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잘 빌리면 藥 나도 '빛테크' 나서볼까
돈도 잘 빌리면 藥 나도 '빛테크' 나서볼까
  • 이광용 기자
  • 승인 2011.07.01 1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택담보대출 능력만큼 빌리고 가능한 장기가 유리
부채 상환액은 월소득 20~30%이하로 유지해야
조기 상환 수수료 없는 마이너스 통장도  이용할만

일반인에게 빚은 ‘독’인가 ‘약’인가.

안지고 사는게 좋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빚을 얻어 투자를 했는데 대출금리보다 수익이 높다면, 이는 훌륭한 재테크 기술이다.
 
이를 레버리지(Leverage)라고 부른다. 빌린 돈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의 수익률을 높이는 기법이다. 쉽게 말한다면 ‘빚을 통한 투자’로 설명할 수 있다.

빚 중에 좋은 빚과 나쁜 빚을 제대로 구별해 투자한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른바 ‘빚테크’다. 이자율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모지기론을 대출받았다면 좋은 빚이고, 소비 지출을 위해 얻은 돈은 나쁜 빚에 속한다.
 
예를 들어 대출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이나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눠서 갚을 수 있는 학자금 대출 등은 좋은 빚이다.

이와 달리, 생활이 빠듯한데도 당장 필요치 않은 생필품이나 사치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한다면 나쁜 빚이라 할 수 있다. 가진 돈을 불리는 것만이 재테크가 아니다.
 
돈을 잘 빌려쓰는 것도 훌륭한 재테크의 출발이다. 남의 돈 쓰면서 자기 주머니를 불릴 수 있는 빚테크 노하우를 알아본다.

◇빚테크의 원리 = 대출을 적극 활용해 강남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큰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얘기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빚은 가급적 지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투자라는 확신이 섰다면 얻어쓰는 투자도 해볼만 하다. 적절히 이용하면 자산을 불리는데 유용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급등하던 시기에는 다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일단 목좋은 곳에 아파트 등을 구입해 두면 은행금리의 수 십배, 수 백배의 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만큼 빚테크의 원리는 단순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이같은 패러다임을 무작정 따르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최근처럼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는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낭패를 겪을 수도 있다.

수익률 0%인 소비성 지출을 위해 대출을 한다면 그것은 나쁜 빚이다. 특히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쓰거나 할부로 물건을 사는 것은 최악의 빚이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연 13~27.5%, 할부 수수료율은 10~20%에 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출받는게 이득일 때도 있다 = 직장에 다니는 미혼여성 천모씨(31)는 아버지의 사업이 어렵게 되자 독립을 결심했다.
 
월급 130만원을 받는 것이 전부인 천씨는 여유자금이 없어 보증금 500만원에 매달 25만원씩 내는 월세를 얻어 살고 있다.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담보가 없는 데다 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만기 때 목돈 갚을 자신도 없어 차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따져보면 천씨는 현재 2000만원을 연 15%의 비싼 이자를 내는 것 만큼의 월세를 물고 있다. 따라서 천씨처럼 고정 수입이 있는 서민들의 경우 전세자금을 무담보로 신용대출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
 
천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영세민들을 위한 전세자금 신용대출 금리는 대체로 5.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면 월 10만원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출을 통해 매달 15만원씩 절약해 이 돈으로 원금을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에 대출 없이 월세로 사는 것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재테크가 되는 셈이다.

◇부채 규모는 순소득의 40% 이하 =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매월 부채 상환액이 월 순소득의 40% 이하인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물론 부채의 성격에 따라 적정 부채비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카드할부금, 자동차할부금, 신용대출 등 실생활과 직접 관련된 소비성 대출은 소득의 20% 이하이어야 부담이 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재산세·보유세 등 주택과 관련된 대출은 35% 이내가 적정하다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다.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최소한 자기자본이 50%를 넘어야 한다.
이보다 보수적인 부채운용을 권장하는 전문가들은 부채 총액이 자기자산의 40% 이내이고, 월 소득에서 부채상환액을 20~3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통상 5년 이상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땅 매입 같은 경우는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필요가 있고, 반대로 정기적인 월 수입이 기대되는 상가 등의 경우는 월 수입만큼 부채규모를 늘릴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능력만큼만 = 내 집 마련의 부족한 자금은 주택담보대출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갚아나갈 능력만큼만 대출 받으라는 것이다.

