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라마 '혼술남녀', 당당한 혼술족이 될 것인가, 고독한 혼술족이 될 것인가
[리뷰] 드라마 '혼술남녀', 당당한 혼술족이 될 것인가, 고독한 혼술족이 될 것인가
  • 박양기 기자
  • 승인 2016.09.12 1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tvN에서 매주 월화 11시 방송중인 혼술족을 위한 방송 '혼술남녀' ⓒtvN홈페이지 혼술남녀 프로그램소개

시작은 '나 혼자 산다'였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영상으로 함께 감상한다. 1인 가구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고 서로를 회원님이라 칭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감정을 공감한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찬가지로 혼자 사는 삶의 느낌을 공감하기도 하고, 나와 다른 모습에서 뭔가를 얻기도 한다.

그 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혼자 사는 이들의 냉장고를 소개하고, '헌 집 줄게 새집 다오'에서는 원룸을 리모델링해주기도 했다.

점차 방송프로그램도 1인 가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더니 최근 프로그램 자체 취지를 1인 가구에 맞추는 경우가 늘어났다.

tvN에서 이런 트렌드를 놓칠 리가 없다.

9월 초에 시작한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주인공들이 술집에 앉아, 편의점에 앉아 혼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자에게는 혼자 술을 마시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싫어서, 누군가와 같이 있기에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등 공통적인 감정은 만약 저 상황에서 누군가 옆에 있었더라도 크게 도움이 안 됐을 것이란 거다.

'내 아픔을 나누기보단 혼자 삭히는 것이 이렇게 혼자 마시는 한 잔의 술이 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 '혼술남녀' 중

'혼술남녀'는 예능이 아니라 드라마다.

지금까지 나온 혼자 사는 사람들은 보통 예능에서 등장했다. 그들이 혼자 사는 모습은 신선하고 당당했다. 하지만 혼술남녀의 주인공들은 다르다.

지금은 잘 나가는 학원 강사지만, 과거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며 혜택받거나 진급하는 것에 상처받던 진정석(하석진)은 혼자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 누군가의 강요도 싫고, 듣기 싫은 얘기를 억지로 듣는 것도 싫다. 그냥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즐기면서 마실 수 있는 혼술이 좋다.

박하나(박하선)는 힘든 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면서 마음을 담아 날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혼자 삭히고 혼자 술을 마신다. 

이들 외에 공시 준비를 하며 늘 자기 자신과 싸우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나온다. 그들은 공시생이다. 고시원 앞 술집에서 삼삼오오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각자가 시험을 준비하던 기간도, 과정도, 각오도, 환경도 다르기에 그들에게도 서로에게는 말 못 할 얘기가 있다. 그런 이유로 그들도 혼자 술을 마신다.

무거운 얘기만 있는 것 같지만, 진지한 얘기 속에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침샘 자극하는 안주가, 거품이 올라오는 시원한 맥주가 우리의 생각을 잠시 정지 시키는 효과를 줘 드라마의 흐름에 탄력을 준다.

통계청의 2015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방송프로그램에서 그들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다.

각자의 상황이 모두 제각각인 1인 가구의 상황에서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인지, 어떤 재미있는 트렌드를 만들어 갈 것인지 기대가 된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보다는 2인 식사부터 가능한 식당, 혼자왔냐고 되묻는 종업원, 혼자 가면 빨리먹고 나가야할 것 같은 분위기 등 혼밥, 혼술족을 민망하게 하는 문화에 얼마나 파급력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흥행을 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박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