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서 '세 가지 유지' 강조
정세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서 '세 가지 유지' 강조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6.08.1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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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국회의장이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모식에서 추도사를 연설하고 내려가고 있다. ⓒ뉴시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사에서 세 가지 유지에 대해 강조했다.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을, 정치적으로 '통합의 정신'을,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평화의 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한 정 의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배 정치인들에게 늘 '국민의 손을 놓지 말고 반발짝만 앞서나가라'"고 말했다며 "DJ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 가지 유지를 실천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비롯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 대표 등 3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아래는 추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일곱 해가 되었습니다.

대통령님의 존재가 늘 그리웠지만
오늘 당신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건
대한민국이 처한 안팎의 상황이
매우 고단하고 엄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이래
대통령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당신께서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늘
"국민의 손을 놓지 말고
반발짝만 앞서나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일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고 판단하라고 강조하셨을 만큼
국민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각별한 분이셨습니다.

당신께서 대통령직에 취임하던 때는
IMF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
국민 모두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었습니다.

취임사 도중
“죄 없는 국민들이 당하는 고통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키시던 당신의 모습을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곁에서
노사정위원회의 중책을 맡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정말 많은 곡절과 어려움 속에서
손을 놓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대통령님의 눈물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고,
마침내 노사정 대타협이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정치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철학과 소신 그리고 비전을
몸소 보여주고 앞장서 실천하셨던대통령님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 가셨습니다.

투옥, 망명, 연금.
그리고 다섯 번의 죽을 고비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불의와 타협하거나 꺾이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용서와 사랑으로 보듬고 일어섰던 당신이었습니다.

숱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강인한 의지로
민주화와 인권, 평화와 통일의 길에
일생을 바치셨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IMF 국가부도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내셨습니다.
또한 햇볕정책으로 남북화해와 협력의 길을 열고
정보화 추진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통해
경제도약과 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들어주셨습니다.

대통령님이 아니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빛나는 업적입니다.

오늘 이 순간 우리가 겪고 있는
민생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평화의 위기 앞에서
당신께서 보여주신 혜안과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기만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우리에게
세 가지 유지를 남겨주셨습니다.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을,
정치적으로 '통합의 정신'을,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평화의
'3대 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님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 가지 유지를 실천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7주기 행사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당신께서 생전에 꿈꾸었던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피어오르는 나라'로 나아가는
새로운 다짐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가까운 훗날,
대통령님의 영전 앞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모습을 고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국회의장 정세균,
삼가 분향합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