자신의 소득 수준을 무시하고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다가 나중엔 결국 자신이 샀던 주택을 싼 값에 내놓거나 신용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컨대, 직장인 A씨가 1년 거치·19년 상환 조건의 6.8% 고정 금리로 1억원의 모기지론을 대출 받는다고 가정하자. A씨는 첫 1년간 매달 약 56만7000원을, 나머지 19년 동안은 매달 78만2400원을 갚아야 한다.
 
이 경우 매년 차질 없이 빚 갚는데 940만원을 쓸 여력이 되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대출을 결심했다면 15년 이상 장기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1년 동안 상환한 대출 이자에 대해 1000만원까지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 직장인 A씨 연봉이 7900만원이라면 소득 공제를 대출 이자로만 1년에 192만원 받을 수 있다.
 
아울러 매월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 나가며 원금을 줄여나가는 분할상환 방식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에 이자만 갚다가 나중에 몰아서 원금을 갚으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통장 활용 = 광고회사에 다니는 정모씨(34)는 매월 25일인 월급날 며칠 전만 되면 돈이 다 떨어져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아 버틴다.
 
현금 서비스 금리가 높다는 건 알지만 워낙 짧은 기간인 데다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내 돈 찾아 쓰듯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습관적으로 빼서 쓴다.

그러나 현금 서비스는 워낙 단기 대출이라 이자부담을 체감하지 못하고 쓰지만 이자가 연 20% 정도로 매우 높다.
 
따라서 안정적인 직장 에 다니면서 연체도 거의 하지 않아 신용도가 높다면 당장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연 7~8% 수준인 직장인 신용대출에 비해 대개 0.5~1% 정도 금리가 더 붙지만 조기 상환에 따른 수수료 없이 수시로 필요한 돈만 쓸 수 있어 단기 대출 고객에게 적합하다.
 
가령 1년에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이자는 실제 사용한 금액과 사용한 날 만큼만 내면 되기 때문에 신용대출보다 오히려 적은 이자를 내는 셈이다.
 
다만, 대출금의 대부분을 1년 동안 모두 빼쓴다면 차라리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불필요한 대출은 먼저 갚아라 = 자영업을 하는 조모씨(43)는 수입이 일정치 않은 탓에 2000만원 정도를 신용대출 받아 통장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쓴다.
 
그러면서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싼 채권형 변액보험에 매달 50만원씩을 꼬박꼬박 넣고 있다. 조씨의 경우 대출을 줄이는 것도 재테크의 방법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대출금을 상쇄하면 수월하게 돈을 모을 수 있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라면 금감원이 만든 ‘서민용 맞춤대출 안내서비스’(www.egloan.co.kr)를 이용하는 게 좋다. 본인의 신용조회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서 300여개 금융회사의 대출상품가운데 적당한 것을 추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주거래은행을 만들 것을 충고한다. 은행별로 개인의 신용은 물론 얼마나 자주 거래하느냐에 따라 연 10% 이상 벌어질 정도로 금리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은행별쪾카드사별로도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차가 크므로 만약 새로 거래은행이나 카드사를 고른다면 먼저 금리를 꼭 확인해야 한다.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은행금리는 은행연합회(www.kfb.or.kr), 카드 현금서비스 금리는 여신금융협회(www.crefia.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학자금 대출 받아 취직 후에 갚아 나가기 =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 부모의 연금 저축을 깨면서까지 노후를 위태롭게 만들 필요는 없다.
 
정부가 보증하는 학자금 대출 등을 이용하면 자녀 이름으로 1인당 최고 4000만원까지 최장 20년 동안 나눠 갚을 수 있다. 부모가 신용불량자라도 상관이 없다.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교육을 마치고, 직업을 가진 후에 조금씩 갚아나가라는 취지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 보증 학자금대출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대출 신청 기간’을 넘기지 말고, 대출 사이트(www.studentloan.go. kr)에 접속해 대출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대출 가능 금액 등은 통계청의 소득 10분위 자료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활용해 환산한 가구소득 분류자료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7.05% 수준인 학자금 대출은 대학생이 이용하기에 양호한 수준이다.

◇빚으로 주식하면 낭패볼 수도 = 아무리 높은 투자 수익이 기대된다 하더라도 빚을 내서 주식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주식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도 “빚이란 심장을 향해 고정된 칼과 같아서 사고가 나면 심장에 깊은 구멍이 생길 것”이라며 “절대로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당부할 정도다.

최근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주식담보대출’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또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대출 금리는 7% 안팎으로 신용대출에 비해 싼 편이지만 주가는 변동성이 큰데다 주식이 담보로 묶이니 그만큼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