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리뷰] 뮤지컬 아이다, 지도자의 '의무감'과 '사랑' 사이
[나홀로 문화:리뷰] 뮤지컬 아이다, 지도자의 '의무감'과 '사랑' 사이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6.11.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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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아이다'의 프레스콜에서 아이다(장은아)와 라다메스(민우혁)이 'WRITTEN IN THE STARS'를 열창하고 있다.

4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아이다'는 라이온 킹, 알라딘 등을 만들어 낸 디즈니의 대표적인 뮤지컬'로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 제작됐다.

아이다는 이집트의 사령관인 라다메스와 그의 약혼녀 이자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그리고 포로로 잡힌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의 삼각관계의 로맨스, 매혹적인 시대배경 이외에 화려한 무대구성이 독보 이는 뮤지컬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7년간의 제작기간, 1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브로드웨이 무대가 한국 공연에 그대로'라는 상업적인 문구가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이다 무대를 보면 다양한 사운드와 로프 아크로바틱, 그리고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을 위한 800여벌이 넘는다는 의상과 수시로 변하는 많은 색상의 조명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운드와 많은 색상의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다수가 흥행하지 못했다.

뮤지컬을 보러오는 관객중 대부분은 뮤지컬 배우 특유의 목소리나 분위기 등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무대구성 등이 극의 몰입도는 물론 극의 흐름을 흐트러트렸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다의 경우 모든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장점으로 비춰졌다. 배우들의 모습을 그림자로 이용한 기법은 흡사 이집트 벽화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했으며, 다양한 조명 사용은 배우들의 감정표현과 배경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했다.

아이다의 이 같은 구성은 공연을 보는 내내 이집트 전시관에 온 것 같은 착시효과와 더불어 과거 이집트 나일 강의 전설을 직접 엿보는 듯 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이다. 배우 개개인의 솔로적 능력은 물론 배우들의 듀엣과 앙상블의 화음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관객자체가 무대에 올라있는 착각마저 자아낸다.

▲ 11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아이다'의 프레스콜에서 아이다(윤공주)가 'DANCE OF THE ROBE'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해 봐야할 부분은 1막의 'Dance of the robe'으로, 이집트인들의 노예가 된 누비아인들이 누비아 공주인 아이다에게 누더기예복을 바치며 지도자가 되어줄 것을 청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아이다는 사랑과 지도자로서의 의무감에서 고뇌하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고통을 감내하는 백성들을 위해 지도자의 본분 다하기로 마음먹는데, 이때 배우들의 역동적이면서 섬세한 감정표현과 무대구성은 말로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의 소름과 몰입감을 자아낸다.

특별한 시대상황과 맞물렸기 때문인지 뮤지컬을 보는 내내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 만큼 '혼란스러운 국정 속 지도자'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도자'에 대한 사색을 하게 되기도 한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