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방송] 1인가구는 더 이상 "신인류"아냐..MBC스페셜 '나혼자 먹고산다'
[1인가구 방송] 1인가구는 더 이상 "신인류"아냐..MBC스페셜 '나혼자 먹고산다'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1.0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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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스페셜' 방송화면 캡쳐)

"독립을 했다는 가장 큰 실감을 나게 해주는 게 음식을 차려먹는 거였어요"

혼자 산 지 7일이 된 33세 엄지은씨의 말에 적잖은 1인가구들이 공감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MBC스페셜'이 신년특집으로 1인가구를 다루면서 지은 제목 '대한민국 신인류 보고서 나혼자 먹고 산다'(이하 나혼자 먹고 산다)에 "먹고"가 들어간 이유도, 바로 이런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인 듯하다. 2일 방송된 '나혼자 먹고 산다'는 1인가구의 삶을 날 것 그대로 방송했다. 예능이 아니어서 희화화도 없었고, 그렇다고 뉴스 사회면도 아니어서 너무 무겁지도 않았다.

공감은 생각보다 소소한 곳에서 얻을 수 있었다. 혼자 산지 5년이 된 김성현씨는, 주방에서 선 채로 식사하면서 "그냥 먹고 바로 설거지할 수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의미부여를 하자만 시간과 노동의 값어치가 비싼 1인가구가, 가사노동을 줄이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경제학적 의미부여를 할 수도 있다. 같은 장면에 대해 "귀찮으니까"라고 짤막하게 풀이해도 큰 차이는 없다. 요는, 1인가구의 삶이 얼마나 잘 녹아나느냐다.

물론 주방에서 서서 식사를 하는 게 1인가구의 보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자칫 식사를 의무처럼 여기는 정신적 결핍상태라는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말부부 6년차인 강대문씨의 모습에서 그런 인상이 지워졌다. 1인가구가 대단히 최근 단어라는 냄새가 난다면, 주말부부라는 표현은 상당히 예전부터 널리 쓰여온 말이라는 느낌이 난다. 두 단어가 함께 만난 순간, 1인가구는 전혀 새로운 것도 동떨어진 "신인류"도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것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아직 1인가구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가구유형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가구구성원 수를 묻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답을 했고, 1인가구가 가장 많은 가구유형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누구나 일정 기간 동안은 혼자 사는 시기를 거치게 되죠"

생각해보지 못한 한마디가 뇌리에 남았다. 서울연구원 변미리 선임위원의 말이다. 물론 평생을 혼자 살지 않고 보내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기간도 과거보다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1인가구 생활이 어느 때건 자연스레 우리의 삶에 등장한다는 점에 대한 통찰이 인상적이다.

방송을 보면서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1인가구 비율이 40%가 넘는다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다양한 세대들이 모여 사는 코하우징이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함께 저녁식사는 하는 모습도 있었다.

한국에서 쉐어 하우스라 부르는 삶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사실 코하우징 개념 자체가 덴마크에서 시작돼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원룸에서 사는 것, 아파트에서 사는 것처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형식으로든 생활공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삶의 일정부분을 함께 한다는 의미다. 혼자 사는 게 편하고 자유로워서 좋다는 한국의 1인가구들이, 공간을 매개로 하는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열정적으로 나설 것인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이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