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로 관계 경색"
한ㆍ일 정상회담, "위안부 문제로 관계 경색"
  • 신민주 기자
  • 승인 2011.12.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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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지 편치않은 한일정상 ⓒ뉴스1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18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팽팽한 이견을 표출함에 따라 양국관계의 외교적 대치 국면이 가일층 심화되는 양상에 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우선적이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반면, 노다 총리는 기존 일본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노다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된 '위안부 평화비'의 철거를 요청하기까지 하자 이 대통령은 일본 측의 성의가 없으면 제 2, 제 3의 평화비가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물론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처음으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부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 해결을 촉구했다는 점은 양국간 외교사적 측면에선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위안부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한 데에는 국내의 비판적 여론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 방문을 사흘 앞둔 지난 14일 방일 관련 브리핑때만 해도 "위안부문제를 논의하러 가는 것으로 보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문제를 거론할 경우 자칫 한일관계가 악화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모든 게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여 위안부문제 거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었다. 양국 관계도 중요하지만, 격앙되고 있는 국내 여론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없다는 고민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경우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지난 13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평화비'를 건립했는데 이에 대해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이 유감을 표명하고 평화비 철거를 요청하고 나선 상황 등 때문에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평화비 철거 요청에 대해 "정부가 막을 일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우리 정부는 나아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양자협의에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한일청구권협정에 규정된 중재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15일과 11월 15일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양자협의를 일본 측에 공식 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표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일본 측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에서 17-18일 이틀간의 방일 기간동안 위안부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사실상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일본 오사카 민단본부 강당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위안부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영원히 한일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측에 대한 설득전도 다각도로 펼쳤다.

이 대통령은 "그 분들이 살아있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양국이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이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덧붙여 "양국에는 더 크게 협력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그래서 우리 앞에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그러한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정상회담에선 작심한 듯 회담 시간의 대부분을 위안부문제 해결 촉구에 쏟아부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도 "대통령께서 위안부 문제외에는 경제문제를 포함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일체 아무 말도 안했다. 시종일관 위안부 문제만 말했다"고 회담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인식을 달리하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양국간 현안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국적 견지에서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고 압박했다.

또 "총리의 실무적 발상보다는 큰 차원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한다"며 "(위안부 문제가) 양국 현안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안타까워 이렇게 직접 거론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노다 총리도 밀리지 않았다. 노다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법적 입장을 알 것이니 거듭 얘기하지는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로 이 문제가 완전 해결됐다는 기존의 일본정부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노다 총리는 "우리도 인도주의적 배려로 협력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두 정상은 위안부 평화비 문제를 놓고도 더욱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노다 총리가 "평화비가 건설된 것은 안타깝다. 대통령께 철거를 요청드린다"고 했으나 이 대통령은 "성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마다 제 2, 제 3의 동상(평화비)이 세워질 것"이라고 맞섰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 외교관계는 당분간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양국 외교의 핵심적 과제가 된 위안부 문제는 양국 관계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잣대 중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