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族, 어서와" 증가하는 1인 고객 겨냥한 커피전문점의 마케팅
"나홀로族, 어서와" 증가하는 1인 고객 겨냥한 커피전문점의 마케팅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8.06.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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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트렌드 부합한 매장 인테리어·편의시설..식사·디저트 메뉴도 진화
▲ 엔제리너스커피 건대역점의 1인 테이블 ⓒ 엔제리너스커피

취업준비생 A씨는 오전부터 가방을 챙겨 매일 가던 커피전문점으로 향한다. 4000원대의 커피를 한 잔 시켜 스펙을 위한 어학공부를 시작하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독서를 하고, 오후가 되면 노트북을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가다듬고 기업들의 채용정보를 확인하는 일상을 보낸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거나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던 커피전문점이 최근에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문화·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장소로 탈바꿈되고 있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570명의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준비 어디서 하나요?'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카페(37%)가 학교도서관(17%)·독서실(6%)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그 이유로 '자유롭고 정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2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혼자 밖에서 해본 활동 중 '커피·디저트 먹기'가 59%로 나타날 정도로, 카페를 방문하면 혼자 앉아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거나 공부·업무를 하고 있는 이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커피전문점은 혼자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이들을 위한 맞춤형 메뉴와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나홀로 방문객 33% 증가 스타벅스
와이파이 설치 증가한 커피빈

스타벅스가 객단가를 기반으로 추정한 나홀로 방문객의 수는 2014년과 비교해 33%나 증가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는 매장의 서비스와 편의시설이 1인 고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혼자 카페를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메뉴의 품질 만큼이나 매장 내의 편의서비스와 인테리어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카페에서 콘센트와 무선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스타벅스 측은 "테이블에는 노트북 등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전원 콘센트가 설치돼 있고, 무선 와이파이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간단한 식사도 하고, 뉴스 콘텐츠를 검색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오직 1인 고객을 위한 제 3의 공간이 최근 나홀로족 트렌드에 부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피빈의 경우 함께 방문하는 지인과의 소통을 지향하면서 매장 내에 콘센트와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매장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커피빈 관계자는 "전체 240개 매장 중 학생과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50여개의 매장에 와이파이가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 스타벅스 이마빌딩점 내부 전경 ⓒ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더 나아가 책을 보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1인 고객이 많은 대학가 매장인 연세 백양로점과 젊은 층의 방문빈도가 높은 광화문역점에 1인 고객을 위해 테이블당 좌석 1개씩을 배치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1인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1인용 테이블도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기존 매장의 인테리어를 바꾸기는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새로 입점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제리너스도 지난해부터 상권에 맞는 컨셉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 중에 있으며, 특히 홀로 방문한 1인 고객과 스터디족을 배려해 높은 파티션으로 공간을 분리하거나 바 형태로 테이블을 구성하고 좌석마다 콘센트를 설치했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이전에는 카페가 만남의 장소였다면, 최근에는 혼자 방문해 시간을 활용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1인 좌석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사대용 푸드메뉴의 증가
빙수도 1인용 시대

스타벅스는 매장의 편의서비스 만큼이나 식사대용 푸드메뉴를 1인 고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2006년 출시한 모닝세트의 판매 신장율은 매년 평균 30% 가량 늘어나고 있고, 이같은 수요에 따라 2010년부터는 브런치 세트를 오후 3시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간편식은 혼자서 식사나 간식으로 먹기 적당해 나홀로 고객들에게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미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은 커피뿐만 아니라 브레드, 샌드위치, 케익 등 식사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인용 '수정과 빙수'를 출시한 엔제리너스커피는 성장하는 1인 가구 등 다양해진 소비자 층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4월 1인용 눈꽃 빙수를 추가로 출시했다. 엔제리너스 측은 "합리적인 소비 가치를 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1인 사이즈의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시한 1인용 빙수 가격은 6900원으로, 2인 빙수 가격(1만1000원)에 비해 약 63% 수준이다.

갈수록 혼자 방문하는 이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1인용 빙수의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같은 기간 약 23.1% 증가했다.

▲ 할리스커피의 치킨리조또(왼쪽)와 카페베네의 베네글

카페베네는 베이글과 크림치즈를 소비자의 입맛대로 조합할 수 있는 '베네글'을 통해 바쁜 현대인에게 든든한 한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베네글은 전체 매장(3월 기준 850개) 중 80%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판매량이 100만개를 돌파했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베이글 같은 경우 아침식사를 못하는 고객층을 겨냥해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 또한 지난해 7월부터 치킨리조또·맥앤치즈·펜네그라탕·라자냐 등의 플레이트 메뉴를 출시했으며, 이들 메뉴의 올해 2월 매출은 1월과 비교해 105%, 2월에 비해 3월 증가분은 112% 증가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할리스커피 측은 "최근 혼밥족(혼자 밥먹는 사람들)이 늘고 아침을 집에서 먹지 않는 직장인들이 많아 커피전문점의 모닝 메뉴가 늘고 있고, 또 바쁜 직장인들이 커피전문점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어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