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과도기] 점심 혼밥하는 직장인들 '삭막 vs 자유' 세대갈등 기로에..
[혼밥의 과도기] 점심 혼밥하는 직장인들 '삭막 vs 자유' 세대갈등 기로에..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7.02.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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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트렌드로 인한 간편식 시장의 급성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1인가구, 맞벌이가구들의 영향이 아닌 점심시간에도 혼밥을 하는 풍경 역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나와 나만의 시간을 갖거나, 동료들에게 "하던 일 먼저하고 먹을테니 먼저 가라"는 말을 하는 것이 부자연스럽지않다.

물론 대형 쇼핑몰,백화점 인근 등 판매직 종사자들이 많은 지역은 교대로 식사를 해야하는 패턴때문에 이전부터 혼밥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패턴이 동일한 시간에 점심시간을 먹는 사무직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많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응답자 56.6%가 최근 1개월간 혼자 외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68.5%가 한번쯤 식당에서 '혼밥'을 해본 경험해봤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자발적인 혼밥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혼밥 선호도는 20~30대 젊은 층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산업은행에서는 혼밥을 원하는 젊은 직원들을 위해 지하 1층 직원 식당에 일명 '혼밥 데스크'라는 혼자 밥먹을 수 있는 좌석 40석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간부층에서는 이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는 후문이다.

이것은 일례지만, '나홀로' 트렌드의 선봉에 서있는 '혼밥'은 결국 세대갈등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직, 단합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한국 직장 문화에 염증을 느낀 세대들이 "점심만은 편하게 먹고 싶다"는 혼밥 자유론을 외칠 때 기성세대들은 이를 "개인주의" 혹은 "정 없다. 삭막하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혼밥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대게 쉬는 시간만은 '일과의 단절'을 원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혼자 밥을 빨리먹고 운동하거나, 밥을 해결하면서 영어학원을 가는 등 자기계발을 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일'과 '휴식'의 단절을 경험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이러한 사고방식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신(新)문화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은 비단 '혼밥' 뿐이 아니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한국은 이미 사회적 변화에 대한 과도기에 접어들었고, 그것이 인식에 이은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기성세대가 적응을 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는 선택의 자유다. 

다만 혼밥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도 선택사항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세대간의 갈등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