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션노조 대표 "부끄러운 패션업계, '열정페이' 종지부 찍어야 한다"
[인터뷰] 패션노조 대표 "부끄러운 패션업계, '열정페이' 종지부 찍어야 한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5.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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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못 미치는 보수에 야근은 밥먹듯..열악한 근무환경 개선돼야
▲ 지난해 '열정페이 규탄 청년, 노동,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한 패션노조·알바노조·청년유니온 등 관계자들 ⓒ 뉴시스

일부 청년들은 당장의 보수보다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진로 결정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보수 보다는 미래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보수, 일명 '열정페이'를 받으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점은 개선돼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턴 다수 고용 사업장 151곳을 감독한 결과 전체의 68.2%인 103곳이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시정 조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저임금·무급인턴을 강요하며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를 지급한 사업장이 45곳 이었으며, 이들 업체는 1041명의 인턴에게 총 11억여원을 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도제식 교육 관행으로 열정페이가 팽배하다는 패션업계에서는 청년들이 노조를 만들어 이같은 관행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최저임금은 커녕 월 10만원, 30만원을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열정페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봉 디자이너는 지난해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1년이 넘은 시간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상봉 디자이너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청년단체들은 "지난해 공식 사과는 모두 거짓"이라며 패션디자이너 지망생들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데일리팝은 열정페이 현실에 처해있는 패션업계의 실상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배트맨D'라 불리는 패션노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트맨D 패션노조 대표 ⓒ 뉴시스

Q. 패션노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다른 분야에 있다가 패션 쪽으로 왔다. 그러다가 함께 공부하는 어린 동기들이 사회에 나가 40만원, 50만원을 받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이었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더군다나 청년들 스스로가 자기권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빼앗겼는지 조차 모르고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고, 제가 사랑하는 패션을 위해 눈감고 모른 체 할 순 없다는 생각에 자료들을 수집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Q. 패션노조의 조합원 수는 얼마나 되는가?

조합원 수는 열정페이 이슈가 한창일 때 50여명을 넘은 뒤 현재는 답보 상태다.

Q. 노조원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가입을 하게 됐나?

A. 자율적으로 패션노조 커뮤니티를 통해 가입 하는데, 열정페이에 신음하는 동생을 위해, 당사자는 물론 제3자, 열정페이를 당하게 될 상황인 학생까지 이유는 다양하다.

Q. '열정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패션업계의 노동 착취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는데, 근무 환경이 어느 정도로 열악한가? 또 모든 패션업계가 이같이 운영되고 있나?

이상봉 디자이너의 급여논란에서 보여지듯이, 재력과 명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페이를 그렇게 지불했고, 만성적인 관행, 악행이지만 모든 패션업계가 이같이 운영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업체, 특히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 소속된 오너디자이너업체의 근로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이는 지난해 특별근로감독의 결과로도 나와 있고 또 최근에 연합회에서 자체적으로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에도 잘 나와 있다.

Q. 노조 활동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가장 큰 성과를 이룬 활동 하나만 꼽아달라.

크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이다. 온라인에서는 정보전달과 함께 소통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창구로써의 역할이고, 오프라인은 이슈를 터트리는 장으로써 활용하고 있다.

활동 중 성과라고 한다면 '특별근로감독'을 이끌어 냈고, 급여를 떼인 청년들을 대신해 급여도 받아주고 인턴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일 큰 성과는 '열정페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알려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갔고 청년들의 삶과 처해진 환경에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열정페이 논란 중심에 선 이상봉 패션디자이너 ⓒ 뉴시스

Q. 최근 이상봉 디자이너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임 회장이 들어서면 패션업계의 환경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나?

그들은 현재의 외부적인 변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불신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 보수를 보듯이 변화를 싫어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의 구축'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만 개선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론적인 '응답 메시지'만 메아리처럼 울리게 될 것이다.

Q.패션노조에서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패션업계의 선진화 근로환경의 체질적 변화다.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그 산업도 발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Q. 패션업계에서 노동착취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업계나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산업의 특성상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하는 업체가 많다. 다만 소수라는 것은 영세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산업의 특성이다. 이러한 특성상 가족 같은 분위기를 운운하며 갑질이 행해지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미래가 불안한 청년에게, 성공을 꿈꾸는 사람에게 업계가 좁다는 이유로 '패션마피아' 같은 행위를 염치 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스스로 자각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정부는 '노동법'을 지키는지 잘 관리감독 해야겠지만, 잘 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Q. 패션노조의 향후 활동 목표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패션업계의 선진화 그리고 인간성의 회귀', 21세기 물징만능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은 정말 중요하다. 적당한 말로 떼우면 안되고 정당한 보수가 주어져야 한다.

Q. 끝으로 패션업계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힌다.

우리의 패션계는 부끄러운 시대에 있지만, 이는 누가 쥐어 준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었고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패션노조의 활동만으로 한계가 있다.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런 악습을 종지부 찍어야 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