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이 3만여개에 육박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접근성이 좋은 마트 같다는 장점 외에 뚜렷한 특징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특정 편의점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 범람하면서 일부러 편의점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김혜자, 백종원, 혜리 등을 전면에 내세운 스타 도시락은 기존 편의점 식품의 인식을 벗기면서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이 합리적인 가격과 맛을 겸비했음에도 아직까지 영양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에 육류 보다는 채소를 많이 첨가해 마치 집에서 먹는 밥 느낌을 주는 도시락이 등장하더니, 건강기능식품 '홍삼'을 첨가한 제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홍삼 삼각김밥' 이어 '홍삼도시락' 출시
홍삼 맛·향 느낄 수 없어..무난한 '한끼 식사'

세븐일레븐은 한국인삼공사와 협업해 지난 4월 26일 '홍삼닭가슴살 삼각김밥'을 출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홍삼불고기 도시락'을 출시했다. 홍삼도시락은 홍삼김밥과 마찬가지로 홍삼 농축액을 넣어 지은 밥을 이용해 만든 제품이다.

한국인삼공사는 앞서 홍삼김밥 출시를 결정할 당시에도 자칫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석 섭취 식품에 유명 홍삼 브랜드인 정관장의 재료가 들어간 제품에 대해 여론분석 소셜메트릭스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각종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건강할 것 같다', '맛이 궁금하다', '별로일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반응들로 인해 세븐일레븐 내에서도 홍삼도시락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여의도 인근에 있는 세븐일레븐을 둘러본 결과 A매장의 직원은 "출근 시간인 오전 8~9시 사이면 홍삼김밥과 홍삼도시락이 전부 팔린다"고 답한 반면, B매장은 "찾는 사람이 없어 폐기 처리되는 경우가 빈번해 아예 발주를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삼도시락 보다는 기존 세븐일레븐의 베스트셀러 '혜리 도시락' 시리즈의 인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홍삼도시락은 혜리 도시락과 비교해 가격은 3700원으로 200~800원 정도 저렴한 편이지만, 반찬 구성에서는 크게 뒤쳐지기 때문이다.

혜리 도시락이 평균 5가지, 많게는 11가지의 반찬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홍삼도시락은 0.26%의 홍삼농축액을 사용해 지은 볶음밥과 버섯불고기, 호박전, 볶음김치로 다소 초라한 구성이다.

가장 궁금한 사항은 홍삼 맛의 여부일 것이다. 기자가 홍삼도시락을 먹어본 결과, 색다른 맛일 것 같다는 기대치와 달리 홍삼의 맛과 향기 모두 느낄 수 없는 평범한 볶음밥 느낌이었다.

세븐일레븐은 이에 대해 홍삼 특유의 쓴 맛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도 있기 때문에 홍삼 맛이 나지 않도록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볶음밥은 간이 약하고 밥도 질었지만, 불고기의 간이 세기 때문에 함께 먹기 좋았다. 다만 볶음밥 안쪽은 제대로 볶이지 않았는지 흰 쌀밥의 모습이었고, 불고기의 대부분이 버섯으로 이루어져 있는 부분은 아쉬웠다.

그 외 호박전은 간이 하나도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볶음김치나 불고기와 곁들여 먹기를 추천한다.

전체적인 시식평은 색다름 없는 무난한, 부담 없는 한끼 식사였다.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홍삼도시락을 시식해 본 블로거 5명(세븐일레븐·정관장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블로거 제외)도 모두 맛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줬다. 하지만 홍삼 맛은 느낄 수 없다는 평가와 반찬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같이 나왔다.

한편 소량이긴 하지만 소비자의 건강을 고려한 편의 식품을 출시한 세븐일레븐은 앞으로도 영양과 건강을 테마로 한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