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칼럼] 초소형으로 치닫는 '주택 다운사이징'은 청년 1인가구의 '자발적 선택'인가?
[솔로이코노미 칼럼] 초소형으로 치닫는 '주택 다운사이징'은 청년 1인가구의 '자발적 선택'인가?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7.03.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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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인가구 평균 주거사용 면적 30.4㎡

1인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형주택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정보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전문자들은 이같은 현상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사회 전반에 걸쳐 트렌드로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가전제품도 소형, 식사도 소포장, 집도 소형을 추구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11월 국토연구원은 '가구원수별 주거사용면적 차이와 시사점'에서 1인가구의 평균 주거사용면적이 2인 가구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가구당 주거사용면적은 71.4㎡인 가운데, 2인 가구 73.1㎡, 3인 가구 79.1㎡, 4인 가구 85.5㎡ 순이었다. 

반면 1인가구는 면적은 48.6㎡로, 2인 가구와의 주거 사용면적이 30㎡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소형주택의 기준은 당초 전용면적 85㎡이하였으나 60㎡이하로 2017년도부터 변경된다. 40㎡ 이하는 초소형으로 볼 수 있다.

▲ ⓒ국토정책 11월 21

특히 1인가구 중에서도 자가가구의 주거 사용면적은 71.1㎡인데 반해 세를 사는 1인가구는 38.3㎡, 그 중 청년 1인가구는 30.4㎡로 매우 작은 실정이다.

29세 이하 청년 1인가구는 30㎡ 이하에 집중 분포하고 있어 계약면적이 10평이 되지 않는 곳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토연구원은 "1인 청년가구의 경우 임시 거처의 의미가 강하고, 낮은 소득으로 인해 적절한 주거사용면적에 대한 지불의사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1인 청년가구들의 주거사용면적이 작은 것은 지불능력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면적을 감소시킴으로써 임대료 부담을 낮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 말을 종합해보면 국토연구원은 '지불능력이 낮은 집 없는 청년들은 스스로 작은 평수를 선택해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듯 하다.

과연 이러한 현상은 청년들의 선택일까?
오피스텔 전용면적 작을수록 수익률 높아

도시형생활주택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을 기준으로 봤을 때도 15㎡(전용면적 11㎡, 3.3평)에 이르는 집도 있었으며, 큰 평수도 36㎡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전용면적은 20㎡(6평) 정도로 줄어들었다.

집이 3평이면 고시원처럼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소한만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가구의 최저주거면적인 14㎡(4.2평)에도 못미치는 크기다.

건물주들의 불법 쪼개기를 한 것이 아닌가는 의심이 들 정도로 작은 크기를 흔히 접할 수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2년마다 시행하는 최저주거면적 조사에서는 2006년 16.6%(268만 가구)에 달했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2008년 12.7%(212만 가구), 2010년 10.6%(184만 가구), 2012년 7.2%(127만 가구), 2014년 5.4%(99만 가구)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의 불법 방쪼개기 적발 역시 지난해 2250건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새누리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했다. 원룸과 고시원 등의 건축법을 적용 받는 건축물이 집계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뉴시스

앞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유진 수석연구원은 오피스텔의 전용면적이 작을수록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5월 기준 전용면적 20m²미만 오피스텔의 평균 수익률이 6.1%로 가장 높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괜찮은 오피스텔이 역세권에 밀집해 있다는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를 보면 심하게 작은 오피스텔 전용면적에 과한 월세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전용면적는 반토막이 난다.

마포역과 연결돼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마포한화오벨리스크'에서 가장 작은 전용면적 28㎡(8.47평)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5만원이다. 매달 평당 8만8500원 정도 살고 있는 셈이다.

공덕역 1번출구 앞 '마포신영지웰'은 최고 큰 전용면적이 54㎡(16.3평)이다. 하지만 보증금 2000만원에 140만원이라는 월세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바로 옆 공덕역 2번출구에 위치한 '롯데캐슬프레지던트'는 소형 오피스텔과 대형 오피스텔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가장 작은 면적인 325.71㎡(전용면적 167.93㎡)부터 시작해 514㎡(전용면적 264.22㎡)까지 50~70평이라는 넓은 집에 살려면 월세를 얼마나 내야 할까?

포털사이트 부동산 정보에서는 478m²(전용면적 249m²)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70만원, 480m²(전용면적 248m²)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이라는 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적인 사례로 표현하긴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중간이 없다. 다시 말해 적정한 주거면적을 선택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다. 

또한 계약면적과 전용면적의 크기 차이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주택공급량을 봤을 때 소형주택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다수 표하고 있다. 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소형은 없고 초소형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임대업자들의 높은 수익률을 위해 집이 작아지는 것인지, 작은 평수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집이 작아지는 것인지는 독자의 생각에 맡기도록 하겠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