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극장에서 만나요
[문화칼럼] 극장에서 만나요
  • 이주영 국립극장 기획위원, 시인, 문학박사
  • 승인 2017.01.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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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영 국립극장 기획위원, 시인, 문학박사

이주영 국립극장 기획위원, 시인, 문학박사

새해가 밝았다. 희망과 다짐의 1월이기에 의미가 더 각별하다. 이 새로운 마음의 움틈을 극장과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좋은 사람들과 극장에서 만나 공연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말이다.

필자의 저서 '극장레퍼토리'에서 극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다. 그 중 몇 대목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무대예술의 창작과 유통이 이루어진 곳이 극장이다. 오늘날 극장의 정의를 내리자면 두 가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공간성이고, 다른 하나는 목적성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장소적 의미이고, 후자는 공연예술을 위한 기능적 측면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현대 극장의 개념을 말할 때는 이것을 바탕으로 하되 미학적, 문화적, 경영적 측면 등 여타 요소들이 포함된다. 공연콘텐츠라는 예술상품 외에 인적, 물적 교환이 창출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문화적으로 볼 때도 현대 극장의 가치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즉, 전통적으로 시문숭상의 기록 문화에서 근대적인 공연 문화로 바뀌었다. 또한 개인 중심 문화에서 집단 중심으로 전환을 이루었다. 이는 연극, 음악, 무용 등 시청각적인 종합예술이 대중을 이끄는 시대로 바뀌어 간다는 의미다.

극장에서 공연 기획, 제작 업무 외에 개인적으로 대본 및 비평 작업을 하는 입장인 필자로서는 공연장인 극장은 예술의 본향임이 틀림없다. 숭고한 예술적 향기가 무대 위에 드리워질 때의 감흥은 참으로 달콤하기 때문이다.

공연장 중심의 극장임을 전제할 때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공연 전 로비에서 어떤 사람들이 왔는지가 초관심사다.

이때는 자연스럽게 마케팅 관점에서 관객의 유형을 분석하게 된다. 성비, 연령, 전문가인지 애호가인지, 신규인지 단골인지 등 여러 기준으로 살펴본다.

특히 단골 고객을 만나면 타지에서 지인을 만난 듯이 반갑다. 하지만 이보다 더 보기 좋은 것이 있으니 공연 전후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는 소소한 일상이 주는 넉넉하고 행복한 미소들이다. 그 미소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신 함박웃음이다.

극장은 문화예술 상품을 생산, 소비, 유통하는 기능적 목적 외에 인적, 물적 교류가 일어나는 곳이다. 특히 인적 교류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소통의 시대를 강조하면서도 일방통행이 많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흉금을 터놓을 대상, 공간, 시간 등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불식시킬 공간이 있으니 바로 극장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이라는 예술적 대상을 음미하며, 이에 대해 서로의 의견도 교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임에 틀림없다. 올해에는 행복충전소인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지면 좋겠다. 공연 후 돌아가는 발걸음이 경쾌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