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혼밥·비혼..1인가구를 위한, 1인가구에 관한 책들
[솔로이코노미] 혼밥·비혼..1인가구를 위한, 1인가구에 관한 책들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1.16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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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조기 확산 일본 도서들 주목
▲ (사진=픽사베이)

최근 일본의 1인가구에 관한 책들이 한국에서 하나둘씩 출간되고 있다. 이유는 직관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1인가구가 더 빨리 확산됐다. 자연히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솔로이코노미도 더 일찍 발달했다. 따라서 1인가구를 위한, 1인가구에 관한 책들이 일본에서 더 많이 쓰여지고 출간됐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혼족들이 스스로 바라본 1인가구의 삶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게으른 1인가구를 위한
'혼자 살아보니 괜찮아'

지난해 7월 한국에 나온 이 책의 부제는 '달콤 쌉싸름한 어쿠스틱 싱글 라이프'다. 생활공감형 만화인 이 책에서, 작가인 타카기 나오코는 혼자 사는 것이 서럽다거나 외롭다고 호소하지 않는다.

대신 혼자 사는 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재미있는 생활 팁들을 소개한다. 잔소리 하는 사람 없이 혼자 살면 생활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라며, 생활규칙을 만드는 에피소드는 혼족들의 큰 공감을 살 듯 하다. 쌓여가는 물건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이나, 가족의 고마움을 느끼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재택근무자의 쉐어오피스 출근과 같이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도 일부 등장하지만, 베테랑 혼족의 삶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점이 다양하다.

작가는 혼자 살아보니 가장 좋았던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이 그렇지 않거나, 혼자인 자신의 약함과 강함을 알게 되거나, 그 모든 것을 통틀어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혼밥예찬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혼자 밥먹기 난이도에 대해 논쟁하던 문화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문화가 생기기 전에는,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던 문화가 있기도 했다. 거꾸로 말하면,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자발적으로 혼밥하는 이들을 보고,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이들이 느꼈을 문화충격이 혼밥 난이도로 표현됐다는 해석이 있다.

맛에 대한 에세이를 많이 써온 작가 히라마쓰 요코는, 혼밥에 대한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 하다. 이 책의 프롤로그 제목은 '혼자 먹는 즐거움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점도 그렇고, "혼자 먹는 것은 외로운 일도 부끄러운 일도 전혀 아니다"라는 책속 구절도 그렇다.

책의 목차는 매밀국수, 돈가스, 인도 카레, 돌솥비빔밥 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다양한 메뉴들이다. 작가는 이 음식들에서 '여행 본능을 깨우는 향기'나 '그땐 미처 몰랐던 어른의 맛'을 발견한다.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좋고,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 일본 요리를 먹으러 갈 때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 헬스장에 다니거나 시 모임에 참가하는 거와 같은 거야. 말하자면 일종의 ‘취미’인 셈이지"라는 책속 한 구절을 통해, 평범한 직장인이 혼밥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생각 한 자락을 가져가게 된다.

결혼에 대한 생각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결혼한 사람은 기혼자라고 부른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미혼'이라고 불러왔다. 그런데 이 단어에 대해 제법 논란이 있다. 결혼을 원래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상태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시기부턴가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비혼주의자'라고 자신을 부르기 시작했다.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가 함께 쓴 이 책은, 혼인율 감소와 만혼 경향의 증대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을 통해 지금을 비혼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양한 각도의 분석을 통해, 결혼을 하지 않고 부양하거나 돌볼 가족이 없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책의 부제는 '결혼이 위험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다.

물론 이 책은 일본 사회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분석방식을 한국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이 책은 비혼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듯 보인다. 두 저자 모두 페미스트이며, 책에는 페미니스트들의 오래된 주장들이 현대적인 버전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이 비단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비혼 시대를 분석하는 시각이 날카롭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의 독자를 굳이 한정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