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에 산다] 여유없는 2030이 집중하는 건 '나만을 위한 공간'
[내 방에 산다] 여유없는 2030이 집중하는 건 '나만을 위한 공간'
  • 이용진 기자
  • 승인 2016.06.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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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남의 집'이라는 개념 보다는 '내 공간'이라는 인식 강해

2030 세대의 1인 가구 대다수는 집 보다는 '방'에 살고 있다. 부엌과 거실, 침실이 구분없는 1개짜리 원룸은 독립을 하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던 '집'이라는 개념 보다는 '방'이라는 표현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이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불리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월세'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증가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사람들이 '자신의 방'이라는 공간에 집중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집순이, 집돌이라는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부터 자신의 방을 SNS에 자랑하는 '방스타그램'이라는 문화도 생겼다.

집은 '휴식을 취하는 곳'
"혼자 집에서 할 일 많아"

지난해 8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집의 의미'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81.9%가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답했으며, 70.4%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점점 많아진다'고 말했다.

▲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

특히 75.2%가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고 전했으며,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는 취미생활(40.6%)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책 읽기(35.4%), 영화 보기(29.6%), 공부하기(27.1%), 음악듣기(24.2%), 요리하기(21.6%), 집꾸미기(21.0%)가 뒤를 이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결국 '혼자'하는 활동으로도 해석된다. 더불어 혼자하는 활동은 비교적 저렴하게 자기계발이 가능하며,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돼 시간도 절약된다.

지난 19일 발표된 KT경제경영연구소-나스미디어의 '2016 타깃리포트'에서도 20대를 비롯해 전령대가 생활 시간 소비 대부분을 '개인을 위한 시간'으로 소비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경쟁적인 사회에 살아가면서 힐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그냥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 있고 싶은 것이다.

실제 위의 조사에서 91.4%는 자신에게 집은 '휴식의 공간'이라고 답한 것으로 보면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내 방의 '품격'을 높이자
월세라도 '개성'을 담는다

올해 방송계에서도 '쿡방'이 가고 '집방'이 왔다고 할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집 꾸미기'도 나의 집을 조금 더 안락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프로그램의 말을 빌리자면 '내 방의 품격'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에 예전에는 월세방이 남의 집 같아서 쉽사리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방에 포인트를 준다든지, 느낌있는 가구를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합리적이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덩달아 가구나 조명은 물론 벽지나 침구, 카펫,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안을 꾸미는 '홈퍼니싱'이 유행을 하고 있으며, 바닥 시공이나 도배까지 셀프로 해결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황에 따른 홈퍼니싱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온라인 집들이'를 검색한 결과

이와 함께 꾸민 내 방을 불특정 다수에게 SNS으로 보여주는 '온라인 집들이' 개념의 문화가 형성되면서 타인이 직접 집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예쁘게 꾸며진 내 집을 보여줄 수도 있게 됐다.

실제 '온라인 집들이', '원룸 집들이' 등을 인터넷 검색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방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무엇인가를 보여주길 좋아하는 SNS 세대는 저렴한 방법으로 집 꾸미는 방법, 셀프 인테리어 노하우 등을 공유하며 개성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집을 활용하고 있다.

집 자체를 소유하는 개념을 대신해 합리적인 투자로 자신만의 '방'을 만드는 이 같은 새로운 문화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길 원하는 SNS 세대들의 욕구가 있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