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탐방] 일본가정식 '메시야', '따로 또 같이' 각자 왔지만 한 식탁에서 같은 메뉴
[혼밥 탐방] 일본가정식 '메시야', '따로 또 같이' 각자 왔지만 한 식탁에서 같은 메뉴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5.12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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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변하는 메뉴, 10인용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가격은 다소 비싸
▲ 서울 이태원에 자리한 일본가정식 '메시야'

'엄마, 오늘 메뉴 뭐야?' 어릴적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저녁 메뉴가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설레임을 느껴본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귀가 후 식탁에 앉아 부모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 간 식사를 하는 풍경이 일상이었지만, 혼자 지내다 보면 가족과 함께하던 식사는 추억 속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1인 가구 증가의 영향 등으로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 문화도 발달하면서 혼밥의 큰 어려움은 없어졌으나, 어릴적 향수를 충족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일본가정식 식당 '메시야'는 이같은 향수를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곳으로,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는 사회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일 1메뉴' 제공하는 일본가정식
어릴적 가정집 향수 재현

서울 이태원에 있는 '메시야'는 간판없이 외관 인테리어가 깔끔하게 돼 있어 식당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입구 앞에 놓여진 보드판에 조그맣게 적힌 '일본가정식'이라는 글씨를 보고 식당임을 짐작할 뿐이었다. 메시야는 일본어로 '밥집'이라는 뜻이다.

메시야의 내부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원테이블) 하나와 창가쪽에 마련된 4인용 테이블 하나가 전부일 만큼 작은 편인데,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아 잠시 대기해야 했다.

▲ 메시야의 내부 모습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1일 1메뉴'로 운영해, 선택의 고민 없이 매일 다른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가정식인 만큼 밑반찬은 장국과 샐러드, 오이, 순두부, 연근튀김, 과일 등 8가지가 나오며 메인 메뉴가 변경되는 식이다.

메인 메뉴는 카레, 고로케, 나스동(가지덮밥) 등 현재 9가지로 운영되는데, 기자가 탐방한 날의 메뉴는 '규동'이었다.

지인과 같이 식사를 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원테이블을 사용하다 보니 중간에서 혼밥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마찬가지로 혼자 방문한 기자도 원테이블 끝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테이블 바로 뒤에 오픈된 주방이 있어 조리하는 직원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치 가정집에서 어머니가 식사를 준비하는 풍경을 연상시켰다.

살짝 덜 삶은 계란이 올려져 있는 차돌박이규동은 느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새콤한 밑반찬도 많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잘 어울러지는 맛이었다. 특히 연근튀김은 마치 감자튀김 같은 맛이 났는데 바삭한 식감도 좋았다.

▲ 일본가정식 메시야의 '오늘의 메뉴' 규동

식사 중에 20대 중반의 한 여성 A씨가 맞은 편에 합석했다. A씨는 "근처에 살아서 (메시야를) 알고는 있었는데 식사하러 온 것은 처음이다. 평소에도 혼자 식사를 즐겨하는 편인데 이곳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메시야 메뉴의 평균 가격은 1만5000원이며, 이날 먹은 규동의 경우 1만6000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단골이 많아 직장인들의 식사시간인 오후 12~1시는 피해야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또 2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메시야를 운영하는 김현우(32) 사장은 다소 독특할 수 있는 원테이블 배치에 대해 "일본에서 살았을때 가족의 품이 그리웠다"며 "한 식탁에서 다같이 앉아 같은 음식을 기다리던 가정집의 풍경을 연출하고자 했는데, 이제는 이게 (메시야의) 컨셉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오픈 초기에는 모르는 사람끼리 혼자 식사하러 왔다가 번호를 교환하고 결혼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