%에 이르고 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지칭하는 6C's 는 소통(communication), 협업(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인성(character), 그리고 시민의식(citizenship) 등이다(Fullan, M. and Langworthy, M, 2014). 우리나라에서 현재와 같이 교사가 주도하는 강의식 수업을 통해 이러한 능력을 키워 주기는 힘들다. 강의식 수업은 주입식으로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기억하도록 하여 학생들이 시험을 잘 보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겠지만, 지식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지식이나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데 얼마나 기여할 지 의문이다.

따라서 21세기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성을 갖춘 창조적인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교수학습법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21세기 핵심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새로운 학습의 방향은 지금까지 많이 아는 것만 추구하는 '표층학습(surface learning)'으로부터 많이 알면서 동시에 깊이 알고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심층학습(deep learning)'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Fullan, M. and Langworthy, M, 2014). 즉, 향후 우리나라의 가장 핵심적인 교육개혁 의제는 표층학습에 머물고 있는 기존의 학교교육을 심층학습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학습의 영역별 심층학습의 의미

학습은 일반적으로 인지적 영역(認知, cognitive or thinking domain), 정의적 영역(情意, affective or feeling domain), 그리고 심체적 영역(心體, psychomotor or kinesthetic domain)의 세 영역으로 나눈다. 인지적 영역은 지적(intellectual)이며 학업적(academic)인 내용을 포괄하고, 정의적 영역은 감정과 정서, 태도, 가치관, 신념(emotion/attitude/value/belief) 등의 인성적인 내용을 포괄한다. 그리고 심체적 영역은 운동감각과 신체(physical)의 발달 등을 포괄하며, 주로 직업기술, 음악, 미술, 체육 등의 분야에서 정신과 육체가 훈련을 통해 같이 발달하는 것을 말한다.(Bloom, 1956; Anderson and Krathwohl, et al, 2001).

이 분류는 1956년 Bloom이 처음 발표한 이래 수십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많은 학자들은 지금도 이 분류를 따르고 있다. 또한 이 분류는 전통적으로 동양과 서양사회에서 해 온 '지덕체'의 분류와 맥을 같이 한다. 서양에서 교육은 교육과 훈련(education and training)이란 용어로 자주 사용되어 왔고, 훈련은 자연스럽게 교육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동양에서도 학습(學習)은 배우고 익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육은 아는 것을 물어 보는 시험 중심의 교육에 함몰되어 실험과 실습, 훈련 등을 통해 몸에 익히는 것을 소홀히 할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관리하는 사회정서 능력을 기르는 정의적 영역도소홀히 하고 있다.

21세기 핵심 역량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실천 능력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핵심 역량은 인지적(認知的) 영역, 정의적(情意的) 영역과 심체적(psychomotor) 영역의 심층학습을 통해 길러진다. 그러므로 그동안 우리 교육이 소홀히 해 온 인지적 영역의 고차원적, 주관적 사고능력 개발과 정의적(情意的) 영역, 그리고 심체적(psychomotor) 영역의 중요성이 21세기 교육에서는 새롭게 더 많이 강조되어야 한다.

이 글은 한반도선진화재단 'Hansun Brief' 통권 3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